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국희도 칼럼] 지난해 11월 연평도 민간인 마을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후 남북한이 극한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도 대북정책이 그동안의 퍼주기식 전략보다는 힘의 우위를 보여주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연평도 도발은 물론, 천안함 폭침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기 전까지는 더이상 남북한 화해 무드는 없다고 공언하고 지난 몇달간 대결과 강경기류가 한반도를 지배했다.

이같은 남북간의 긴장이 고조 되는 가운데 어떤 식으로든 북한의 추가도발이 이루어질 것이고, 그 도발 방식에 대한 여러가지 예상과 가설이 있었다.

초기에는 서해5도에 대한 북한 특수군의 추가 도발이나, 휴전선 지역에서의 제한적 무력 도발 등의 가능성이 예견되는 등 갖가지 도발 시나리오가 있어 왔다.

그러다가 얼마전에는 탈북단체 회원들이 임진각 주변에서 대북전단과 함께 라면 등 생필품 포대를 풍선에 달아 날려보내는 심리전에 대해 크게 당황한 북한당국이 임진각을 조준사격하겠다는 발언과 핵참화 발언까지 쏟아냈다. 이 발언 직후 전방 지역을 방문한 김관진 국방장관도 “쏠까요, 말까요를 묻지말고 조치부터 취하라”며 우리 군에 즉각적인 무력 대응을 명령했다.

그런데 북한의 추가도발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적어도 지금까지 보도된 것만으로는)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지난 4일 서울 인천 파주 등수도권 서북부 지역 기지국에서 갑자기 발생한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의 수신 장애가 북한에서 발사된 GPS 교란전파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의 전파교란 공작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핵참화까지 운운하면서 키리졸브 훈련에 대해 강력 응징을 호언하던 북한의 추가 도발이 전자전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주말 청와대 국정원 등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비롯한 그동안의 몇차례 디도스 공격 역시 북한 소행이었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결국 전파와 인터넷을 활용한 전자전(電子戰)이 이제 남북 대치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실질적 위협이 된 것이다.

군은 북한이 러시아에서 이동식 전파교란 장비를 수입해 50∼100㎞의 범위에서 GPS 및 일반 전파 교란을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이미 작년에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북한의 이번 전파교란으로는 포병부대의 계측기가 오작동하고, GPS를 활용한 휴대전화 시계가 맞지 않거나 통화 품질이 저하되는 현상 정도에 그쳤다. 북한군이 장비 시험 차원에서 간헐적으로 교란전파를 발사했기 때문에 피해 수준이 경미했다는 분석이다. 만약 북한이 더 강력한 전파를 더 지속적으로 발사했더라면 어떤 끔찍한 피해가 일어났을지 모를 일이다.

북한의 추가도발이 그동안 우려해 왔던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군사적 도발'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정보와 경제 행위가 전파와 정보통신망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무력도발보다 더 파괴력이 큰 것이 전자전이다.

1년전 천안함은 배 밑에 먹통 소나(전파탐지기)를 달고 다니다가 맥없이 당했다. 북한은 연평도 공격 직전에도 GPS를 교란해 우리 군이 해상사격훈련 정찰을 위해 띄운 무인정찰기를 무력화한 전력이 있다.

전자전이란 상대국의 C4I(지휘통제체계)와 전자무기체계의 기능을 마비 또는 무력화시키는 군사행위로 이미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은 전자전 수행 능력을 완비했으며, 북한도 우리 군보다 10년 먼저 1970년대 초부터 전자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최근 최전방 부대의 통신선까지 광케이블로 교체했으며, 현재 평양~원산 축선 이남에 전자전 수행 기지 수십 곳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도 1993년 프랑스제 TRC-613L 전자공격(EA) 장비와 TRC-274C 전자전 지원(ES) 장비를 도입해 최전방에 배치하는 등 전자전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전자전은 우리 군의 최첨단 무기 기능을 마비시켜 전쟁수행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 전자 교란 무기들은 우리 사회의 각종 정보통신 시설을 공격하고 전산망을 마비시켜 남한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단숨에 대혼란 속에 빠뜨릴 수 있다.

우리 군은 물론 기업들도 이제는 북한의 무력 도발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무차별적 전자전에 대해서도 새로운 각오로 대응태세를 착실히 갖춰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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