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첼시전, '퍼거슨 승리 카드'로 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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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첼시를 꺾었다. 해결사 본능이 살아난 웨인 루니가 결승골을 잡아내면서 1-0으로 승리했다. 2차전 홈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준결승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맨유는 지난 3월 2일 첼시와의 리그 원정경기에서 쓴 맛을 봤다. 루니가 선취골을 잡아냈지만, 후반 중반 다비드 루이스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경기 막바지에 프랭크 램파드에게 결승 페널티킥골을 내주고 무너졌다.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당시 경기와 비슷한 작전을 들고 이번 경기에 임했다. 팀의 전체적인 중심을 미드필드 아래 쪽으로 낮추는 '전략적 열세'를 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퍼거슨 감독의 작전이 맞아 떨어졌다.

3월 2일 경기를 복기해보자. 당시 루니가 전반 30분에 선취골을 넣고, 맨유는 리드를 지키는데 더욱 힘을 실었다. 하지만 첼시의 공세의 분위기를 차단하지 못하고 동점골과 역전골을 내줬다. '전략적 열세'를 취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첼시의 기를 너무 살려주면서 결국 패배의 쓴 잔을 들고 말았다.

다시 이번 경기로 돌아와서. 전반 중반까지는 지난 번과 똑같은 양상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전반 24분에 루니가 선취골을 잡아냈다. 첼시는 역전승 재현을 꿈꿨고, 맨유는 '두 번 실수는 없다'를 머릿속에 그려 넣었다. 결과는 퍼거슨 감독의 작전 성공이었다. 첼시는 줄기차게 맨유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끝내 골 그물을 흔들지 못했다.

경기 내용은 지난 번과 거의 흡사했다. 하지만 첼시 입장에서는 공격이 매우 답답하게 느껴졌을 법하다. 물론 골대 불운도 겪었지만, 한 달 전 경기과 비교했을 때 추격의 분위기에 가속도가 붙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바로 퍼거슨 감독의 '전략적 열세'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지성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좌측면과 중앙을 두루 오가면서 첼시의 전진을 멈춰세웠다. 맨유가 선취골을 잡아낸 이후에는 수비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상대 주포인 디디에 드록바를 터치라인 부근으로 밀어내면서 수비수들의 부담을 줄여줬고, 쉴 새 없는 움직임으로 첼시의 역습속도를 떨어뜨리면서 경기 분위기가 첼시 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잘 방어했다.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헌신적인 활약으로 맨유의 승리에 적잖은 힘을 보탰다.

'디펜딩 윙어'. 보통 공격에 비중을 두는 윙어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말이다. 하지만 맨유 팬들은 '디펜딩 윙어' 박지성을 아끼고 사랑한다. 공격력이 못내 아쉽지만, 팀을 위해 묵묵히 희생하며 수비에 많은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부상에서 회복한 박지성은 첼시전에서 또 한 번 '디펜딩 윙어'의 진가를 발휘하면서 맨유 팬들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박지성의 맨유 입단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경기로 과거 AC 밀란과의 준결승 1차전을 꼽는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박지성은 올림피크 리옹과의 8강전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고, 이 경기를 지켜보던 본 퍼거슨 감독은 맨유 우승의 히든카드로 박지성 영입을 결심했다. 시종일관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모습이 퍼거슨 감독의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퍼거슨의 눈은 정확했다.

이제 퍼거슨 감독에게 박지성은 단순히 수비력이 좋은 '디펜딩 윙어'가 아닐 듯하다. 자신의 전술 구상에 중심이 되어주고, 팀의 승리를 지켜주는 '디펜딩 윙어'로 자리매김 하고 있을 것이다. 시즌 막바지 강팀들과의 대결이 많아지는 지금 이 순간에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의 중요한 카드 가운데 하나임이 틀림없다.

웨스트햄전에서 결정적인 골찬스를 놓쳤고, 첼시전에서도 기대했던 득점포는 없었다. 하지만 부상을 완전히 털어내고 '소리없이 강한 남자'로 돌아온 박지성이다. 박지성이 퍼거슨 감독과 맨유의 승리를 지켜주는 '디펜딩 윙어'로 계속해서 진가를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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