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결승골 작렬! 맨유, 첼시 꺾고 챔피언스리그 준결승행

fergi.jpg


[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우리는 최고가 아니지만 이길 줄 아는 팀이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미드필더 마이클 캐릭이 했던 이야기다. 그의 말이 옳았다. 맨유는 팀으로서 확실히 강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맨유가 라이벌 첼시에 2연승을 거두고 준결승행을 확정지었다. 2경기 모두 팽팽하게 전개된 가운데, 맨유가 결국 승자가 됐다. 승부처에서 더 강해지는 맨유의 모습이 확실하게 비쳐졌다.

맨유는 8강전을 통해서 첼시보다 팀으로서 한 수 위임을 입증했다. 맨유가 유기적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분업을 취했다면, 첼시는 개인기를 바탕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 부분이 맨유와 첼시의 결정적인 차이였고, 승부의 가장 큰 열쇠가 됐다.

축구에서 개인기량은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이 넘어가면 개인기량을 어떻게 잘 조합하느냐의 싸움이 된다. 개인이 빛나기보다는 팀이 빛나야 승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진리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맨유의 선수들이 취한 자세가 정말 인상적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첼시와의 대결에서 팀으로서 승부를 거는데 중심축이 되어준 선수는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그리고 박지성이었다.

맨유의 가장 강력한 공격옵션인 루니는 자신이 직접 해결하기보다는 첼시 수비진을 몰고 다니면서 투톱 파트너 하비에르 '치차리토' 에르난데스에게 공격 공간을 많이 열어줬다. 2차전 전반 중반 오프사이드로 판정됐지만 우측에서 절묘한 크로스를 올리면서 치차리토의 멋진 헤딩슛을 돕기도 했다. 루니가 폭넓게 움직이자 첼시 수비진은 전열이 흔들리고 말았다.

'백전노장' 라이언 긱스는 승부처에서 특급도우미로 나섰다. 좌우 측면을 고루 오가면서 날갯짓을 했고, 치차리토와 박지성의 골을 도우면서 날아올랐다. 1차전 루니의 결승골까지 도왔으니 맨유의 승리 보증수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의 왼발에서 나오는 칼날 크로스가 어김없이 맨유의 골로 이어졌다.

박지성은 '챔피언스리그 사나이'로서 퍼거슨 감독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1차전에서 '전략적인 열세'의 카드로 투입되어 수비적으로 큰 기여를 했던 박지성은 2차전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담당했다. 퍼거슨 감독은 나니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나니를 애쉴리 콜을 피해 좌측에 배치했다. 동시에 애쉴리 콜과 플로랑 말루다의 위협적인 날개 공격을 사전 봉쇄하려는 복안으로 박지성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퍼거슨 감독의 작전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나니는 상대적으로 약한 첼시의 좌측을 잘 파고들었고, 박지성은 콜-말루다로 이어지는 첼시의 좌측날개의 위력을 반감시키면서 맨유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첼시가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무섭게 추격해오자, 좌측으로 자리를 옮겨 결승골까지 터뜨렸으니 퍼거슨 감독 입장에서는 박지성이 복덩이가 아닐 수 없을 듯하다.

맨유와 첼시의 차이는 페르난도 토레스의 부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맨유는 유기적인 움직임과 역할 분담으로 선수들 모두가 제 몫을 했다. 신예골잡이 치차리토가 펄펄 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토레스는 달랐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청부사'로 첼시에 입성했지만 첼시의 공격옵션에 융화되지 못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개인기로 찬스를 엿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번 맨유전에서도 토레스는 토레스가 아니었다.

축구에서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퍼거슨 감독의 신조이기도 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를로스 테베스가 떠났지만, 맨유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팀을 위해 희생하며 함께 승리를 향해 나아줄 아는 선수들, 그리고 '위대한 팀'을 만드는 마무리 작업을 하는 퍼거슨 감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