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송태경 민노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실장

송태경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실장은 마른 체격에 안경을 낀 학자 스타일의 중년신사다. 그러나 첫인상과 달리 그는 연이은 야근도 마다않고 민노당의 경제정책 전반 수립과 현장실무까지 도맡는 경제민주화운동본부의 살림을 도맡아 처리하는 꼬장꼬장한 운동가다.

그가 몸담은 운동본부가 하는 일들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민생경제, 기업지배구조 감시, M&A 및 소유합병 분야 감시, 고리대 피해자 보호, 경제적 파탄에 빠진 서민 파산절차 지원 등 어느 하나 쉬운 영역이 없다.

하나같이 공부해야 하는 분량이 방대한 영역들일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이론의 결함을 치유하려는 운동인지라 기존 이론에 익숙한 보수적 학자들, 경영인, 이해당사자 등과도 늘 으르렁거려야 하는 '야전'이기 때문이다. 민노당 경제정책의 백전노장, 송태경 실장을 만나 민노당의 사채피해 구제, 파산 서민 상담 등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제민주화운동본부의 연혁과 조직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

▲민주노동당 전신인 '국민승리21'의 선거대책본부 성격으로 뛸 때부터 경제민주화운동본부가 태동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선 직후 활동이 소강상태에 들어갔는데, “노동자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활동을 하자는 전환전을 가져 보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래서 실업대책본부 경험도 하게 되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겨 98년 5월쯤에 정책기획안을 만들어 경제민주화운동본부를 구상하게 됐다. 그러면서 한라그룹 부도로 인한 국민환수운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찾기 수배 운동 등을 겪으면서 점차 강해졌다.

2000년 4월 총선 무렵에 실질적으로 본부가 간판을 달게 됐다. 다만 이때 당 내부에서도 진통이 있었다. 일각에서 총선 직전에 부족한 인력을 분산시킬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이때 당시 본부장과 내가 배수진을 쳤다. 사표를 써 들고 들어가 '민주노동당이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라면 민중을 위한 일을 하면서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 것이지, 일방적 지지 요구는 우리 생각으로는 어렵다. 지금이 이런 경제민주화운동을 내외에 천명하기에 적기다. 하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어렵게 탄생한 본부이니만큼 열심히 당과 민중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실천했다.

-2000년 총선에서 최우수 공약으로 일부 시민단체들이 선정했던 상가임대차보호법 공약이 바로 경제민주화운동본부에서 구성해 민노당 중앙당에 제공한 것이라는데?

▲당시 우리 민노당이 서민과 노동자, 영세상인을 위한 정당이라는 모토는 있는데 구체적인 사항을 들고 다가서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 만든 것이 상가를 얻어 가게를 꾸리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 문제였다.

처음 내놓는 아이디어인데다가 당의 세력이 강한 편이 아니라 진통 끝에 많이 축소된 형태로 법이 마련됐던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예컨대 우리 바람과는 달리 기존의 계약자는 소급적용으로 보호를 할 수 없고 신규계약자부터 보호한다든지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막연한 명망가 중심,연고 중심으로 흐르던 국회의원 선거 풍토에서 구체적 정책을 들고 나와 이런 노력을 하겠다, 한 표를 던져 달라고 참신한 선거활동을 한 정치문화를 선보였다는 점에서는 보람으로 생각한다.

-경제 전반에 대한 감시 업무이기도 하고 법률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민노당 내의 다른 부서, 예컨대 법무팀과 협력을 하게 되어 있는가? 외부의 조력을 얻는다면 어떤 형식으로 협력하고 있는지?

▲우리 민노당 내에 별도의 법무팀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사안별로 도움을 주시는 변호사나 도움을 주는 운동가들이 있다. 파산 상담 분야는 일부 쟁점은 도움을 받는 식으로, 또 민생 관련 법안을 작성하는 문제도 관련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기존 법리와 다른, 도전적인 문제접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법리를 '빠꼼이' 수준으로 다 꿰고 있으면서도 진보적인 의식을 갖춘 전문가를 많이 확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노동자, 서민들에 대해서 애정을 갖고 성심성의껏 도와주던 변호사들이나 전문가들인지라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도와 주고 있다.

진보라는 게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면, 이들이야말로 (자신들은 진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할지라도) 가장 진보적인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이자제한법 부활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리대 문제에 관해 전반적 견해를 들려 달라.

▲금리상한선을 강조하는 게 우리 민노당의 기본입장이다. 그리고 그런 당론을 주도하는 게 우리 경제민주운동화운동본부다.

금융에서의 이자율은 상품으로 보면 가격이고,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규정된다, 즉 수요와 공급에 따라 조정되므로 실패할 수 없고 따라서 시장자유에 이자율을 맡기자는 게 기존 경제 주류학자들의 논리 아닌가?

그러나 그들이 바탕에 전제로 깔고 있는 이른바 '유효경쟁'은 합리적 선택이 가능한 경우에나 가능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돈이 아쉬운 사람과 빌려줘도 그만 안 빌려줘도 그만인 사람이 만나 금전을 빌리는 계약을 맺게 될 때 불합리한 요구가 따라붙을 수 있다는 점은 당연히 예견할 수 있다.

