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이면계약, 한미FTA, 군납비리 등 현안 산적

▲덩신밍 모습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33세 유부녀 덩신밍을 둘러싼 대한민국 외교관들의 '외도'로 국민적 합의와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산적한 현안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상하이 스캔들'로 불리는 이번 사건은 국민적 실망감과 함께 한중간 외교 마찰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미래 곳간이라고 할 수 있는 한미FTA문건 오류와 UAE 원전사업 이면계약서는 물론 국정원 직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의혹, 방산비리 등이 세간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졌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이슈가 쏟아지더라도 국가의 이익을 위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집중되어야 할 일들이 묻혀 버려서는 안 된다. 외국주재 외교관들이 현지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은 물론 지탄받아야 한다. 그렇다고해서 '불륜' '스파이' '브로커' '스캔들' 등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요소에 가려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를 현안들이 소홀히 다뤄져서야 되겠는가.

# UAE 원전 이면 계약서 논란

1월 30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은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원전 수출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전체 수주액 186억 달러(약 24조) 가운데 100억 달러(약 12조) 가량을 한국정부가 수출입은행을 통해 대출해주기로 했다"며 UAE 이면 계약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야권은 일제히 특수부대원 파병에 이어 '명백한 국가간 공사 리베이트'라며 비난을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고 규정하며 ""국회 지경위원회는 수주 계약서 등을 제출받아 이런 실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역시 UAE원전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2580'의 보도직후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수주 당시 수출금융 지원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이면계약 논란을 낳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 장관은 "대출 규모와 금리 등 조건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어느 나라도 수출금융의 세부조건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신용등급이 높은 UAE에 대출하려면 금리를 낮춰야 하기에 역마진이 발생한다는 주장에 대해 "수출금융은 OECD가 정한 가이드 라인 이하로 제공할 수 없어 역마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소명했다. 이어 정부는 "수출금융은 수출입은행이 맡을 예정"이며 "수은이 낮은 금리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 올 수 있도록 10년 간 매년 1000억원 씩 증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고 전했다. 야당 등은 지난해 말로 예정된 UAE 원전 기공식이 무기한 연기된 것이 정부가 약속한 자금지원이 늦어졌기 때문이 아니냐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 한·미FTA 협정문 오류

한·미FTA 협정문 국문본에서도 한·EU 협정문에 이어 심각한 오류가 다수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미FTA 협정문 국문본의 'Independent review'를 그 성격이 전혀 다른 '독립적 절차'와 '독립적 재심'으로 다르게 번역했다.

이어 '외교통상부는 의약품'을 '제품'으로 번역하고, '자율규제기구'를 '내국민 대우'로 아예 오타를 내는 등 수많은 오류를 생산했다. 이는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한·미FTA 협정문 국문본은 발효 즉시 국내법의 효력을 갖는 문서다. 오류 투성이 협정문이 통과된다면 향후 통상분쟁은 물론 우리 산업의 피해까지 예상되는 부문이다. 동시에 국제적 망신이다.

한·미 양국 모두 FTA 비준을 놓고 야당의 반대에 직면한 상황이다. 양국은 오는 7월1일까지 합의를 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기한을 넘길 경우 양국은 국내·외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은 물론 FTA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다.

# 생쥐 김치, 밑창 빠진 군화 '불량 군대'

군을 '사람'에 빗댄다면 군납은 '음식'에 빗댈 수 있다. 때문에 '군납비리'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군의 자정 노력만을 기대해온 그간의 관습에서 벗어나 전국민적 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 잇따른 군납 비리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과거 군납 비리는 무기나 장비류가 대부분이었던 것에 비해 작금의 군납 비리는 '생쥐 김치' '밑창 떨어진 군화' 등 그 범위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선진정예강군'은 첨단무기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방위산업의 원가 부정행위에 대해 부당 이득 회수는 물론 부당 이득을 상회하는 과징금 도입, 비리 업체 임직원 데이터베이스 구축, 가중처벌 등 엄정한 대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또 정부와 국회는 필요한 정책을 입안해 나가야함은 물론 상시적인 토의와 검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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