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봉, 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 트리니티클리닉 공동원장.

얼마 전 영화 '드림걸즈'를 보았다. '시카고' 이후로 참 재미있게 본 뮤지컬 영화였다. 더구나 이 영화를 찍기 위해서 비욘세가 15kg 이상의 다이어트를 했다는 내용의 글을 쓴 적도 있어서 그런지 더욱 재미있게 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비욘세보다 예쁘지도 않고, 몸매도 날씬하지 않지만 더 자신감 넘치는 연기를 보인 제니퍼 허드슨에게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나만은 아닌 것 같다. 골든 글러브 상에서도 제니퍼 허드슨에게 여우 조연상의 영광을 안겨준 것을 보면 말이다. 몸매나 얼굴보다는 가지고 있는 재능과 그 재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가 결국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도 중계하지 않고, 안티 다이어트 운동도 폭넓게 일어나면서 얼마 전 뉴스에서 '비만 여성을 위한 패션쇼'도 열렸던 것 같다. 비만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일단 '비만'을 자신의 의지 박약이나 게으름의 소치로 여기는 입장이 좀 달라졌으면 한다.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해야 될 상황이 되고 있다.

단순히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게을러서 운동도 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으로 비만 환자들을 매도하지 않고 질병으로서의 비만으로 인식해야 될 때가 아닐까 싶다.

또한 비만치료와 체형성형도 구별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중요하다. 비만은 그 자체가 하나의 질병이면서 동시에 당뇨병, 고혈압, 퇴행성 관절염 등의 여러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따라서 비만은 치료가 되어야 할 질병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체형성형의 개념은 정상적인 체지방을 가지고 있지만 체지방 분포의 불균형에 의해 왜곡된 체형을 잡아주는 미용적인 개념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결국 사회에서 바라보는 눈길 때문에 정작 비만이 아닌 분들이 비만 치료에 나서고, 꼭 치료가 필요한 분들이 비만 치료에서 소외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하겠는가' 라는 말이 심도 있게 다가온다. 자기를 아끼는 길에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만일 그 모습이 질병에 의한 것이라면 치료를 하는 것도 자기를 아끼는 중요한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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