이걸 시장이라는 개념만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아쉬운 조건 때문에 가혹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높은 이자의 빚을 얻었다가 가혹한 채무독촉 등 각종 형태의 부담을 짊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가정해체, 자살 등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이건 자유시장경제나 기본 민법 논리로 풀 수 없는 문제다. 고리대 문제는 대등하지 않은 거래 관계로 봐서 '사회법(기존의 민법 등 기본법 논리로 구성하기 어려운 자본주의 체제의 병리를 푸는 새 법률영역. 노동법, 독점규제법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의 새 논리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금리 사채 피해가 늘고 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그전부터도 문제가 있었지만 2000년 봄부터 일본계 자금이 대부업 시장에 등장하면서, 이들이 일본에서 누적된 기법들을 한국에 선보이게 된다.

쉽고 편하게 대출한다는 광고 등도 일본에서 먼저 마련된 노하우다. 또 일본인들이 우리나 정서상 자신의 채무 사실을 타인이 아는 것을 극히 꺼린다는 점을 철저히 간파해, 대출시 재직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을 제출케 해 확보해 둔다.

이는 연체시 채권추적의 용이성을 위한 것도 되지만, 직장에 알려질까 식구나 이웃들이 알까 하고 채무자가 전전긍긍하게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압류동의서, 각종화해조서를 미리 받아두는 방법도 일부 행사한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이런 대부업 시장을 규제하고 감시하기는 커녕 물타기를 해 버렸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이제제한법을 갖고 있는 나라가 없다'고 관료들은 강변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든 나라가 다 이자율 제한을 한다. 미국도 연방법은 이자제한에 관한 규율이 없어도 각 주의 법으로 처리하고 있다.

일본만 해도 대금규제법을 두고 사채업자들이 불법을 자행하면 단속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대부업법을 만들어 양성화 운운하고 있으니 일본과도 거꾸로 가는 게 아닌가.이런 실정이니 날이 갈수록 일부 대부업체들이 악랄한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신체포기각서가 대표적인 예이다.

-실제로 고리대에 시달리거나 불법채권추심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어떻게 돕고 있는가?

▲대부업법에 보면, 66%를 넘는 이자율의 사채는 계약 무효다. 이미 납입한 이자도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

그리고 심히 평온을 끼치는 채권추심도 불법이다.우리는 빚독촉과 높은 이자에 허덕이다 우리에게 연락이 닿아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점을 설명하고 실제로 진해하게 돕고 있다.

실제로 부산에서 다급하게 전화가 온 경우가 있었다. 사채업자들이 쳐들어와 행패를 부릴 것 같으니 도와달라는 것이다.

우리 경제민주화운동본부에서 민노당 부산시당으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이저저러한 사정이니 지역당에서 간사를 보내 도와 달라. 관련 법령을 설명하고 필요 이상 빚독촉을 하거나 위협을 하지 못하게 도와 줘라. 민노당 점퍼를 입고 가서 같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것이다, 그렇게 처리한 적도 있다.

-경찰 실무에서 채권자들의 과도한 추심행위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비판도 일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견해를 들려 달라.

▲실제로 사채업자들에게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에) 나가 보면 일선 공무원들이 대부업법상 불법추심행위 처벌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민사 문제에 경찰이 개입하지 않는다든지, 막상 사채추심을 위해 늦게까지 집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며 위협을 하거나 해도 경찰이 차를 타고 출동했다가 그냥 증거가 있느냐 그렇게 답답한 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대부업법상 이러저러한 규정이 있다고 설명을 하고 정당하게 법집행을 하고 시민을 보호하지 않으면 경찰관이 직무유기하는 것이다 그렇게 설명을 하기도 한다.

-민형사 소송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는지.

▲과도한 이자를 받으려 독촉하는 경우 재판까지 간 적도 있다. 우리 본부에서 변호사들과 상의해 무료로 도움을 준 적이 몇 건 있다. 이들 케이스는 채무자가 승소판결까지 받고 종결하지는 못해 개인적으로는 아쉽게 생각한다. 사채업자들이 당사자들과 소송 중간에 합의를 해 소송을 중단했으니 '사실상' 이긴 것이나 다음없지만.

-실제로 민노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의 도움을 요청한 사람들이나 사채업자들의 불법추심이나 고리대 계약의 폐해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통계가 있는가? 소개해 달라.

▲이 점은 설명이 좀 복잡하다. 일단 빚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잘 노출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당사에 찾아와 상담을 받고 하는 경우보다 전화 등으로 도움을 주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사채 피해는 그 자체만으로 독립해서 나타나지 않고, 파산 등과 결합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즉 은행빚에 시달리다가 사채를 끌어서 돌려막기를 하다가 결국 사채에 시달려 파산으로 밀려 우리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럼 이번엔 이야기를 파산 지원 활동으로 넘겨 보겠다. 민노당의 도움을 얻어 파산절차를 밟거나 진행 중인 사람이 많은가?

