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질문에 유머섞어 기분나쁘지 않은 토론문화 만들어

광주, 부산 등 전국 주요도시를 순회하며 열리고 있는 한나라당 정책비전 대회, 5명의 대선 주자들이 펼치는 정책 대결의 장이니만큼, 진검승부의 긴장감이 팽팽하다.

이 대회에서 홍준표 의원이 재치있는 말투로 주목을 끌고 있다. 대권의 첫 관문을 치르니만큼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운 주자들의 신경을 유머러스한 질문 태도로 녹이고 있는 것. 그렇다고 그저 재미를 유발하기 위한 뭉툭한 질문으로 일관하는 분위기 메이커를 자임하는 것도 아니다. 재치있되, 상대방의 급소를 찌르는 질문으로 좌중과 TV로 지켜보는 전국의 유권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대선주자들 사이에 정책이 어떻게 다르고 어디가 약점인지를 알려 주고 있다.

8일 부산에서 열린 2차 대회(교육, 복지 부문)에서도 이런 홍 의원의 입심이 몇 차례 두드러졌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질문하면서는 "그때 장애인 낙태 발언은 진심이 아니었지요?"라고 유도심문(?)을 하는 모습을 연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대회장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장애인 낙태 발언의 기본적인 배경이 잘못 전달됐다는 이 전 시장의 해명을 한 번 추켜 세워줌으로써 정치적 동지이자 대학 동문으로서의 인간적 배려를 하면서도, '장애인이라고 해서 애를 낳을 수 없다는 건 진심으로는 할 수 없는 발언이지 않느냐'고 다시 한 번 인권 의식을 강조한 셈이다.

이런 홍 의원의 재치는 박근혜 전 대표를 공격할 때도 드러났다.

박근혜 전 대표를 항상 예민하게 만드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건드리면서도 그는 여유를 잃지 않고 농담을 섞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정수장학회 문제를 털고 갈 생각이 없느냐라고 질문할 때만 해도 예년의 날카로운 이미지를 답습하는 듯 했다.

그러나 곧이어 "한화에서도 조만간 1조 원을 내놓을 텐데"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이 발언은 한화그룹 김 모 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을 기업의 사회공헌으로라도 대신 석고대죄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힐책인 동시에, 정수장학회 문제도 한화 등 그룹사들의 예처럼 (고 박정희 대통령의) 잘못을 인정하고 털고 가야한다는 메세지를 전하는 일거양득의 소득을 올렸다는 평가다.

또 박 전 대표의 "고교 평준화 여부를 각 시도별로 맡기겠다"는 발언에 대해 비판하는 자리에서도 이런 발언 기조는 그대로 나타났다. "그렇게 시도별로 원칙없이 다르면 이사다니는 경우에 문제가 생긴다"고 홍의원이 공격하자, 박 전 대표가 "누가 그렇게 이사를 자주 다니겠나"고 맞받아친 것.

그러나 홍 의원은 이런 박 전 대표의 반격에 "왜 이사를 다니는 많이 학생이 없다고 생각하나. 나는 초등학교만 5번 전학했다"고 말해 박 전 대표를 당황시켰다. 이사를 자주 다닐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어려웠던 어린 시절 경험을 공개해, 여러 사정상 이사를 자주 다니는 사람이 소수이기는 하지만 존재하고 이런 학생들이 시도별로 다른 정책으로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는 항변을 생생히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런 달라진 홍 의원의 태도에 대회 참석자들은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이다.매번 촌철살인의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유머를 겸비하고 있는 홍 의원의 질문 방식에 막말과 고성만 난무하던 정치인들의 말투와 달라 신선하다는 반응인 것.

이제 남은 정책비전대회는 대전, 서울 2번. 홍 의원이 어떤 정책을 더 내놓을까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남은 대회에서는 또 어떤 언변을 선보일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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