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노당 이해삼 최고위원,비정규직 격정 토로
최근 기간제법 시행령 제정(안)과 파견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 여부를 놓고 노동계와 시민단체, 정부간에 격돌이 있었다. 그 논란의 중심에 삭발과 단식 투쟁이라는 방법으로 노동계의 절박한 심정을 표출했던 노동운동가가 있었다. 바로 이해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한때 고려대에서 수학을 전공하며 수학교사를 꿈꾸기도 했던 그이지만, 5공화국 시절 노동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줄곧 노동자 권익 보호에 매진해 왔다. 이제는 수학보다 노동문제를 공부하며 보내온 시간이 더 많다며 이게 제 2의 전공이라고 말한다.이해삼 최고위원을 만나 기간제법, 파견법과 그 시행령의 문제점,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삭발과 단식투쟁 선언까지 하면서 기간제법 시행령 제정(안)과 파견법 시행령 개정(안) 반대 의사를 밝혔는데, 갑자기 시행령이 통과되어 허탈하지 않은지. 지금 심경은?
◆월요일에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머리를 깎고 단식투쟁을 시작했는데, 정부에서 19일 국무회의 심의 예정이던 것을 전격적으로 12일에 처리해 버렸다. 단식 투쟁은 접었다.
-예정보다 1주일 앞당겨 국무회의 심의를 한 배경은 뭐라고 보는지?
◆한 마디로 졸속, 밀행 심의다. 아침 8시에, 그것도 주무부처인 노동부 장관도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심의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정부당국과 이번 파견법,기간제법 시행령 문제에 관해 노동계, 진보정당 등과 청와대 사이에 대화가 없었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통령을 면담할 때 이 문제를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때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12일에 앞당겨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대통령께서 식언을 한 셈인가?
◆말하자면 그렇다.
-비정규직에 대한 이 최고위원 나름의 간단한 정의를?
◆물론 자본주의 사회이므로 근로의 극대화를 꾀하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것은 사회 구조 자체가 사람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그런 사회가 되는 것 아닌가?
-이 최고위원이 보는 기간제법 시행령 제정(안)과 파견법 시행령 개정(안) 사태의 본질은?
◆이번에 국무회의에서 전격적으로 통과된 시행령들은 비정규직 확산법이라 할 만한 모법들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시행령 하나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이들의 모법들이 잘못된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민노당에서는 이 법들의 폐지를 촉구해 왔다.
-개정이 아니라 완전 폐지를 추구하는 것인가?
◆그렇다. 지금 근로기준법만으로도 정리해고 등 꼭 필요한 경우엔 모든 경영정상화 조치가 가능하다. 지금 근로기준법을 보면 경영이 갑자기 어려워졌을 경우 등 정리해고 사유를 정하고 있다.
또 기간제 문제만 해도 그렇다. 사람이 어느 직장에 들어가면 별 문제 없는 한 평생 근무하겠구나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파견제법, 기간제법 등을 이렇게 따로 만들어 놓으면 그런 기본적인 기대를 완전히 접어 버리는 것이다. 우리 사회 자체가 비정규직들을 기본적인 패턴으로 생각한다는 것 밖에 안 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전반적으로 사용자 보호를 위한 규정이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컨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대우를 느껴 노동위원회에 제소한다고 치자. 이때 그는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혼자 뛰어 다니라는 소리다. 바쁜 노동자에게는 제소가 불가능하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노동부가 내놓은 차별시정안내서 같은 것도 내용을 들여다 보면 경총 같은 사용자단체의 논리를 반영한 듯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또 기존에 26개 대분류로 되어 있던 파견법 같은 경우 이번 시행령 통과로 더 많은 직종에 파견직 사용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 파견직 노동자가 정부 추산으로만 지금 13만인데, 이렇게 법이 바뀌면 450만으로 늘어나게 된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당의장의 경우 스페인 등에서 시행 중인 '제 2 정규직'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이해삼 최고의원의 생각은?
◆(불만스런 표정) 언어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본다. 제 2 정규직이 대체 뭐냐.
-정부가 여태껏 추구해온 일자리 창출, 일자리의 질 높이기와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게 아닌지?
◆(고개를 끄덕이며)거꾸로 가는 게 맞다.
-노동전문 변호사이던 노무현 대통령 정부가 이런 노동정책을 펴는 것에 대한 실망이 없지 않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한나라당 만큼이나 노무현 대통령도 끔찍하다고 본다 지금 정부에서 진행된 비정규직 관련 법률 개악, 한미 FTA 추진 등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아니다. 어찌 보면 한나라당의 대행 정부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제 기간제법과 파견법들에 관해 어떤 방법으로 민노당에서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 나갈 것인지?
◆비정규직 문제는 이제 계급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가정의 문제다. 수많은 비정규직 양산으로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가 840만명이다. 집집마다 비정규직이 하나씩 있다고 보면 된다. 어느 개인 하나가 잘 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이라는 불합리한 제도 자체에 국민들의 70%가 없어저야 한다고 본다. 이런 여론을 하나로 결집하는 역을 우리 민노당에서 하려고 한다. 우리 민노당에서 널리 홍보해 연대를 이끌어 낼 것이다.
◆처음에는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9명의 의원이 여의도에 입성했다. 물론 기성정치의 벽이 높긴 하지만, 과연 우리 민노당과 민노당 의원들이 초심처럼 치열하게 활동했는지 반성할 때라고 본다.
우리는 '거대한 소수' 전략을 사용할 것이다. 민노당은 작고 국회의원수도 적지만, 우리 뒤에 다수 민중이 있고 다수 민중을 위해 우리 소수 민노당 정치인들이 싸운다고 생각하려 한다. 민중의 권익을 보호하는 정책을 만들어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