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최고 테크니션' 전가을, "올해 목표는 팀 우승"


'한국 여자축구의 최고 테크니션', '한국 여자축구의 메시.'

여자축구대표팀의 전가을(23. 현대제철)을 두고 하는 말이다. 160cm라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를 분주하게 누비는 그야말로 '미친존재감'이다. 이를 입증하듯, 전가을은 2010 WK-리그에서 당시 소속팀(수원 FMC)을 우승시키고 자신은 MVP를 거머쥐었다. 봄비가 내리던 어느 날. 전가을을 만나기 위해 인천의 숙소를 찾았다. 여자 향기가 물씬나는 숙소에는 선수들이 점심식사한 뒤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전가을은 웨이트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또 한 번 '여자축구의 전설'을 쓰겠다고 말하는 그와 축구이야기 삼매경에 빠져봤다.

밀착인터뷰_1.jpg



# 아버지, 마라도나, 그리고 호나우두

사실 전가을은 어린 시절 탁구선수를 꿈꿨다. 처음 접한 것이 축구공이 아닌 탁구공이었다. "아버지께서 운동을 좋아하셨다. 아버지를 따라 운동을 다니다 우연히 접한 탁구에 빠져 한때 탁구선수를 꿈꿨다." 어린 시절부터 모든 운동에 능했던 그는 탁구선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부상이 탁구선수의 꿈을 가로막았다. 팔꿈치를 심하게 다치면서 탁구의 꿈을 접게된 것. 전가을은 "뼈가 조각나면서, 더이상 팔을 쓰는 탁구를 맘껏 할 수 없게 됐다"며 과거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어린 시절에 대한 아쉬움도 잠시. 전가을은 탁구를 포기했지만 축구라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된 것을 의욕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큰 부상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축구'였다. 탁구선수의 꿈을 포기하면서 의기소침해 있던 전가을에게 축구는 또 다른 돌파구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는 타고난 성실함과 털털한 성격을 바탕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현재 전가을의 플레이는 매우 화려하다. 특히 측면과 중앙을 고루 오가면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드리블 돌파가 일품이다. 이에 전가을은 중학교 때 익힌 '드리블 연습'이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중학교때는 정말 '죽어라' 드리블 연습만 했다. 계속해서 하다 보니 실력이 늘었고, '테크니션'이라는 별명까지 얻게된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울러 전가을은 자신이 여자축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로 '아버지'를 꼽았다. 그는 "운동을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있었기에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 가능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가을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는 아버지가 디에고 마라도나의 광팬이었던 모습이 확실하게 저장되어져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마라도나의 신기의 플레이를 본 그는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이후 호나우두의 동영상을 보면서 시나브로 성장세를 거듭해 나갔다.

밀착인터뷰_2.jpg


# '유쾌한' 전가을의 라이벌은?

전가을은 지난 2010년 소속팀 수원 FMC를 창단 3년 만에 리그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매 경기 팀의 중심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득점왕과 MVP 2관왕을 거머쥐었다. 2009년 대교의 우승 수훈갑이 되면서 역시 득점왕과 MVP 2관왕에 올랐던 이장미와 비교되면서 한국 여자축구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장미와의 라이벌 구도에 대해서 물었다. 이에 전가을은 손사래를 치며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라이벌이라기 보다는 배우고 싶은 상대다. 사실 언니가 수술대에 많이 올랐다. 부상으로 인해 심적, 육체적 고통이 심했을텐데 이겨내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며 선배 이장미의 투혼에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어 "가장 큰 라이벌은 나 자신이다"라면서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득점왕에 오른 비결을 묻자, 전가을은 이내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성격이 깊게 오래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골골골' 이렇게 압박하지 않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열심히 하니, 운도 따라와주더라"라는 겸손한 답변도 빠뜨리지 않았다.

전가을은 큰 슬럼프를 겪지 않는 선수로 유명하다. 다른 선수들이 부상으로 좌절해 있을 때도 그는 근성과 인내심으로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이에 "'잘 되겠지' 툭 털고 일어서는 스타일이다. 오늘 게임을 망쳐도, '내일 골 넣으면 되지'라는 마인드로 경기에 임한다. 이런 긍정적인 생각이 효과로 나타날 때가 많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볼 차는 유쾌한 스타일이 특유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임이 잘 느껴졌다.

