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7일 있을 재보선에서 현재 가장 뜨거운 곳은 분당을이다. 임태희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내놓은 자리를 놓고 치러지는 선거다.

분당은 중산층이 몰려 사는 지역이어서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간의 관심은 누가 한나라당 후보로 되느냐에 있다. 민주당도 그에 따라 맞춤형 후보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좌파필패 분당乙 지더라도 나서라
3월15일자 국민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정운찬 전 총리와 붙을 경우 43.5% 대 46.0%로 오차범위 내 열세,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는 48.6%대 40.6%로 비교적 큰 차이의 우세를 보였다.


민주당이 손 대표를 후보로 낸다면 한나라당은 출마에 부정적인 정 전 총리를 꽃가마에 태워서라도 모셔오려 할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눈치보기는 대학입시 지원마냥 치열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이다. 분당에서 민주당 후보의 당선확률은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에서의 당선확률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손 대표가 나와서 떨어질 경우 득보다 실이 크다.

필자의 관심은 조금 다르다. 분당을 보궐선거가 이른바 강남좌파가 ‘시험에 들기’를 되기를 바라고 있다. 시험에 든다는 것은 강남좌파 인사가 당락에 관계없이 정치의식에서 서울 강남의 판박이라 일컬어지는 분당의 중산층으로부터 평가를 받는 것을 뜻한다.

강남좌파란 말이 등장한 것은 노무현 정권 때이다. 재산과 소비생활은 강남 중산층 수준이면서 정치성향은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이른다. 간단히 말하자면 ‘강남에 사는 노빠’다. 강남 이외 지역에서도 지식노동자,전문직종사자 중에 이런 부류가 많다.

‘강남’과 ‘좌파’ 양립의 시험대
요즘 강남좌파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사람이 서울대 법대 조국이라는 교수이다. 명문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을 마다하고 미국에서 학위를 하고 돌아와 강단에 선 드문 경력을 지녔다.

2000년부터 참여연대 활동을 통해 사회적 발언을 날렸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노무현 정권 말기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발탁된 시기를 전후해 좌파 언론들이 달아놓고 ‘멘트’를 따면서 일약 유명 인사가 됐다.

좋은 학벌에 좋은 직업, 인권 복지 민주 등 진보적 가치의 화신, 도덕적 언어로 ‘비도덕적’ 권력을 질타하는 유려한 말솜씨,거기에 ‘꽃중년’이라는 40대 중반의 남성적 매력이 가세해 그의 인기는 하늘이라도 찌를 듯하다.

민주당이 그에게 분당을 출마를 집요하게 종용한 심정이 이해가 된다. 난공불락 보수의 아성 을 공략할 신무기로서 시험해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조국은 거부했다.

이유인즉 자신에게는 ‘정치근육’이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면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만나고, 어울리고 하는 대중 활동에 많은 시간과 정력을 소모해야 하는데 자신에게는 그럴 만한 근육이 없다는 것이다.

기득권 지키며 머리만 굴려서야
겸손인 것 같지만 아니다. 그는 일개 의원으로서 날치기통과 저지 몸싸움에 동원되는 점잖지 않은 집단행동에 휩쓸리는 행동 따위로 스타일을 구기고 싶지 않은 것이다.

대신 좌파의 집권전략과 제공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겠단다. 아닌게 아니라 그는 최근 ‘진보집권전략’이라는 책을 써서 각광 받는 중이다.

그를 두고 ‘당신은 이미 폴리페서다. 정치현장으로 가라’ 비판이 많다. 이에 대해 그는 서구 교수사회에선 자기와 같은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변명한다.

그는 ‘제3의 길’을 들고 나와 영국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권의 브레인 역할을 한 앤서니 기든스를 역할 모델로 삼고 있는 모양이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노골적 비판 발언을 보면 언어학의 업적 못지않게 신랄한 정치비평으로 유명한 미국의 노엄 촘스키도 염두에 둔 것 같다.

조국은 스스로를 웅략을 품은 제갈량에 비길지 모르나 일개 서생의 ‘경륜’이 그대로 통할 만큼 우리나라 정치가 단순하지는 않다. 필자 눈에는 안정적인 국립대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정치에 실질적 영향을 행사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내던지기 싫어하는 것이다.

노무현은 적어도 좌충우돌식 변설과 4전5기하는 행동력을 밑천으로 정권을 잡았다. 중국에서는 말만 있고 행동이 없는 명사(名士)를 국요(國妖)라고 했다. 폴리페서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리라.

행동없는 집권 플랜은 종잇장
그의 특별한 자존심으로 보아 분당을 출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손 대표의 출마가 무산될 경우 민주당은 다른 강남좌파를 물색하려 할 것 같다. 민주당으로서는 필패의 선거에서 정치적 의미를 건지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듣기론 노무현 정권에서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김창호, MBC 앵커 출신 신경민 등이 자천 또는 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모두 강남 좌파로 불러 손색이 없는 인물들이다.

양지만 밟으려 해서는 성장하지 못한다. 노무현도 낙선으로 전투력을 다져 대권에 오르지 않았던가. 강남좌파여, 일어나서 싸워 봐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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