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폭로·학력위조 경력…
▲지난 22일, 자서전 '4001'을 출간해 다시 한번 여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신정아(39)씨 |
[투데이코리아=박 일 기자] 신정아(39)씨의 자서전 '4001'이 출간 하루만에 5만부가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그녀의 자서전이 불티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정운찬 전 총리, 전직 기자 출신의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들의 '이니셜'도 아닌 실명이 책 속에서 고스란히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충선길목의 평가전 성격이 짙은 '4.27재보선'을 한달여 앞둔 시기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때다. 당장 자서전의 한 줄, 한 단어에 의해 관련 인사들의 정치적 명운마저 걸려 있어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혹자들은 신씨가 '돈벌이'를 위해 (재미 위주로) 썼으며 민감한 때 출간해 정치적 색깔이 농후하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당사자로 책 속에서 언급됐던 인사들 역시 "말도 안 된다. 상상으로 꾸며낸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신씨에 대해 그다지 호전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이미 그녀는 2007년, 당시 청와대정책실장 변양균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했었으며 학력위조 사실도 드러나면서 이미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바 있기 때문.
이번 '폭로'가 신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번 재미를 봤으니 다시 한번 보겠다는 심산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층 높아진 여론의 시선도 그리 호의적이지 못한 것 같다. 최근 자서전과 관련해, 한 여론조사기관의 '책이 사실보다 과장됐을 것 같다'(35.4%)라는 조사결과는 이미 신씨의 자서전은 공신력을 잃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덕분에 신씨의 노이즈마케팅은 대성공을 거뒀다. 그녀의 폭로는 호사가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었고 덩달아 '흥행과 인기'의 수단이 돼 버렸고 책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정략적인 의도였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신씨의 이번 자서전 한권은 정국을 격랑 속으로 몰아 넣었다.
당장 정 전 총리는 4.27재보선의 '뜨거운 감자'로 평가되는 '분당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신씨의 '자서전 폭로'가 세상에 알려졌던 지난 23일, 정 전 총리는 그날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등 적잖은 데미지를 받은 모습을 보였다. 언론매체들도 행사장까지 그를 쫓아다니며 질문공세를 퍼붓는 등 괴롭히고 있다.
전직 기자로 언급됐던 C모 의원도 상황이 난처해진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는 출판기념회 기자회견을 통해 "4001번으로 살아온 지난 4년의 시간과 헤어지고 또 다른 신정아로 새로 시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며 자서전 출간배경에 대해 밝혔다. 아쉽게도 '4001'에서 학력위조 부분에 대한 속시원한 해명은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변 정책실장이나 유명인사들에 대한 폭로들에 대부분의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신씨의 말대로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려고 했다면 그에 대한 페이지를 늘렸어야 했다. 폭로로 점철된 자서전이었기에 그녀의 말들은 이미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또 신씨가 진심으로 '추태를 부렸던' 당사자들에게 펜의 힘을 빌어 피해를 주고 싶었다면 이니셜 처리를 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일각에서는 당사자들의 입장이나 사실여부 확인 없이 '일방적 휘두르기'라는 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피해자에서 칼자루를 쥔 가해자가 된 신씨에 의해 난도질당했던 유력인사들의 입지가 협소해졌다. 이들의 추태행위에 대한 여부와는 별개로 진실이 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