# 개고기 예찬론자

축구는 전,후반 90분을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스포츠다. 남자 선수들도 후반 막바지로 가면 체력이 달리는 모습을 곧잘 드러낸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전가을은 체력적으로 타고난 모양이다. 근성과 체력을 겸비하고 있어 항상 파이팅이 넘친다. 체력적인 부분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했다. 순간 박지성이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다는 '개구리주스'가 떠올라, 전가을의 보양식에 대해서 물었다.

전가을의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음. 확실한 보양식이 있다"고 잠시 뜸을 들인 그가 언급한 보양식은 다름아닌 '보신탕'이었다. "찜, 탕, 수육 가리는 게 없다. 경기 전후로 먹으러 간다.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 개고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개고기 예찬론자'의 모습이었다.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기자를 향해 전가을은 "(보신탕이) 내 몸에서 잘 받는 것 같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먹으러 간다"며 쐐기골을 터뜨려버렸다. 유쾌상쾌한 성격과 꼭 맞는 식성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여자축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어린 유망주들이 닮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전가을이다. 기술과 힘, 그리고 승부욕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 유망주들에게는 '롤-모델'로 통하고 있다. 후배인 지소연, 여민지와 함께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를 짊어진 스타답게 경기 내외적으로 모범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끊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전가을은 "당연히 기분이 좋다. 최근 허지연 선수의 인터뷰를 봤다. 아직 대학축구 소속 친구인데, 내가 즐기는 축구를 한다고 하더라. 나를 닮고 싶다고 했다더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본보기가 되야겠다는 생각도 있다. 무엇보다 '즐기면서 운동하라'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재미있지 않으면, 내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지 않겠는가"라며 선배로서 진지한 조언도 덧붙였다.

밀착인터뷰_3.jpg



# '가을의 전설'을 위하여!

전가을은 지난해 수원을 우승으로 이끈 뒤 현대제철로 이적했다. 새로운 팀에서 뛰는 각오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정말 많은 생각을 가지고 이팀(현대제철)에 왔다. 난 참 행운아인 것 같다. 수원이 창단한 지 3년 만에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전엔 거의 참패를 당했다. 팀 창단 2년 뒤에 수원으로 이적했다. 거기에서 2년을 지내며, 우승맛도 봤다"며 수원에서의 상황을 먼저 떠올렸다. 그리고 이어 "현대제철은 상위권팀이다. 많은 분들이 왜 수원에 있지 현대에 왔냐고 하기도 한다. '수원에서도 우승까지 갔는데, 여기서 또 우승 못하랴'라는 욕심이 생긴다. 2년 연속 준우승에만 머물렀지만, 이번 해에는 우승이 최종 목표다"라고 주먹을 쥐어 보였다.

아울러 전가을은 잠시 주춤해진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을 바라는 말을 건넸다. "리그가 시작될 때마다 아쉬움이 느껴진다. 경기장에 들어갈 때마다 '또 우리끼리 축제한다'며 농담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고 반짝 인기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실제 2010년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축구 팀은 사상 첫 메달 획득에 성공하면서 많은 관심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로 인해, 여민지-지소연같은 '스타 플레이어'도 탄생했다. 그러나 1년 후인 지금 정규리그는 그 관심의 절반도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전가을은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사실 무조건 관심만 가져달라고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내가 일반인이어도, 흥행도 되지 못했는데 일부러 와서 보진 않는다"며 "그래도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있으니, 언론에서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다른 종목들과 마찬가지로 여자축구에 대한 홍보와 관심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솔직히 털어놨다.

"작은 관심에도 여자 축구를 사랑으로 이끌어준 팬들에게 고맙다." 마지막으로 전가을은 여자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여자축구의 인기가 다시 높아지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우승은 나의 힘'이라는 말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전가을. 그의 힘찬 전진이 이름처럼 '가을의 전설=우승'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유정선 기자 dwt84@todaykorea.co.kr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