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폭탄에 이어 안일한 행정 처리까지 국민이 봉인가

국민건강.gif[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서울 강남구에 사는 회사원 A(28) 씨는 지난 29일 은행을 찾았다가 자신의 귀를 의심케 하는 소리를 들었다. "고객님의 계좌는 현재 지급정지 상태"라는 것. 영문을 몰라 당황해하던 A 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A 씨가 건강보험료를 체납해 지급정지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독촉장을 받고 지난 15일 미납 보험료를 납부한 A 씨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순간이었다. A 씨가 미납 요금을 납부했다고 따져 묻자 건강보험공단은 확인 후 연락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전산 오류로 인해 A 씨의 건강보험료가 미납 처리 됐다"는 회신이 왔다.

할 말을 잃은 A 씨는 "어떻게 2주간이나 전산오류 사실을 모를 수 있냐"고 항의했지만 건강보험공단은 "죄송합니다. 저희 쪽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온라인 보안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건강보험공단이 '제2의 농협 사태'가 재현 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낳는 부분이다.

은행업무가 급했던 A 씨는 지급정지 해지를 요구했다 더욱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지급정지가 월요일(5월 2일) 오후 3시에나 해제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급이 확인되면 당장 정지가 풀려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A 씨의 지적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매일 저녁 금융결제원에 금융제제 해지 등을 통보하는데 내일부터 주말(4월 30일, 5월 1일)이라 전산 처리가 안 돼 월요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대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필요하신 계좌 한두 개만 알려주시면 직원을 보내 수작업으로 지급정지를 해지 하겠다"며 A 씨의 양해를 구했다. 이에 A 씨는 "전혀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하는거냐"고 항의했지만 건강보험공단은 "A 씨의 거래 은행 개수가 10여개나 되고 지급정지를 해지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일일이 은행을 찾아가야하는데 현재 일손이 부족하다"며 A 씨에게 금융거래 피해를 감수할 것을 은연중에 강요하기도 했다.

안일한 행정편의주의의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A 씨는 "국민의 편익을 위해 존재해야하는 건강보험공단이 지나치게 행정편의만을 생각 한다"며 "전산오류가 났으니 금융거래 피해를 감수하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같은 A 씨의 불만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잘못을 인정 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A 씨는 금융거래 피해를 입은 후여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건강보험료를 올해 보수월액의 5.33%에서 5.64%,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의 경우 보험료 부과 점수 당 금액이 156.2원에서 165.4원으로 각각 올라 '건강보험료 폭탄'이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특히 물가 상승의 여파로 체감 삭감분이 증가한 올해라 비난이 더욱 거세다. 또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 1072만 명의 올해 추가납부액이 일인당 평균 13만6000원으로 지난해 7만8000원에 비해 74%나 증가했으며 건보료 대상자 역시 지난해 603만 명 대비 10% 증가한 약 678만 명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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