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황제'들의 급격한 하락세, 은퇴 기로에 선 전설들

[투데이코리아=장병문 기자] 종합격투기의 두 거물이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치고 은퇴를 거론했다. '격투황제'라는 찬사를 받았던 B.J. 펜과 효도르(표도르) 에밀리아넨코가 그 주인공들이다.

'천재' 펜은 UFC 127에서 존 피치와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논란을 불러 왔다. 펜의 패배가 선언되도 할 말이 없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고 펜은 "이 경기에서 패하면 은퇴하려고 했다. 하지만 신이 다시 기회를 준 것 같다"고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영원히 헤비급 챔피언으로 남아있을 것만 같았던 효도르도 부진에 빠지면서 은퇴를 시사했다. 효도르는 스트라이크포스에서 안토니오 실바에게 TKO 패하면서 최근 2연패에 빠졌다. 당시 효도르는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며 은퇴를 예고해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펜과 효도르는 서로의 체급에서 절대강자로 장기 집권해 왔다. '천재'와 '격투황제'라는 별명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완벽한 경기를 해왔고, 화끈한 모습으로 팬들을 열광시켜 왔다. 그렇기에 이들의 은퇴 거론은 팬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하다.

두 선수는 아직도 이름값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한다. 최근 경기력이 좋지 못했지만 여전히 각 체급의 톱 파이터다. 명예 회복을 위해 수 차례 경기를 더 치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들의 선수 생활이 그리 오래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펜은 자신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향후 경기에서 비슷한 수준의 파이터들과의 실력차이를 보인다면 언제든지 링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펜이 그토록 원하던 조르주 생피에르와의 재대결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다.

펜의 하향세는 조심스럽게 예측되기도 했다. 펜과 피치의 대결을 앞두고 현지 전문가들은 피치의 우세를 점쳤다. 웰터급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생피에르의 대항마로 펜이 아닌 피치가 지목되기 시작한 것도 오래됐다.

효도르는 스트라이크포스와 4경기를 계약하고 2경기를 마쳤다. 현재로서는 남은 두 경기가 효도르의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효도르는 동물적인 운동신경과 자신만의 훈련을 통해 세계를 재패해 왔다. 힘과 체격으로 상대방을 윽박지르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헤비급 선수들을 압도하는 스피드, 노련한 경기운영 등으로 황제의 자리에 서 왔다.

그러나 효도르의 기술과 스피드는 더 이상 거대한 체격과 파워를 앞세운 괴물 파이터들에게 먹혀들지 않고 있다. 효도르 역시 자신의 훈련 방법에 한계점이 보이고 있고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노쇠화 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은퇴를 직접 거론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두 파이터가 그간 멋진 경기를 펼쳐왔기 때문에 그들을 떠나 보내야하는 팬들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은퇴를 예고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향후 경기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면 선수 생명의 연장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또 한 번 비참하게 무너진다면, 둘은 전설로 남기 위해 은퇴를 선언하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펜과 효도르. 두 거물 파이터가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 아니면 쓸쓸히 은퇴 수순을 밟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