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롯데제과·동서식품, 기존 제품 살짝 업그레이드하고 가격은 높게 책정
김동수 공정위원장 "법 잣대 놓고 면밀히 들여다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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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신영호 기자] 경기도 부천에 사는 주부 신 모씨. 마트 진열대에 놓인 라면을 보고 한 숨부터 내쉰다. 농심에서 출시 예정인 '신라면 블랙' 가격이 개당 584원 하는 기존 신라면 보다 2배 정도 비싸다는 소식을 얼마 전 들었기 때문이다.

신 씨는 "신제품이 나오면 사 먹고는 싶은데 가격이 높아 지갑을 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농심에서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 제품도 덩달아 오르는 거 아니겠냐"면서 "물가도 계속 오르는데 대기업들이 고통분담은 뒷전이고 돈 버는 데에만 열중하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신라면 블랙'은 신라면 출시 25주년에 맞춰 농심이 내놓은 제품이다. 대형마트 기준으로 4봉지 한 묶음에 5280원, 개당 1320원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기존 신라면 가격 보다 2.3배 정도 높다. 15일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우골 설렁탕을 착안한 원재료 및 공정 기법의 변화로 제품의 질이 높아져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는 게 농심 측의 설명이다. 업체 측은 "고급 재료인 우골을 사용했으므로, 비싼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농심은 올해 매출 2조2100억원, 세전이익 2210억원을 예상했다. 지난해 매출은 1조8952억원, 영업이익은 1072억원이었다. 농심은 식품업계 매출 순위에서 CJ제일제당과 1ㆍ2위를 다툰다.

기존 제품을 '리뉴얼' 또는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기업이 농심에만 국한된건 아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지난해 '월드콘 오리지날'에 초코 비스킷을 더한 '월드콘 와퍼'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에는 원재료를 고급화한 '월드콘 XQ'를 내놓았다. '월드콘 와퍼'와 '월드콘 XQ' 모두 '월드콘 오리지날'보다 33.3%(500원) 비싼 2천원에 판매 중이다. 롯데삼강 '구구콘'의 새로운 버전인 '구구콘 스타' 역시 중량은 9.7%(15㎖) 많고 가격은 33.3%(500원) 비싼 2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동서식품은 '맥스웰하우스'를 리뉴얼 하면서 커피 생두 표면을 한 차례 더 가공해 끝 맛을 부드럽게 하는 '폴리싱(polishing) 공법'을 적용하고 400g짜리 포장 제품을 100~200g짜리 제품으로 바꿨다. 400g에 1만9천500원 하던 블루마운틴 원두는 200g에 1만2천400원으로, 400g에 1만5천300원이던 모카는 200g에 8천600원으로 각각 바뀌었다. g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각각 27.2%, 12.4%씩 오른 셈이다.

롯데삼강을 제외한 동서식품과 롯데제과는 2010년 매출액 1조원 이상 달성한 업체다. 1조원 이상 달성한 업체는 식품업계 40개 상장사 중 14개 업체뿐이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직장을 다니고 있는 박 모씨는 "아이스크림 같은 경우 기존 제품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면서 "기존 제품이 조금 바뀌었다고 가격을 높이는 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식품업체들은 제품의 질도 높아졌고, 가격도 유통업체가 직접 결정하는 '오픈 프라이스'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변칙적으로 가격을 인상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픈 프라이스'는 최종 판매자가 소비자가격을 표시하는 제도다. 실제 판매가 보다 부풀려 소비자가격을 표시한 뒤 할인해 주는 폐단을 근절키 위해 2010년 7월1일부터 적용됐다.

그러나 식품업체가 판매가를 결정할 수 없더라도 출고가를 조절할 수 있고, 아예 새로 개발한 제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품을 바꿔 비싼 값에 내놓는 것은 손쉽게 가격을 올려 매출을 올리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3일 "일부 식음료업체가 제품을 리뉴얼이나 업그레이드를 한 뒤 가격을 올리는데 공정거래법 잣대를 갖고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인상 요인이 있다면 당연히 올려야겠지만 남용 행위나 불공정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 리뉴얼이 됐든 기존 제품의 가격 인상이 됐든 무리하거나 과도한 부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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