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강주모 기자] 최근 한 대형교회 원로목사의 발언이 국내 종교계는 물론, 여의도 정가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원로 목사가 지난 23일,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과의 회동에서 '대통령 하야 발언'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 목사가 종교인으로서 정치적 위험 부담을 떠안고 이런 발언을 하고 나선 이유는 단 하나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 받는 것을 금지하는 수쿠크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그는 윤 장관과의 회동서 "만일 이슬람펀드에 정부가 동의한다면 나는 영원히 대통령과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하야' 발언에 그치지 않고 "나는 목숨을 걸었다. (윤 장관이) 정권 차원에서 이 법안을 허락한다면 장관님과 후손도 후회할 것이며 정권도 무너질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수쿠크법은 기획재정부가 외화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2009년 오일머니 등 다양한 외화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른바 수쿠크(Sukuk)로 부르는 이슬람채권도 다른 외화채권과 마찬가지로 발생소득에 세금을 면제해 주자는 의미에서 도입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기독교계의 반발로 2년째 국회에서 계류해 왔다가 정부도 이번 만큼은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원로목사의 대통령 하야 발언까지 나오게 되자, 여기저기서 '과정'의 오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종교인 한 사람이 국가정책 책임자까지 찾아가서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감리교신학대의 모 교수는 "대통령은 기독교인들만의 대통령이 아니다. 국민의 대통령이며, 수쿠크 법안을 단지 이슬람교에 대한 '종교적 냉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편협된 시각"이라고 지적하고 "경제·외교적 관계의 다변화 등 국가적 장래를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NCCK(한국기독교협회) 관계자는 "조용기 목사님의 발언은 개인적 입장에서 한 것이며 우리의 입장이 그 발언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그의 발언과는 분명한 거리를 뒀다.

불교 조계종에서도 "매우 안타깝고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국가경제정책 차원의 문제다. 종교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여의도순복음교회측은 이슬람 채권법 반대를 강조했던 것이지 '대통령 하야'에 발언의 무게가 실렸던 것은 아니다"라며 불 끄기에 나섰다.

조용기 목사를 비롯한 기독교인들의 반발은 이슬람교의 율법에 따라 만들어진 금융구조를 대한민국 법률에서 인정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나름대로 반대의 논리는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종교 단체든, 사회 단체든 한국 사회의 어느 계층이든 새로운 정책의 도입에 있어서 찬반논쟁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반대 의사 표시가 합리적 논쟁과 건전한 비판의 차원을 떠나 해당 정치권 인사를 직접 찾아가서 엄포를 놓거나, 최고통치권자의 하야까지 운운하며 반대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도를 지나친 것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수쿠크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차기 선거에서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고 한 것은 이미 비판의 정도를 넘어서서 협박의 수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상큼한 사과도 쥐어짜다 보면 쓴 물만 나온다. 조 목사는 '과유불급'이라는 고사성어를 다시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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