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전 시즌 5호 도움, '빅매치 스타일' 다시 한 번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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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른 '산소탱크'는 거침이 없었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사실상 우승 결정전이었던 첼시와의 대결에서도 맨유의 박지성은 '승리의' 박지성이 되어줬다.

맨유와 첼시의 2010-201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맞대결. 사실 쫓기는 쪽은 맨유였다. 승점 3점차로 앞서 있고 홈에서 경기를 치르지만 한 번의 패배로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첼시의 맹추격이 적잖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맨유 입장에서는 선취골의 의미가 남달랐다.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었기에, 선취골을 잡아낸다면 쫓기는 입장에서 느긋한 입장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을 선수들이 알아차렸을까. 맨유는 전반 39초 만에 선취골을 잡아내면서 기세를 드높였다.

맨유의 선취골에 결정적인 징검다리를 다름아닌 박지성이 놓았다. 지난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결승골에 이어 또 한 번 첼시를 무너뜨렸다. 몸이 채 풀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결정적인 한방으로 첼시 침몰에 앞장섰다.

선취골이 터진 이후 박지성은 시쳇말로 '크레이지 모드'를 가동했다. 중원에서 모기처럼 첼시 선수들을 계속 괴롭혔고, 공격에서도 가벼운 발놀림으로 맨유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간결한 볼터치와 탁월한 공간장악력, 그리고 과감한 슛까지 더하면서 '그레이트 박'의 모습을 선보였다.

전반 중반. 박지성은 호쾌한 중거리포로 맨유의 승리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첼시가 조금씩 추격하는 분위기를 강력한 오른발 대포알슛으로 꺾어버렸다. 상대 골키퍼 페트르 체흐가 간신히 쳐낼 정도로 위력적인 슛이었다.

박지성의 이 슛은 맨유의 추가골로 이어졌다. 코너킥 상황에서 라이언 긱스-박지성-긱스-네마냐 비디치로 패스가 이어지면서 맨유의 두 번째 골이 완성됐다. 긱스의 도움-비디치의 골이었지만, 추가골의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역시 박지성이었다.

강팀들의 대결은 '밸런스 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어느 팀이 공격-허리-수비의 밸런스를 끝까지 잘 맞추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된다. 자신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면서 상대의 밸런스를 무너뜨려야 주도권을 손에 쥘 수 있다.

박지성이 '강팀 킬러'로 통하는 이유가 바로 밸런스 싸움에 유용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 중원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수비까지 깊숙하게 가담하면서 안정감을 올려준다. 최근에는 공격 본능까지 터뜨리고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첼시전에서도 박지성은 공수에 걸쳐 맨유의 '밸런스맨'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선취골과 추가골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하면서 맨유의 공격에 힘을 불어넣었고, 중원과 수비에서도 첼시 미드필더들과 공격수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첼시 입장에서는 박지성에게 큰 것 한방을 얻어맞고 휘청거렸고, 여기저기 따라붙는 박지성 때문에 추격의 분위기를 쉽사리 끌어올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최근 맨유의 동료들이 박지성을 향해 '큰 경기에 강한 스타일'이라는 말을 곧잘 하고 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머릿속에도 역시 박지성은 '빅매치 스타일'로 그려져 있음이 확실하다. 축구가 골로 승부가 갈리는 스포츠지만, 골을 만들기 위해서는 박지성 같은 '승리의 카드'가 있어야 하기에 이런 평가들이 나오는 것일 게다.

첼시를 격침시키고 리그우승을 예약한 맨유.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FC 바르셀로나가 기다리고 있다. 박지성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도 '승리의' 박지성이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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