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기량-화끈한 경기운영, UFC 괴물 신인 등극!

[투데이코리아=장병문 기자] 한국 격투기에 괴물 파이터가 등장했다. 멋진 승리로 격투기 팬들의 갈증을 한 방에 날린 '코리안 황소' 양동이(27.코리안탑팀)가 그 주인공이다. 양동이는 지난 4일 미국 켄터키주 KFC센터에서 열린 UFC에서 랍 키몬스(30.미국)를 상대해 강력한 파운딩 펀치를 앞세워 TKO 승리를 따냈다. 앞서 키리스 카모지(25.미국)에게 아쉽게 1-2 판정패 한 아쉬움을 단박에 날렸다. 사실 양동이는 이번 경기 전 큰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카모지에게 패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진다면 UFC에서의 생존이 어려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양동이의 표정에서 긴장감을 찾기 어려웠다. 스파링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결과는 양동이의 완승. 추성훈-데니스강-김동현을 이을 대한민국 간판 파이터가 등장한 것이다. UFC 미들급에서 초신성으로 떠오른 양동이를 만나기 위해 그가 몸 담고 있는 코리안탑팀 체육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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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이는 누구인가?

큰 대회를 치렀기 때문에 한 동안 휴식을 취하고 있을 거란 생각은 기자의 착각이었다. 양동이는 매일 오후 3시 30분이면 체육관에 나와 훈련을 시작했다. 인터뷰 약속을 잡은 날도 양동이는 큰소리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외치며 체육관 문을 열었다. 양동이는 "경기가 끝나고 3~4일 휴식을 취하고 다시 체육관에 나왔어요. 다른 선수들의 스파링을 돕기 위해서죠. 저도 경기 전에 동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거든요. 이번에는 제가 도움을 줄 차례입니다"라며 휴식이 짧았던 이유를 설명했다.

양동이는 얼마 전 경기가 끝난 선수의 얼굴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말끔한 모습이었다. 양동이가 압도적으로 키몬스를 제압했다는 증거다. 그러나 양동이는 자신의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부족한 점이 많았어요. 상대에게 손쉽게 테이크다운을 허용했고, 정교함도 떨어졌어요. 이번 경기를 통해서 보완 할 부분들을 많이 발견했습니다"라며 겸손한 대답을 내놓았다. 충분히 압도한 경기였지만 스스로에게 더욱 채찍질을 가하는 양동이였다.

양동이는 이번 경기를 통해서 일반 팬들에게도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격투기 마니아들에게는 '한국판 효도르'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았지만 일반 팬들에게 생소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제 이름은 아버지께서 지어주셨어요. 맑고 깨끗한 물을 담으라는 뜻이에요"라며 '양동이'라는 이름의 뜻을 설명했다. 이어 "용인대에서 동양무예학를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군대를 다녀오고 다소 늦은 나이에 코리안탑팀에 들어갔죠. 이곳에서 MMA(종합격투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레슬링에 흥미를 갖고 집중적으로 연습했는데 지금은 타격에도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 쪽으로 편향되지 않고 고르게 발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라운드 파운딩이 특기고 가장 자신 있습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양동이는 UFC에서 2전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UFC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9전 전승을 거두고 있었다. 아홉 번의 승리 중 여덟 번을 TKO 승리를 거둘 만큼 화끈한 파이터다.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봤을까. UFC는 일찌감치 양동이를 눈여겨 보고 먼저 접촉을 시도해 계약을 성사시켰다.

# 양동이가 느낀 UFC

이제 두 번 UFC 무대에 올랐지만 "많은 것을 경험하고 앞으로의 경기에 대해 준비를 철저히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는 양동이다. 양동이는 옥타곤에 대한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앞서 일본 중견 격투기 단체인 히트에서 두 차례 케이지에서 경기를 한 바 있어 옥타곤에 연착륙에 많은 도움이 됐다. "옥타곤의 8각 링과 4각 링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어요. 비슷하다는 느낌이랄까. 굳이 비교하자면 4강 링에 비해 옥타곤은 체력적으로 더 부담이 되는 것 같아요. 4각 링에서는 잠시 쉴 수 있지만 옥타곤은 멈출 수 없거든요. 그래서 경기운영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세세한 차이점을 짚어내는 모습에서 UFC 파이터의 강인함이 묻어나왔다.

격투기 전문가들 역시 옥타곤에서의 체력은 일반 링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옥타곤은 크고 넓기 때문에 움직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프라이드 무대에서 UFC로 진출한 파이터들이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낸 경우가 많다. 결국 옥타곤에서는 경험으로 인한 노련함 경기 운영으로 체력 안배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양동이 역시 이런 사실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양동이는 UFC를 "역시 세계 최고의 무대"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가 가장 높게 평가한 부분은 UFC의 체계적인 선수관리. "숙소뿐만 아니라 훈련 시설이 굉장히 좋아요.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 해줘서 경기력을 올리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또 경기로 인해 부상을 입게 되면 전액 치료비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다른 단체에 비해 부담이 적어요." UFC의 선수관리에 대해 박수를 보내는 동시에 부러운 시선을 함께 나타냈다.

