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되는 실수의 반복 막아야

▲외환은행 직원들이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완료되기 전에는 하나금융 인수승인을 심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논란이 국회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며 다시 한번 표면화됐다. 9일 국회 정무위 소속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전남 무안)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현안 질의에서 "하나금융이 투기이익을 노리는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에 유상증자 주식을 배정하여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조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의원은 "실적 나쁜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무리하게 고수익을 약속하는 것은 동반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위원회의 인수승인 거부를 주문했다. 2011년 신년벽두부터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은 신문광고와 가처분신청 등으로 논란을 넘어 감정대립으로까지 치달았다.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른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짚어봤다.

# 하나금융, 구체적 자금조달 계획 없는 비상식적 인수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4조7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큰 틀에서의 세 가지 방안을 밝혔다. 우선 자회사인 하나은행의 배당금 1조9000억원과 하나대투증권의 3000억원의 자회사 배당금을 통해 2조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어 회사채를 발행해 1조1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성한다. 나머지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 마련과 관련해 하나금융은 '제3자 배정'이라는 지주회사 증자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에 있다. 하나금융은 2월 10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리스트를 공시했다. 총 36개 투자자들 중 27개가 자금출처를 파악할 수 없는 사모펀드로 구성되어 있다. 더욱이 이들의 지분율 합계는 8.98%에 달한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당초 사모펀드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통해 자본금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총 36개의 투자자 중 27개가 사모펀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자금조달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채 계약부터 체결하자는 식의 비상식적 처사로 볼 수 있다. 더욱이 론스타라는 외국 투기자본을 몰아내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더 많은 투기 자본을 국내에 유입하는 길을 열었다. 이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아닐 수 없다.

#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상법과 정관의 근거 희박

하나금융의 공시에 따르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근거로 하나금융 정관 제 13조 ②항 5호를 들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선진금융기술의 도입, 이 회사 또는 자회사 등의 재무구조 개선 및 자금조달, 전략적 업무제휴 등 경영상 필요로 외국인투자자, 국내외 금융기관, 제휴회사 등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또 상법 제418조(신주인수권의 내용 및 배정일의 지정·공고) ②항은 "회사가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 다만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두 조항 모두 외환은행 인수건의 근거로 내세우기에 논거가 희박하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 제3자 배정 365곳 중 사모펀드 27개(해외 헤지펀드 15개)

2월 10일 하나금융이 공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리스트를 보면 총 36곳 중 27곳이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사모펀드다. 특히 이중 15곳이 투기이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다.

하나금융지주가 신고한 '증권신고서' 15페이지에는 이들 외국 펀드들의 세부사항이 주로 헤지펀드 관련 사이트 (www.trackhedgefunds.com/, www.hedgetracker.com/, www.top1000funds.com)에 게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례로 www.trackhedgefunds.com에는 하나금융 유상증자 참여 해외펀드 27개 중 15개가 헤지펀드로 등재되어 있다. 특히 투자금액이 큰 페리 캐피탈, 오크-지프 캐피탈, 웰링턴, 오처드(Orchard) 등은 유명한 헤지펀드다. 이는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이어 하나금융마저 외국의 투기자본에 넘기는 자충수다.

# 헤지펀드 수익보장 위해 기존주주 이익 희생시켜

일반적으로 제3자 배정방식으로 주식을 할인발행할 경우 기존 주주 보호를 위해 보호예수를 적용한다. 하지만 이번 하나금융 건에는 보호예수 적용 조항이 없다. 바꿔말해 투자자(기관투자자, 해외펀드)들이 신주가 상장되마자 차익실현을 위해 바로 매도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또 주식을 살 때 매입한 주식을 담보로 돈을 차입하고 팔 때는 그 대금을 담보로 주식을 빌려쓰는 대차거래도 가능하다. 이로써 증자 참여 기관들은 단 며칠만에 5.5%의 이자 수익을 얻지만 그 만큼 기존주주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지난달 15일 하나금융 기존 소액주주들은 신주발행무효소송을 냈다. 또한 한국거래소를 상대로는 상장유예소송을 제기해 지난달 28일까지 상장일정을 지연시켰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다시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상장 요구 및 상장유예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지난 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하나금융의 가처분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결정을 내림으로써, 신주는 거래소 판단에 따라 상장될 전망이다.

# 수출입은행 보유지분 7% 고수익 보장

하나금융 공시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수출입은행과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이 동반매도권을 6개월 유예(풋옵션)하는 대신, 하나금융은 연 7%의 이자를 얹어 주기로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수출입은행에 대한 지나친 고수익 보장은 결국 외환은행 인수가 하나금융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쳐 공멸하는 길일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다.

정부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의 무리한 외형확장 자제, 건전 내실 경영을 유도하고 있다. 이번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정부가 그간 밝혀온 정책 내용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굴지의 신용평가 회사인 S&P와 무디스, 피치사 등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하고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금융정책에 위배됨과 동시에 공신력 있는 외국계 신용평가사들의 부정적 시선 속에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투명한 심사과정과 자료 공개 등을 통해 대한민국 금융시장이 또 다시 외국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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