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오사마 빈 라덴 모습
[투데이 코리아=국희도 칼럼] 9·11테러로 수천명의 미국 민간인들을 처참한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마침내 미군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다.
이로써 빈 라덴이 지휘한 사상 최악의 9·11테러 이후 10년 동안 세계 최강의 정보망과 첨단장비로 그를 추척해온 미국의 자존심은 물론, 그의 조직이 자행해온 수많은 반인륜적 테러에 의해 희생된 미국민들의 원혼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제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했듯 이제 반인륜적 테러리스트들이 숨을 곳은 없으며, 끝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는 교훈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잔인한 테러 조직의 우두머리의 제거가 그를 추종해온 세력들이 한동안 더 극악한 ‘보복테러’를 자행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크다.
오바마 대통령도 빈 라덴의 사망을 발표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며 심기일전, 알 카에다와의 전쟁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결국 미국의 빈 라덴 제거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보다 근원적인 해결을 위한 새로운 출발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추가 테러를 막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데 우리의 좌파의 일부, 또는 종북세력들이 미국의 주도 하에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냉소를 보내며, 알 카에다와 같은 테러조직의 출현은 오히려 미국이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회교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무차별 테러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인 아랍권에 대한 미국과 서방세계의 경제적 침략과 횡포를 제거하지 않는 한 테러는 이슬람권이라는 군사적 약자들이 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다.
우리가 일제의 압제 하에 있었던 시절, 제국주의 일본에 대한 안중근 윤일봉 의사의 저항행위가 당시 지배세력인 조선총독부의 시각에서는 테러행위였고, 반면에 조선의 독립투사들이 불령선인(不逞鮮人), 즉 테러리스트로 분류됐다는 것을 떠올리면 일견 그럴 듯해 보이는 주징이다.
하지만 적어도 두 가지 관점에서 빈 라덴 세력의 테러행위와 일제 강점기 우리 독립투사들의 무장저항 행위는 다르다.
당시 조선은 일본 제국주의적 침략행위에 의해 멀쩡했던 나라를 빼앗긴 채 포악한 식민통치에 시달리고 있었음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반면 이슬람교 근본주의자들이 미국의 아랍권에 대한 경제적 지배를 ‘제국주의적 성격의 침략’이라고 규정한다고 해도, 이에 대한 저항 수단으로 살인 방화 등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
선진국들의 경제적 침략행위에 대해 후진국 또는 개발도상국 세력이 선진국의 민간인 무차별 학살과 같은 반윤리적이고 악마적인 살륙행위로 저항한 적은 없었다.
그것은 경제적 약자인 철거민들이 대형 건설회사의 힘을 내세운 재개발지역 철거행위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저항이라면서 건설회사 간부를 암살하거나, 그의 가족을 살해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독립투사들의 무력 저항 행위는 이토 히로부미 등 제국주의 핵심 요원들을 향한 것이었지, 빈 라덴의 알 카에다처럼 불특정 다수 일본 민간인들을 향한 살인행위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테러행위에 내재된 윤리적 도덕적 문제점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 어떤 논리를 내세워도 불특정 다수의 무고한 민간인들을 무차별 살상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비인도적이고 반인륜적인 테러는 반드시 뿌리 뽑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