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고맙고 미안해 ... 롤모델은 ‘루이자’ 역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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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뮤지컬 디바로 인정받는 차지연이 지난 31일 공연을 끝으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무대에서 내려왔다.

차지연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 에드몬드(몬테크리스토 백작)가 사랑하는 여인 ‘메르세데스’로 출연해 안정적인 연기력과 출중한 가창력을 선보이며 관객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의 뒤를 이어 최근 <아이다>를 마친 옥주현이 무대에 오른다.

<몬테크리스토>를 하차하는 차지연은 “좋은 작품에서 떠나게 되어 무척 아쉽다”며 “그동안 과분한 사랑을 보내주신 관객 여러분과 함께 고생했던 동료 배우와 스태프들, 그리고 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신 EMK 엄홍현 대표와 김지원 대표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는 지난해 이 작품의 초연을 마치고 가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게 <몬테크리스토>는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며 각별한 애착을 드러낸 바 있다. 그 마음은 올해도 변함없었다.

차지연은 “<몬테크리스토>는 무대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좋은 에너지를 받게 해 준 소중한 작품이다. 배우가 아닌, 자연인 차지연도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고 생각이나 마음 씀씀이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그게 작품의 힘’이라고 활짝 웃어보였다.

그는 이어 “그런 삶의 자세를 유지해야만 무대 위에서 정말 좋은 사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몬테크리스토>는 내게 엄청나게 큰 선물이었다”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들었던 ‘메르세데스’와 작별하는 마음은 어떨까.

그는 “메르세데스의 진실한 모습을 더 잘 표현했어야 했는데, 내가 아직 여러모로 부족했던 거 아닐까 하는 마음에 그녀에게 미안하다”며 “벌써 떠나보내야 하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배우고 느낀 점도 많다.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한층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집중력을 놓지 않으면서도 힘을 뺀 여유로움 역시 돋보였다. 그러고 보니, 데뷔 후 같은 작품에 두 번 출연한 것은 <몬테크리스토>가 처음이다. 그는 스스로 작년과 올해 자신의 연기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을지 궁금했다.

“마치 퍼즐을 맞춰가듯 작년에는 보이지 않았던 부분과 조각들을 찾아가는 작업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건 아마도 제 생각의 깊이가 달라졌기 때문일 거예요. 올해는 마음도 조금 더 넉넉해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을 통해 참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그의 표정에서 행복이 그대로 묻어났다. 하지만 지난 2월 남산창작센터에서 열린 <몬테크리스토> 연습실 공개현장에서 그는 “이 작품이 부담도 되고, 책임감도 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같은 작품에 두 번 출연한다는 것이 무척 어렵고 힘든 작업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초연 때는 그냥 제 느낌가는 대로 했다면, 이제는 전체적인 흐름 안에 저를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동안 저 스스로도 몰랐던 것들을 많이 발견했죠”

그는 이처럼 결코 만만하지 않은 작업의 정답을 선배들의 모습에서 찾았다. 그사이 상대 배우들이 훨씬 더 성숙해지고, 서로 발전한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 자신 역시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기 위해 연신 구슬땀을 흘렸지만, 더 좋은 연기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배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고, 비웠다고 고백했다.

<몬테크리스토>를 통해 ‘롤모델’을 찾은 것도 어쩌면 그에게 소득이다. 차지연이 가장 닮고 싶은 배우로 꼽은 이는 바로 해적선 여선장 ‘루이자’ 역의 김영주.

무대 위에서는 강한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하면서도, 무대 밖에서는 마치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동료를 감싸 안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그런 선배가 되겠다는 각오를 갖게 했다고.

차지연은 “영주 언니에게서 무대 위 배우의 삶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배웠다”며 “그 누구보다 멋있고 프로페셔널한 모습 뒤에 숨겨진 상대에 대한 포용력과 겸손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몬테크리스토>를 마친 차지연은 오는 5월 창작뮤지컬 <엄마를 부탁해>로 다시 관객 곁으로 돌아온다. 지난해 연극무대로 꾸며졌던 이 작품은 올해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차지연은 이 작품에서 ‘장녀’ 역을 맡아 김성녀, 김덕환 등 관록의 선배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춘다.

그가 어떤 모습으로 객석 앞에 다시 서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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