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동원 부조합장 “죽여버리겠다”협박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시공사와 조합, 분양대행업체가 공사비를 부풀려 조합원들에게 670억이나 떠넘긴 분양비리가 또 한번 경찰에 적발됐다.

문제가 된 재개발 건축 현장은 2008년 4월 준공을 앞둔 서울 중구 황학동의 주상복합빌딩 '롯데캐슬 베네치아'로, 1만 4000여평 대지 위에 공사비 1조원을 투입, 지하 4층, 지상 33층짜리 건물 6개 동이 들어서는 초대형 사업이다.

그러나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공사비 단가 인상을 목적으로 시공사와 조합 간부 사이에 뇌물이 오갔고, 분양대행업체로 선정되지도 않은 회사가 조합 측에 금품을 제공하면서 분양과정에 개입해 상가입주 희망자들로부터 수십 억~수백 억원을 뜯어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26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서울 중구 황학동의 주상복합 '롯데캐슬 주상복합건물 상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롯데건설 간부 최모씨(51)와 전 조합장 유모씨(63)와 현 조합장 조모씨(64) 등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거짓으로 공문서를 작성해 감리사로 선정된 감리사 단장 이모씨(45)와 예비역 공병 대령 정모씨(56) 등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상가분양권한이 없는 가짜 분양업체 간부 임모(57)씨와 조합원 총회에서 폭력을 휘두른 조직 폭력배 장모(50), 감리사의 허위 공문서를 묵인한 구청 공무원 등 16명을 입건했다.

감리업체 간부 이씨는 공병 출신 예비역 대령 정씨를 영입한 뒤 감리와 관련한 상훈확인서 등을 위조해 구청에 제출, 재개발 사업의 감리사로 선정된 혐의다.

국방시설사업단의 현역 간부 2명은 정씨 등이 작성한 허위 상훈확인서에 관인을 찍어줘 헌병대에 이첩됐고 구청 공무원들은 거짓 공문서를 묵인한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롯데건설 간부 최씨는 2002년 4월 공사비를 평당 58만원 인상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유씨가 조합원들을 선동하는 대가로 유씨에게 사무실 보증금 등 3억원을 4년간 대납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또 현 조합장인 조씨에게도 2005년 9월 23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서 공사비 670억원이 부풀려져 조합원 1250명에게 각 5300만원의 부담액이 추가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또한 상가 분양과정에서 S개발 대표 임모(57)씨 등 2명은 조합이 선정한 분양대행업체가 따로 있었는데도 분양과정에 깊숙이 개입해 3개 업체로부터 상가 분양대금 명목으로 16억원을 받아 가로챘고, 정식 분양대행업체로부터 상가 전체를 매입할 수 있도록 조합장 조씨와 대의원 김모(52)씨 등에 1억7,000여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직폭력배도 개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청계천 일대에서 활동하는 조폭의 간부급인 장모(50ㆍ별건 구속)씨 등은 지난해 3월 조합 측에서 800만원을 받고 총회에 동원돼 S개발의 상가 매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부조합장을 찾아가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확인된 것 외에도 S개발이 돈을 뜯어낸 업체는 60여개에 달하며 총 500억원의 자금을 모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 상가는 재개발 이권을 둘러싸고 시공사와 재개발조합, 상가분양대행업체 및 감리업체 등이 뒤섞인 비리의 집합체”라며 “대규모 사기분양으로 인해 자칫 제2의 굿모닝시티 사건이 될 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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