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교육, 노조 활동 등 대한민국에 과열 경쟁과 승자독식 문화 팽배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최근 한 개그프로그램에서 술주정 연기에 푸념을 담아내며 유행했던 이 말이 2011년 현재, 대한민국의 실상을 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경쟁'과 '1등', '승자독식' 등 대한민국은 '내가 살기위해' 혹은 '기득권을 지키기위해' 무한경쟁을 조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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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 등 경쟁 오디션 프로그램

최근 방송가의 트렌드는 단연 경쟁 오디션프로그램이다. 케이블 채널 Mnet의 '슈퍼스타K2'가 촉발한 대국민 오디션프로그램은 폭발적 인기를 바탕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특히 MBC는 '나는 가수다' '신입사원' '위대한 탄생' 등 경쟁 오디션프로그램만 3편을 주말 황금시간대에 편성하며 최근의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매번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하는 도전자들의 긴장감 넘치는 대결을 지켜보며 '누가 이 경쟁의 끝에서 우승할까'에 큰 관심을 보인다. 방송 회차가 진행되면 될수록, 도전자의 수가 줄면 줄수록 그 긴장감과 관심은 배가된다. 반대로 탈락자의 수가 늘면 늘수록 그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줄어든다.

경쟁은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양산한다. 하지만 승자와 패자 모두 사회의 구성원이다. 승패에 불복하자는 말이 아니다. 건전한 사회라면 승패를 깨끗이 인정하고 패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배려'가 '경쟁'보다 강조되어야하는 것이다. 난무하는 오디션 경쟁프로그램을 지켜보며 방송이 자칫 지나친 경쟁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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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학생의 외침 "살려주세요"

올초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영재들의 집합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소속 재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잇따른 인재들의 자살에 KAIST는 물론 대한민국이 큰 충격에 빠졌다. 학기당 1500만원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징벌적 등록금제'는 지나친 경쟁과 '줄 세우기'로 창의적 사고와 자기주도적 학습권을 박탈했다.

KAIST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저하를 이유로 '징벌적 등록금제'와 '영어 원어수업'을 실시했다고 항변했다. 평점에 따른 '줄 세우기'가 과연 최선이었을까? 'Windows'라는 새로운 컴퓨터 운영체제를 창설하며 인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빌 게이츠의 최종 학력은 고졸이다. 그는 하버드 재학시절 자신의 특기를 살려 과감하게 대학을 자퇴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했다.

'아이폰'을 출시하며 전세계를 '스마트폰'의 세계로 이끈 스티브 잡스의 최종학력 역시 고졸이다. 그 또한 대학을 중퇴했다. 잡스는 21세에 애플컴퓨터를 설립하고 25세의 나이에 애플 주식공모로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10여년의 방황 끝에 애플CEO로 돌아와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등 히트작을 연이어 쏟아냈다.

지난해 타임지 선정 올해에 인물에 20대의 청년 마크 주커버그가 선정됐다. 주커버그는 소셜네트워크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 간 소통의 장을 변화시켰다"는 호평을 받으며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인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세 사람의 공통점은 경쟁보다 창의성을 바탕으로 그들의 장점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이들의 성공을 지켜보며 '경쟁'과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우리의 교육 현실 속에 "살려주세요"라는 KAIST 학생의 글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 현대자동차 현대판 음서제, "내 자식부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2011년 단체협약 요구안에 '신규채용시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을 요구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는 현대판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 '음서제'와 같다. '블루컬러'로 대변되는 노동자 계층마저 승자독식의 기득권 지키기에 매몰된 것이기에 그 충격이 더욱 크다.

특히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요구 파업 이후 대량 징계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귀족 노조' 혹은 '정규직 이기주의' 라는 비난이 거세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분신으로 모습을 드러낸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여건은 1980년대들어 '차별철폐'라는 깃발아래 왕성한 노조활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현재 '입사청탁' '비정규직 문제' '정치관여' 등 노조는 최초의 목적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심지어 '노조가 불필요하다'라는 볼멘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노조활동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현대차 노조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는 승자독식의 사회문화가 비단 기업과 권력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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