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당론 반기 - 순천 양보론 반발...孫의 결정은?

손학규 대표가 지난해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1위로 선출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잇따랐다.

여러 분석 중 정확한 통계 자료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의 적자인 호남이 전당대회에서 비호남권인 손학규 대표를 선택한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었다. 과거 16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이라는 경남 출신 후보를 광주가 전략적 선택을 한 것처럼 손학규 대표의 '비호남 출신인물의 대표론'에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이처럼 호남 표심이 선택한 손학규 대표가 최근에는 호남의 반발로 의해 당 운영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 처했다.

최근 당내 내홍을 이끌고 있는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문제'와 '4.27재보궐선거 문제'의 중심에는 호남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 호남지역 반발 커지고 있는 '순천 양보론'

7일 오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순천 양보론' 문제에 대한 손학규 대표와 호남권 의원들의 엇갈린 입장이 잘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이 순천에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 즉, 순천 양보론을 주장했다. 그는 “지난 주말 저는 광주에 가서 더 큰 승리, 더 큰 민주당, 더 큰 희망의 구심을 만들기 위해 민주당이 아픔을 무릅쓰고 양보할 것이라고 호남 국민들에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당장 눈앞의 승리보다 정권교체라 하는 진정한 호남의 꿈 그리고 민주정부의 수립이라고 하는 진정한 5.18 정신이 승리하는 것 이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며 “분열과 패배로 국민이 아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 동구를 지역구로 둔 박주선 최고위원이 손 대표의 입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손 대표가 그런 말씀을 하게 된 배경과 속내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적어도 선거에 승리하기 위한 선거연합이나 연대협상은 기부행위를 하는 자선사업가가 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승리를 위한 연대와 연합이라는 미명하에 특정정당의 세력 확보를 위한 빌미나 계기로 삼아선 안 될 뿐 아니라 영업이나 장사행위를 하는 것을 '통 큰 양보'라는 개념 하에서 무조건 받아들일 순 없다”고 했다.

박주선 최고위원 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 역시 손 대표의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광주 서구갑의 조영택 의원도 “당이 공천자를 내지 않겠다는 것은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을 가로막겠다는 것”이라는 입장이며 여수 을의 주승용 의원도 “설익은 야권연대로 다른 당 후보를 내면 무소속 출마자가 당선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 박준영 전남지사도 “민주당이 정당으로서 반드시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孫, 과학벨트 충청 당론 쐐기 박았지만...강운태 “민주당, 민심 외면하면 안돼”

'순천 양보론' 뿐만 아니라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문제도 손학규호(號)의 순항을 가로 막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 2월 23일 대전을 찾아 “민주당의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당론(충청권 유치)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앞서 1월 21일 광주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의 주인인 광주가 대국적 견지에서 충청을 크게 안아달라”고 호소한 것에 이은 후속타로 호남권 의원들의 반발에 자신의 입장을 꺾지 않겠다는 쐐기성 발언이었다.

하지만 당내 호남 출신 의원들은 여전히 '당론'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충청권 유치에 반발하고 있다.

과학벨트 호남권유치위 공동위원장을 맡으면서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김영진 의원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로서 손학규 대표가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광주가 과학벨트 유치에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점들을 당론에 의해 무시되거나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당위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점을 당론으로 질식시켜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호남지역의 또 다른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손학규 대표의 발언은 다 맞는 말”이라면서도 “(만약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면 과학벨트는) 광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라는 민주당 당론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강운태 광주시장은 7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의 충청권 지지 당론을 사실상 수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확대간부회의에서 “민주당은 광주와 충청, 영남에 분산 배치하는 삼각벨트론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며 “(민주당은) 민심에 기초해야 하는데 민심을 한사코 외면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앞으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다. 그는 “다음달 5일 과학벨트 관련법이 발효되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 과학자와 언론인, 정치인들을 그룹별로 초청해 삼각벨트론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오는 15일을 1차 데드라인으로 정해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손학규의 선택은?

이처럼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와 호남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두 가지 사안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손학규 대표로서는 당의 대주주인 호남민심을 끌어안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사안 모두 반발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손 대표의 고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근 손 대표의 '호남 양보론'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호남당' 탈피의 시동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손 대표가 이제는 당의 변화를 겨냥해 자신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인 것.

이와 함께 호남권의 반발 등의 정치적인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과단성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과학벨트의 당론 사수도 '약속을 지키는 이미지'와 대선의 캐스팅보트인 충청권을 의식한 것이라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손 대표가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자신을 당 대표로 뽑아준 호남과의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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