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올 기회를 위해 강력한 마무리가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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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에 둘러 쌓인 박근혜 전 대표 모습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한나라당이 위기에 빠졌다. 4.27재보선 이후 전통적인 지지기반의 이탈 현상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던 분당 을(乙)에서의 패배는 수도권 민심 이반의 한 단면이다. 또한 세종시 수정안 논란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논란은 충청권의 민심 이반을 가속화시켰다. 여기에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는 대구·경북(TK) 지역은 물론 부산·경남(PK) 지역의 민심 변화의 불을 지폈다. 특히 최근 저축은행 사태는 PK 지역의 지지 이탈을 심화시켰다.

4.27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은 내홍을 겪고 있다. 재보선 참패를 놓고 책임론과 함께 계파간, 특히 친박계와 이상득계, 이재오·정두언계 그리고 소장파는 새 지도부 구성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난타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강재섭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이상득계와 정운찬 전 총리를 내세웠던 이재오계는 분당 을 공천 책임을 놓고 힘겨루기 양상까지 점쳐진다. 이런 분열 양상은 친박계 중진이자 6선인 홍사덕 의원(대구 서구)의 발언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홍 의원은 29일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분당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위기의 한나라당이다.

위기는 항상 '영웅'을 필요로 하는 법이다.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 영웅의 사전적 정의다. 지난 2004년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을 놓고 '탄핵역풍'을 맞았다. 뚜렷한 민심 이반과 당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당시 '천막당사'를 통해 한나라당을 살려낸 장본인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이후 한나라당은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2011년, 또 한번의 대선을 목전에 두고 한나라당은 다시 위기에 빠졌다. 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낮은 곳에 임하며 민심을 살폈던 '천막당사 정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명박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 3개국 방문길에 오른 박 전 대표는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정당과 지역을 떠나 진정성 없이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며 책임을 절감한다고 밝혔다.

정당정치를 야구에 비유할 때 한나라당은 지금 경기 막바지로 향하는 길목인 7회에서 위기를 맞았다. 민주당은 손학규와 최문순의 적시타로 역전의 발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추가득점을 노리던 민주당은 한나라당 김태호의 호수비로 대량 득점의 기회에서 잠깐 숨을 고른 채 리드폭을 넓히고 있다. 정치도 야구처럼 흐름이 중요하다. 때문에 한나라당이라는 코칭스태프는 바빠졌다. 2일 '끝장토론'을 통해 위기의 한나라당을 구할 구원투수로 누구를 등판시킬지 논의한다.

특히 이미 박근혜라는 '특급 소방수'를 보유하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박근혜의 등판시기가 고민이다. 아직 이르다는 부정론과 마운드의 안정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 등이 분분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이라는 코칭스태프는 명심해야 한다. 위기 뒤에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것을. 그 기회는 지금의 위기를 넘겼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정권 유지'라는 팀 승리를 원한다면 한나라당은 오는 6일로 예정된 새 원내대표 선출에서 '박근혜 카드'를 뽑아 들며 위기론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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