'기본도 모르는 작전 수행'으로 국익 손실은 물론 정보당국의 무능함을 드러낸 처사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라는 말이 있다. 잘 모르고 어설프게 행동하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경우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이 말이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 및 국익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 국가정보원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지난 16일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롯데호텔 19층)에 '괴한'이 침입했다. '괴한'은 인도네시아 특사단 일행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로 떠난 직후인 16일 오전 9시 반 무렵, 특사단장 보좌관 객실에 침입해 노트북을 뒤지다 객실로 돌아온 보좌관과 마주쳤다. 이후 국정원 개입 의혹이 불거졌고 지난 21일에는 인도네시아 대사가 외교통상부를 항의 방문하기까지 했다.

22일, '괴한'의 정체가 국가정보원제3차장 산하 산업보안단 직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급기야 원세훈 국정원장이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원 국정원장의 사의 표명은 차치하더라고 국정원 개입이 확인됨으로서 외교 마찰과 함께 국제적 망신을 당하며 정보당국의 '무능'을 백일하에 드러냈다.

국정원 직원들이 수집하려던 정보는 국산 고등 훈련기인 T-50의 수입을 검토 중인 인도네시아의 가격 조건 등 내부 협상 전략 문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T-50은 인도네시아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러시아의 야크-130(Y-130)와 경합 중이다.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은 '걱정원'이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게됐다. 국정원은 국익(國益)을 위해 이번 일을 꾸몄다고 항변하지만 국익을 위한 행위라고 하기에 국정원의 행보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가장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 특사들이 전부 혹은 일부가 숙소에 남아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또한 3인이 '수박서리'를 할 때도 최소한 한명 이상은 망을 보는데 국정원 직원 3인이 투입된 이번 공작에서 인도네시아 특사들의 동태하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발각된 것 자체가 헛웃음이 나오는 대목이다. 더욱이 노트북에서 정보를 빼내는 데 6분이나 걸린 것도 문제다. 노특북이 정말 중요했으면 하드디스크만 빼오거나 호텔 내부인을 활용하는 등 다른 방법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정보 관계자들은 잠입한 요원들이 들고 나온 노트북을 인도네시아 특사단에게 다시 돌려준 것을 가장 '황당한 명장면'으로 꼽았다. "물건을 훔친 뒤 주민등록증을 맡기고 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태의 무게감에 비해 사건 자체가 남대문 경찰서로 넘어간 것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 중론이다.

이번과 같이 작전이 실패했을 경우 국정원·국방부·경찰 등 관계자들이 재빨리 호흡을 맞춰야 했었다는 비판이다. 더욱이 '압권 중에 압권'은 작전에 실패한 국정원 직원들이 호텔 방을 청소하는 직원에게 발각됐다는 부분이다. 작전 실패시 작전지역을 이탈해야 한다는 '기본 중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안일한 대처다.

비록 국익을 위한 일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국정원의 이번 작전 실패는 우리 방산(防産) 수출의 25%에 육박하는 10억달러 규모의 T-50 협상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의 10번째 교역 대상국이자 6번째 투자 대상국인 인도네시아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작전 실패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리비아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은 현지어 통역을 낀 정보활동으로 리비아 당국으로부터 간첩 활동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추방됐다. 이 일로 서울주재 리비아 경제대표부가 일시 철수하는 등 한·리비아 관계는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다.

또한 지난해 3월 '천안함 폭침' 당시에 북한군의 사전 도발 징후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대통령에게 북한 소행이 아닌 쪽에 초점을 맞춰 보고하는 등 초기 대응에 혼선을 조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당시에도 "북한의 공격 계획을 3개월 전에 입수해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혔지만 곧 "구체적인 정보가 아니었다"라며 스스로 정보 기관의 공신력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음지에서 일하면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말처럼 정보당국의 국내외 정보수집 활동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전세계는 자국의 '국익'을 위해 첩보전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들은 정보당국이 사고치고 정부가 나서 수습하는 형국이다. 이렇게 해서야 국정원이 추구하는 '국익'을 이룰 수 있겠는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라는 말을 정보기관 당국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