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릴사위 공개모집, 경쟁률 270:1로 조기마감

"경제적 능력도 사랑의 일부분이다"

강남의 1000억 재력가라고 밝힌 한 아버지가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노처녀 딸의 남편감을 찾겠다고 공개적으로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10일 결혼정보업체인 ㈜좋은만남 선우에 따르면 60대 김 모씨는 최근 38세 딸의 배우자를 찾아달라며 선우를 찾았다.

김씨는 "해외 유학파인 딸은 나이가 좀 많은 게 흠이지만 본인 재산만 20억원이 넘고 전문직으로 일하면서 '꽤 괜찮은 연봉'을 받고 있다"며 딸에게 잘 어울리는 배우자를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단, 아들이 없는 만큼 아들 노릇을 하면서 집안을 이끌어 갈 데릴사위가 될 수 있어야 하며 독자적 경제능력이 있는 남성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외모가 단정하고 종교가 같아야 하며 올바른 가정교육을 받고 자란 전문직 종사자나 그에 준하는 똑똑한 남성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뢰를 받은 업체는 커플매니저 50명에게 김씨의 사위 찾기에 필요한 세부 조건을 마련토록 한 뒤 이를 회사 홈페이지에 올려 공모에 나섰다.

이 업체는 모집공고에서 "김씨 집안의 경제력이 김씨의 딸과 결혼하는 목적이어선 안된다. 처가에 경제를 의존한다거나 '빵빵한 재력때문에 결혼한다'는 생각은 버려달라"고 당부했다.

또 데릴사위라는 조건 때문에 남자 쪽에서는 '아들을 빼앗겼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집안에서 충분한 사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공지했다.

장남보다는 차남이나 막내, 최소한 김씨 딸에 준하는 학벌과 직업, 불필요한 자격지심이나 자존심을 배제할 것 등도 지원 조건에 포함됐다.

(주)좋은만남 선우는 인터넷 지원자와 내부 회원을 상대로 5명의 적임자를 골라 김씨 딸에게 소개해 주기로 했다.

(주)좋은만남 선우의 데릴사위 모집공고는 이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실시간 검색순위에 상위랭크 되면서 인터넷상을 뜨겁게 달궜고, 12일 선우 측은 1000억원대 재력가 딸의 데릴사위 공개모집에 너무 많은 지원자가 한꺼번에 몰리자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공개모집을 조기 마감했다.

선우 측에 따르면 공개모집이 시작된 7일부터 12일까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을 비롯해 보험회사 지점 소장과 대기업 직원 등 다양한 직업군의 남성 270여 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 남성의 나이는 33∼48세까지 다양했지만, 30대 후반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10일 언론을 통해 모집 사실이 알려진 뒤 단 하루 만에 180명이 넘는 데릴사위 후보가 몰려들었다.

선우 측에서는 "e메일을 통해 지원서를 낸 사람만 250여 명이고, 하루 문의전화는 수백 통에 이르고 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데릴사위 공개모집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선우 측 관계자는 “실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지원자 가운데 일반에 이름이 알려진 사람도 한두 명 있다”며 “지원자 가운데에는 해외 교포도 있고, 부모가 대신 서류를 작성해 낸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선우 측 관계자는 "예상보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 이 정도면 좋은 상대를 찾아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공개모집을 마감했다"며 "이후 과정을 조용하게 진행하며 좋은 만남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부사장이라고 밝힌 30대 후반 남성은 “김모 씨 집안의 재산을 바라고 데릴사위가 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격 요건을 볼 때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신청 사유를 적었다.

또 다른 지원자는 "당연히 사랑도 중요하겠지만, 사랑의 일부분도 경제적 능력이라고 보고 있다. 조금 더 앞을 내다본다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선우 측 관계자는"의사, 보험대리점 지점장, 공인중개사, 복지사,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다 모였다. 이렇게 다양하게 올 줄은 몰랐다"며 "'우리 집에 작지만 빌딩이 있다'며 아예 대놓고 문의를 하신 분들도 계셨고. 52년생인데 자긴 안 되느냐는 문의도 잇따랐다"고 밝혔다.

선우는 1주일 동안 자격조건에 따라 서류심사를 거친 뒤 1 대 1 면접을 통해 인간성, 건강 상태 등을 토대로 최종 후보자 5명을 추릴 예정이다. 최종 후보자들은 차례로 맞선을 공모한 여성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엄청난 재력을 조건으로 데릴사위를 공모하는 것 자체가 결혼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로 여기는 일반 정서에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자칫 돈으로 결혼을 사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미혼인 손모(34.개인사업)씨는 "재력가가 데릴사위를 구한다는 소식에 놀랐다"며 "결혼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상식을 벗어난 결혼이 얼마나 호응을 받을지 의문이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선우 이웅진 대표는 "얼마 후면 데릴사위도 주요 결혼풍속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최근에는 경제력 없는 사위가 처가에 기대어 산다기보다는 아들 없는 집안에서 아들을 맞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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