양동이를 힘들게 하는 부분도 있었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는 문제다. 대부분의 선수들도 비슷한 처지겠지만, 양동이는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야하는 것과 시차적응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UFC는 꼭 경유지를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어줍니다. 많은 거리를 돌아가게 돼서 비행기와 공항에 머무는 시간이 굉장히 힘들어요. 직행 티켓을 보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뭐든지 잘 먹는 타입이라 음식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맛있어서 더 많이 먹게 되던데요. 그런데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도착하고 훈련을 소화하기 힘들었어요"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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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계형 파이터의 아쉬움

UFC에서 화끈한 승리를 거두면서 타 단체에서 뛸 때보다 많은 파이트머니를 받은 양동이다. 하지만 아직도 생활이 빠듯하다고 솔직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는 "아직까지 여유롭지 않아요. 이제 겨우 운동에 몰두 할 수 있을 정도죠. 이번 경기에 앞서 스폰서가 생겨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 격투기 선수들은 대부분 생계형 파이터들이다. 보통 선수들은 낮에 돈을 벌고 밤에 운동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 격투 무대가 침체기에 빠지면서 선수들이 설 무대도 크게 줄었다. 운동만 한다고 해서 누가 월급을 줄 리가 없다.

양동이 역시 UFC에 진출하기 전 9연승으로 승승장구 했지만 생활고를 겪어왔다. 당시 양동이의 파이트머니가 50만 원 정도였으니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제 때 받지 못해 심한 마음고생을 겪기도 했다. 양동이는 운동을 병행하면서 막노동과 야간 아르바이트 등 닥치는데로 일을 해왔다. 그는 "우리나라 단체에서 3번 경기를 했어요. 그런데 파이트머니를 한 푼도 받지 못해 힘든 생활을 했죠. 소수의 사람들이 힘들게 생긴 단체를 흐트려 놓았어요"라며 어려웠던 과거를 회상했다.

# 'KO 머신' 양동이를 꿈꾸며!

양동이의 목표는 소박했지만 뚜렷했다. 그는 "목표는 당연히 챔피언이죠. 신인이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은 것도 알고 있어요. 누구를 꼭 집어 대결하고 싶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체에서 지목하는 선수들을 상대로 승리하는 게 중요하겠죠"라며 신인다운 패기 넘치는 자세를 보였다. 양동이는 키몬스를 상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앞으로 UFC 무대에서 더 강력한 파이터들과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그의 말처럼, 챔피언과의 대결을 위해서는 앞으로 만나는 상대들을 차례대로 격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그것이 양동이의 현재 목표다.

아울러 양동이는 "매 경기 KO 승리를 거두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강력한 한방으로 상대를 KO시키는 것이 모든 격투기 선수들의 로망이듯, 양동이 역시 화끈한 경기를 갈망했다. 현재 UFC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은 실력이 상향평준화 됐다. 비슷한 기량의 선수들을 일격에 쓰러뜨리기는 쉽지 않다. KO를 의식하고 경기를 풀어나간다면 도리어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절정에 기량에 올라와 있으며 저돌적이고 화끈한 양동이기에, KO에 대한 욕심과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양동이는 UFC로 이적하면서 라이트헤비급에서 미들급으로 체중을 낮췄다. 체중 감량으로 인한 주먹의 중량감이 감소할 수도 있었으나 이번 경기를 통해 우려를 잠식시켰다. 그러나 동양 무대에서는 헤비급 선수들과 겨뤄도 체격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서양 파이터들은 달랐다. UFC 미들급에서도 양동이의 체격은 작은 편에 속한다. 양동이는 "상대보다 체격이 작으면 더 많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더 큽니다. 이들을 이기려면 운동량이 훨씬 많아야 해요"라고 전했다. 신체적인 조건을 바꿀 방법은 없다. 양동이가 극복해야 할 숙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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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이는 인터뷰 말미에서 국내 격투팬들에게 "이제 겨우 1승했는데 많이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이제 시작입니다. 더욱 큰 선수로 성장할테니 지켜봐 주세요"라며 응원과 성원을 부탁했다. 양동이의 말대로 이제 UFC 1승이다. 그가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 10승이 필요할 수도 있다. 팬들의 아낌없는 응원이 그의 승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 자명하다. 열악한 국내 격투계에서 괴물이 탄생한 것은 분명하다. 그 괴물이 자신의 꿈을 위해 조금씩 전진하면서 세계 최고의 괴물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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