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로스쿨법 전도사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

장마철로 접어든 초여름날 오후 이은영 의원(열린우리당)을 만났다.

인자하고 온화한 인상의 이 의원은 그러나 이른바 사학법 연계 문제로 로스쿨법 통과가 공회전을 거듭하자 6월 28일 국회 정론과 기자회견에서 “로스쿨법 통과가 아니면 출당시켜 달라”고 폭탄선언을 할 정도로 강단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단아한 학자로서의 풍모가 돋보이는 이 의원을 만나 로스쿨법에 대한 관심과 법학교육 정상화에 대한 소신을 들어봤다.

-로스쿨 제도 도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신 것으로 안다. 처음 어떤 계기로 로스쿨 제도 도입에 발을 들여놓으셨는지, 또 그간의 활동에 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국회에 입성해 보니 법학교수출신이 나밖에 없더라. 변호사는 많은데, 그래서 로스쿨 도입에 더 노력하게 됐다. (웃음) 교수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이 법학교육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고시준비를 하느라 학교는 텅 비고 다 신림동 고시촌으로 간다. 이는 잘못된 법학교육이다.그래서 로스쿨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사명을 가지고 국회에 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부각시키고 싶은 로스쿨 제도의 장점은?

▲우리나라 변호사들은 비유하자면 가정의만 있다. 외과, 안과 이런 '전문의시스템'이 없다는 뜻이다. 지금의 대학교육 즉 학부과정의 법학과는 추상적인 원칙만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어 건축 관련 분쟁 같으면 건축과를 나오고 공학이나 그런 것을 어느 정도 알아야 접근과 이해가 가능하다. 성수대교가 왜 무너졌는지에 관한 사건을 처리한다고 생각해 보면 학부에서 다른 기초지식을 쌓고 법률교육을 받은 사람과 법학만 배워 변호사가 된 경우의 경쟁력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허문제 또한 그리고 의료사고 문제도 관련 분야 지식이 있어야만 한다.

-로스쿨 제도에 대해 고비용의 제도다, 로스쿨이 도입되면 진입장벽이 생겨 부유층이 아니면 사법부나 변호사업계로 진입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이에 대한 반론은?

▲국가가 상당히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사법연수원의 경우 실제로 공무원 즉 판사나 검사로 진출하는 숫자는 20% 정도고 나머지는 개인사업자인 변호사로 진출하는데도 그 양성비용을 일괄적으로 국가에서 부담하고 있지 않나. 그 비용으로 로스쿨을 지원하면 된다. 그리고 로스쿨은 전문 교육 기관이다. 고비용은 일정부분 불가피하다.

-한나라당이 계속 로스쿨법 도입을 사학법과 연계시키며 지연시키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한나라당 의원들 전체가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법사위 일부 의원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나 보면 로스쿨법 통과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한나라당 입장에선 그 상황에 사학법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처리하고자 로스쿨법과 연계를 시키는 것이다. 정략적인 반대,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할 수 있다.

-법안통과가 지연되면서 많은 자금을 들여 교수진을 확충하고 건물을 새로 지은 대학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혹시 로스쿨제도가 도입되지 않으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대책이 없다. 그래서 정치권이 책임져야 한다. 로스쿨제도가 필요한데도 정지권이 정쟁의 희생물로 지연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지탄받아 마땅하다.

-6월말 현재 로스쿨법의 진행 상황, 협상 상태 등을 들려 달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협상을 하고있는데 실제로 어떤 말이 오가는지 모르겠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처리 방식이 상당히 잘못돼 있다.하지만 내 개인으로는 어쩔 수가 없다.

-한나라당에서 로스쿨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상당히 희석된 내용의 한나라당식 로스쿨안을 내놓고 있는데 이 안의 내용에 대해 비판을 해 주신다면?

▲그 팀에서 의견을 냈는데, 잘 안 됐다. 한나라당의 대부분의 의원도 정부안(이은영 의원이 주장하는 로스쿨 제도 도입과 일치하는 안)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로스쿨법 처리 지연 등 때문에 18대 대선에 한 번 더 도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맞는가?
확답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문제, 로비투명화법 등등 이번 17대 국회에 상정은 됐지만 처리 안된 법안이 많다. 학자로서는 이런 문제에 연구를 충분히 해 봤기 때문에 실무가로서 이런 문제를 로스쿨처럼 국회에서 몸으로 부딪혀서 싸우고 싶다. 하지만 이번 17대 의원 임기도 1년이나 남았으므로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다.

-그럼 다음 총선에선 지역구에 출마할지 같은 세부적 문제는 그럼 아직 결론이 안 났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다만 고향이 (서울) 용산이기 때문에......

-로스쿨법을 빨리 통과 안 시켜 줄 것이면 차라리 출당시켜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당이라는 정당이 뒷받침이 되는 게 법 통과에 좀 더 도움이 되지 않겠나?

▲아직 그런 생각으로 남아 있었는데 잘 안 되었으니까.....로스쿨 도입이 우리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국회의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사학법 때문에 양보되는 것은 볼 수 없다. 정당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로스쿨을 성사시키고 싶다.

-평생 교단에만 있었는데 정치 세계에 의외로 잘 적응했다는 평이다.

▲법률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고 겪어 보니까 실망도 되는 면이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어차피 법률은 사회적 타협의 산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정치적 타협등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강경한 원칙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로스쿨법에는 상당히 강한 원칙주의적 면모를 보이고 있는데?

▲다만 로스쿨법 처리는 시대적 사명이고 국회의 의무라고 생각하니까.....(웃음)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그리고, 부군께서는 학자신데 정치를 하는 이 의원님을 잘 이해해 주는 편인지 궁금하다.

▲남편은 경제학자로, 시민운동도 활발히 한다. 내가 정치 활동하는 것에 대해 이해는 많이 해 주는 편이다. 다만 정치적인 이유로 소신이 꺾이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많이 염려한다.

자녀는 아들 하나 딸 하나로, 아들은 음악을 하고 딸은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다. 전공선택이나 진로선택은 아이들에게 자율로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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