▲우리가 파산면책 절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우 약 연간 5천명 선이다.

-파산제도에 대해 전반적인 견해를 들려달라.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한 사람은 파산해 경제적 사망 상태임을 인정하고 재기의 준비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파산신청을 경제적 사망 선고로 보는데, 사망 선고를 받는 게 아니라 사망 확인이라고 해야 옳다. 파산 선고를 받고 안 받고간에 파탄이 난 것은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파산 상황을 솔직히 인정하고 재기의 기회를 얻는 게 옳지 않을까.

-현행 파산 및 회생 절차에 대한 입장은?

▲우리 민노당 및 민노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에서는 신용회복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참여연대 등과 공조해 왔다. 행정부가 주도한 신용회복위원회, 배드뱅크 등은 미봉책이라 생각한다. 개인파산 제도는 행정부보다 법원이 오히려 노력한 숨은 공로자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는 일본과 비슷한 법제라 재량면책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판사의 생각에 따라 파산 허용이나 면책을 인정하는 여부가 달려있다. 안 해 줘도 그만인 제도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능동적으로, 탄력적으로 법원이 사람들을 구제하는 경향이 있어 반갑다.

-구체적으로 파산 절차와 면책 신청을 어떻게 돕고 있는지 알려 달라.

▲작성을 도맡아 대행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서류를 작성, 첨부하는 방법. 부채증명서를 발부받는 방법 등을 소상히 알려주고, 기초서류를 작성해 오는 경우 서류검토를 해 주고 있다.

70대가 넘는 사람들도 조금만 조언을 받으면 너끈히 할 수 있다. 변호사나 법무사 사무실에 가서 파산이나 회생 절차 상담을 받고 대행을 요구하면 290-240만원 비용이 들지만, 우리와 상담해 우리 간사들이나 우리와 연대하는 변호사 등의 무료상담을 받으면 비용이 들지 않는다.

-비용을 받지 않는가?

▲일단 우리 간사들의 경우 변호사법 문제가 있으니까. 그리고 우리를 돕는 변호사들은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정을 다 알고 이해하는 사람들이라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수임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웃으며 떼이면 말지 하고 실상 무료로 처리해 주고 있다.

-인력이 부족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이선근 본부장, 기획 총괄 임동현 국장, 경제민주화 운동본부 내부상황은 내가 총괄하고.....가계부채상담 김진희 부장, 조인숙 부장, 자원봉사자 몇 명이 일하고 있다. 여기에 아까 말한 바와 같이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돕고 있다.

힘에 부칠 때가 많지만 국회에 민노당이 진출, 의원들이 생기면서 법 분야를 많은 부분 넘길 수 있게 돼 한결 홀가분하다. 전문가들을 모으고 하는 일도, 훨씬 더 수월해졌고......
또 이제는 노하우가 축적돼 전문가들의 도움이 설사 없어도 어느 정도 일을 처리할 수 있고 그런 영역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도입된' 환승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많이 부족하다. 사실 개인저긍로는 고리대부업 행위자들과 상호저축은행간의 기싸움으로 본다. 그 대상자가 사실상 변제 능력이 확실한 사람들 아닌가? 이런 사람들은 고리로 자금을 이용하게 하면 안된다. 환승론이 제시하는 이자도 사실 굉장히 높다. 대부업 이자보다 조금 낮을 뿐 아닌가? 돌려막기의 새로운 상태인데, 당자자 개인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지만, 금융당국이 마련한 게 고작 이거란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과거 이자 제한법상 25%로 해 봐라. 법률로 개혁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방금 말씀은 이자제한법을 부활시키면서 기존 계약도 모두 '소급적용'하자는 말로 들릴 수 있다. 맞는가?

▲채권자의 재산권만 중요한 게 아니라 채무자의 재산권도 중요하지 않나.금리문제도 마찬가지다. 법률관계가 종료된 후에 하는 진정소급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아직 존속하고 있고 심대한 채무자에게 불리한 계약을 고쳐주자는 것이다.

-파산의 경우 도덕적 해이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100명 중 의 한 명 정도는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갚을 생각도 능력도 없이 빌려쓰고 나몰라라 하는 사람들…그건 정말 도덕적 해이다.

하지만 99명은 갚아보려고 피터지게 노력하는, 그러다가 남들에게 더 빌려서 돌려막기라도 해 보려다가 더 수렁에 빠지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조기에 재생시켜 놔야 사회적 경제적으로 유익하지 않겠나. 이들을 과중채무 상태로 방치하면 사회보장 비용이 엄청나다.

그리고 도적적 해이를 말할 때 정부와 대부업자들 도덕적 해이가 제일 심하다.빚돌려막기를 조장한 대표적인 사람들이 금융기관, 대부업자들 아닌가. 다른 데 가서 빌려서라도 처리해라고하니 이게 말이 되나. 정부도 적절한 금융대책과 서민가계 보호를 하지 못하고 대부업 양성화 등을 대책이라고 논하면 도덕적 해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서민 보호와 파산자 재기를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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