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와 영웅 사이에서! 라이벌 팀으로 이적한 축구스타들은?

[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동료에서 원수로!'

언제나 그렇듯이, 올 시즌 유럽축구 겨울 이적시장도 뜨겁게 달아 올랐다. 적잖은 선수 이동이 있었는데, 단연 눈길을 끄는 선수는 바로 페르난도 토레스였다. 리버풀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최전방을 누볐던 그가 다른 팀도 아닌 첼시의 푸른 빛 옷을 입게 된 것이다. 흔히 말하는 '깜짝 이적'을 넘어 '충격 이적'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어제까지 어깨동무를 하고 있던 동료가 갑자기 내 목을 향해 총을 겨누게 되는 상황. 한 술 더 떠 유럽축구의 빅클럽 라이벌 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야말로 핫이슈 중의 핫이슈다. 그 동안 유럽축구판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빅클럽 라이벌 이적' 베스트 10을 꼽아봤다.

10. 쥐세페 메아차 (인터밀란 ⇒ AC 밀란 ⇒ 유벤투스 ⇒ 인터밀란)
-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축구스타인 쥐세페 메아차도 라이벌 팀으로 이적했던 경험을 가진 선수였다. 밀란에서 태어난 메아차는 1927년 인터밀란에서 프로의 첫 발을 내디뎠다. 14시즌 동안 총 245골을 터뜨리면서 세리에 A 최고의 골잡이로 공인 받았다. 하지만 그도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팀 내 입지가 좁아지자 이적을 감행하게 됐는데, 그가 새롭게 찾은 팀이 인터밀란의 숙적 AC 밀란이었다. 메아차는 1940년 AC 밀란으로 이적하면서 두 시즌을 보냈고, 1942년에는 또 다른 라이벌 유벤투스 투린으로 둥지를 옮겨 재차 화제를 낳았다. 이후 아탈란타에서 한 시즌을 보낸 메아차는 결국 친정팀 인터밀란으로 돌아왔다. 1946-1947시즌 네라주리 일원으로서 활약한 뒤 명예롭게 은퇴했다. 이탈리아의 3대 명문인 네라주리, 로쏘네리(AC 밀란), 비안코네리(유벤투스)의 유니폼을 모두 입었던 몇 안 되는 선수가 바로 메아차다.

9.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유벤투스 ⇒ 인터밀란)
- 스웨덴 출신의 골잡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말뫼와 아약스를 거쳐 2004년 유벤투스에 입단했다. '될성부른 떡잎'답게 그는 출중한 기량을 뽐내면서 성장세를 거듭했다. 두 시즌 동안 총 91경기에 나서 26골을 잡아내면서 주전골잡이 역할을 잘 해냈다. 그런데 '칼초 폴리' 사건이 터지면서 유벤투스가 2부리그로 강등되자, 이브라히모비치는 이적을 결심했다.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본 팀이 많았는데, 본인의 결정은 공교롭게도 인터밀란이었다. 유벤투스 팬들은 이브라히모비치가 팀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등을 돌렸다면서 비난을 퍼부었지만, 이브라히모비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터밀란에서 세 시즌 동안 주축 공격수로 활약하면서 팀의 리그 3연패를 견인했다. 2009년 여름 이브라히모비치는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면서 스페인 무대에 서게 됐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이탈리아로 복귀했는데,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참으로 묘하게도 이번에는 AC 밀란 유니폼을 입게 됐다.

8. 요한 크루이프 (아약스 ⇒ 페예노르트)
- '토털사커 창시자' 요한 크루이프도 라이벌 팀으로 이적해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AFC 아약스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이후 스페인 무대를 주름잡았던 그는 1981년 다시 아약스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아약스 유스 출신인 그가 마지막 불꽃을 친정팀에서 불태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크루이프는 기대대로 아약스에서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팀에 우승을 안겼다. 1983년 만 36세의 노장이었던 그는 계속해서 아약스의 일원으로 그라운드에 나서고 싶어했다. 하지만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아약스의 최대 라이벌인 페예노르트로 이적하면서 아약스 팬들을 놀라게 했다. 페예노르트의 유니폼을 입은 크루이프는 아약스와의 맞대결에서 골을 잡아내는 등 맹활약을 펼치면서 새로운 팀을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으로 인도했다. 자신을 버린 친정을 향해 설움을 털어낸 크루이프는 페예노르트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7. 안드레아스 묄러(도르트문트 ⇒ 살케)
- 1990년대 독일축구팬들은 4대 미드필더에 열광했다. 토마스 해슬러, 슈테판 에펜베르크, 마리오 바슬러, 그리고 안드레아스 묄러가 그 주인공이다. 이 가운데, 마지막에 언급한 묄러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살케 04로 이적하면서 신문사에 특종을 제공했다. 도르트문트와 살케의 '루르 더비'를 '독일축구 최대의 전쟁'이라고 평가할 정도니, 묄러의 이적은 오랫동안 논란거리가 됐다.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1988년 도르트문트에 입단한 묄러는 프랑크푸르트와 유벤투스에서 활약한 뒤 1994년 다시 도르트문트에 정착했다. 이후 150경기 이상을 소화하면서 도르트문트의 리그 2연패(1994-1995, 1995-1996) 및 챔피언스리그 우승(1996-1997)의 주역이 됐다. 2000년 들어 묄러는 또 다른 축구인생을 모색했는데, 하필이면 새 둥지가 살케였다. 도르트문트 팬들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영웅으로 받들던 묄러를 일순간에 배반자 취급했고, 묄러는 살케에서 '도르트문트 킬러'로 자리매김하면서 유별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6. 윌리엄 갈라스 (첼시 ⇒ 아스날 ⇒ 토튼햄)
- 프랑스 캉과 마르세유에서 맹활약을 펼친 갈라스는 2001년 첼시 유니폼을 입고 EPL에 입성했다. 전천후 수비수로 활약하면서 첼시에서 다섯 시즌을 소화한 그는 2006년 아스널 이적을 결정했다. 애쉴리 콜과 맞트레이드 형태로 아스날 유니폼을 입게 됐는데, '애쉴리 콜=갈라스+현금'의 형태였으니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입을 만했다. 첼시에서의 기억은 잊고 아스날에서 새로운 축구인생을 맞이한 갈라스는 준수한 활약으로 팀의 중심 수비수 역할을 했다. 네 시즌 동안 총 140경기를 소화했고, 16골을 잡아내면서 '골 넣는 수비수'로서 명성을 떨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갈라스는 또 한 번 팀을 옮겼다. 그런데 그 팀이 아스날의 북런던 라이벌 토튼햄이다. 첼시의 푸른 유니폼을 시작으로, 아스날의 붉은 유니폼, 그리고 이제는 토튼햄의 하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갈라스. 유니폼 색깔은 자주 바뀌고 있지만, 런던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그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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