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승 1위-방어율 2위, 안정된 투구로 에이스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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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장병문 기자] 기아 타이거즈의 외국인 투수 아퀼리노 로페즈의 기세가 지난 2009년을 닮아있다. 로페즈는 현재 3승(1위), 평균자책점 1.57(4위)을 기록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세 경기 선발 등판해 23이닝을 소화했다는 점이다. 경기당 7이닝 이상 소화한 것이다. 로페즈가 이닝이터로 활약하자 불펜의 부담감도 줄어들어 기아의 상승세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지난해 4승 10패로 부진했던 로페즈. 올 시즌 무엇이 달라졌을까.

로페즈는 17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화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고 선발승을 챙겼다. 시즌 세 번째 경기에서 세 번째 승리, 승률 100%다.

이날 로페즈는 2회 고동진의 땅볼을 처리하기 위해 1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갔다. 그런데 오른발이 베이스 깊숙이 들어가 주자와 충돌이 일어났다. 오른발 뒷꿈치가 3cm가량 찢어져 의료진은 경기 포기를 권유했다. 그러나 로페즈는 계속 던질 것을 주장했고 7회까지 공을 뿌렸다. 승부욕이 누구보다 강한 그는 부상의 고통을 잊고 투구에만 집중했다. 다혈질의 성격은 프로의식으로 바뀌었고 정신자세는 부쩍 성숙해져 있었다.

지난해 로페즈가 더그아웃에서 쓰레기통을 차는 등 다혈질적인 모습을 보였던 이유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서였다. 로페즈는 26번의 선발 등판에서 12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를 기록했지만 승수는 고작 네 번 뿐이었다. 타선의 지원이 부족했고 불펜이 승리요건을 지켜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팀의 지원도 달라졌다. 로페즈는 세 경기 동안 평균 8점의 득점지원을 받고 있다.(5일 한화전 9득점, 12일 넥센전 7득점, 17일 한화전 8득점) 타선의 넉넉한 지원에 자신 있는 피칭이 가능해진 것이다.

로페즈는 현재까지 볼넷을 3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탈삼진은 17개로 리그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강력해진 구질과 정교한 컨트롤이 살아났다.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구종이 바로 싱커. 한국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취약점을 보이는 싱커를 주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로페즈의 싱커는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벗어나지만 타자들을 헛스윙하게 만들 만큼 강력하다.

싱커의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개인적인 성향이 강했던 로페즈가 동료를 믿고 던지는 투구로 모습을 바꾸고 있다. 범타를 유도하기 위해 슬라이더와 싱커의 비중을 높였다. 지난해 삼진을 잡기 위한 마음이 강했지만 올해는 맞춰 잡는 피칭으로 더욱 노련하게 변신했다. 이는 투구수 감소로 이어지면서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로페즈는 17일 한화전에서 미소를 지으며 동료들과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에이스로서의 부담감보다는 경기를 즐기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자신의 호투와 타선의 지원에 따른 승리로 그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피어올랐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로페즈가 힘든 경기에서도 지금의 여유 있는 모습을 계속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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