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자료, 품위손상 등 종합적인 고려…허·김 전 총영사 등 10명은 징계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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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은 25일, '상하이 스캔들'과 관련해 "이번 사건은 스파이 사건이 아닌 심각한 수준의 공직기강 해이 사건'으로 결론을 내렸다.


[투데이코리아=박 일 기자]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 영사들과 중국인 여성 덩신밍(33)씨를 둘러싼 의혹을 조사한 국무총리실은 25일, 이번 사건을 '스파이 사건'이 아닌 '심각한 수준의 공직기강 해이 사건'으로 결론을 내렸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상하이 스캔들'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한편, 정보유출, 품위손상, 비자 부정발급 등의 사실이 확인된 공직자 10여명에 대해 해당 부처에 징계를 요청하기로 했다.

총리실은 영사들이 업무협조를 위해 덩씨라는 비공식 채널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자료유출이 있었지만, 관련자 진술과 유출된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가기밀 유출을 노린 '스파이 사건'으로 볼만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당초 총리실과 법무부, 언론 등에 제보된 덩씨 소유 자료는 대부분 법무부 소속 허모 전 영사로부터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허 전 영사는 ▲총영사관 비상연락망 ▲외교관 신상정보 ▲2008년 사증발급 현황 ▲비자 발급 대리기관 관련 통계 등의 자료를 덩씨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으며 김정기 전 총영사가 갖고 있던 MB선대위 비상연락망 등 4건의 자료는 덩씨 소유 카메라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 전 총영사는 관저에 누군가 침입해 자료를 몰래 촬영한 사진에 대해서는 주요 인사 명단이 촬영되기 2시간여 전, 김 전 총영사와 덩씨가 같은 기종의 카메라로 상하이 힐튼 호텔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던 사실도 밝혀졌다.

이 밖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 등의 방중 관련 공문 등이 외교통상부 소속 박모 전 영사와 지식경제부 소속 김모 전 영사를 통해 유출된 사실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일정에 대한 정보유출 문제점도 지적됐지만, 국가기밀이 아닌 현지 참관단의 사전 방중 공문이 업무 협조차 덩씨에게 제공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총리실은 유출된 19건이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들은 아니지만 신분을 모르는 여성에게 공관의 문서를 제공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일부 영사들이 업무협조를 목적으로 영사관 이외의 자리에서 덩씨와 개별적인 술자리 등을 가진 사실도 확인됐으며 몇몇 영사들은 덩씨와 현지 호텔 등에서 부적절한 관계까지 맺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덩씨는 일부 영사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비자발급과 관련한 편의를 제공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금품수수 여부가 있었는 지에 대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덩씨는 특정기관의 비자발급 대리기관 선정을 위해 영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펼치기도 했는데 특히 김 전 총영사와 덩씨가 지난해 12월 밀레니엄 호텔에서 찍은 사진의 촬영일시가 조작됐다는 의혹에 대해 총리실은 "촬영시간은 맞지 않지만 시간 설정상의 착오인지 조작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총영사와 장 전 부총영사 간 갈등 의혹에 대해 "업무 처리과정에서 일부 갈등은 있었지만, 이런 갈등이 총영사의 자료유출과 관련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정부합동조사단이 상하이 총영사관의 업무처리 및 복무실태를 점검한 결과도 함께 공개했는데, 총영사관의 출입통제 시스템, CCTV 운용, 기록물 보관 등에 있어 보안관리 실태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규정상 내국인 접대비로 외교활동비의 25% 이상 지출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상하이 총영사관은 2009년엔 57%, 2010년에는 69%를 내국인 접대비로 사용했다.

총영사관이 본부 직원 방문시 패키지 관광 제공, 룸살롱 접대 등으로 예산을 집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현지 상사주재원 등으로부터 골프접대를 받고 향응을 수수한 영사들도 있었다.

총리실은 자료유출, 부정 비자발급, 부적절한 관계 등이 확인된 10여명의 총영사관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해당 부처에 요청할 예정이다.

다만 김 전 총영사에게는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충렬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은 "김 전 총영사는 5월 초 자동적으로 면직될 예정이고, 외교부에서 징계를 해도 실익이 없다. 외교부에서 다른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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