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스타 자산공개, 재밌다 VS 위화감 준다

이효리의 침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승철의 집은 얼마? 검색 한번이면 0.1초만에 오락 프로그램에서 노출된 스타들의 수억대 자산들이 등장한다.

KBS 해피썬데이의 '불후의 명곡' 코너와 '경제비타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제야 놀자' 코너 등 대부분의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방안에 앉아 TV만 보면 스타가 집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호화 사치품을 소장하고 있는지 거기에 가격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분명, 그들은 스타다. 한 사람의 예술인으로서, 또한 대중문화를 이끌어 가는 스타로서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이 자신의 인기와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도움이 된다면 그야말로 환상궁합일 것이다.

그러나 일부 스타들의 지나친 자기 자랑식의 재산 공개와, 오락성을 이유로 이를 부추기는 TV프로그램들 때문에 프로그램 시청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서민들에게는 그것이 불쾌감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예인 집, 넓은 평수는 기본 사치품은 옵션

지난 17일 방영된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제야 놀자'에서는 27세인 브라이언의 새 집이 공개됐다. 마치 아파트 모델하우스 같은 그의 집은 일반 서민 한 가족의 주택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

거기에 방송에서 밝혀진 그의 살림들은 그와 비슷한 또래의 친한 스타들이 사준 100만원을 호가하는 삼성의 ○○○에어컨, 고급 카펫 등이 보여 졌다. 최신형 핸드폰을 사 모으는 그의 취미도 방영되었는데, 대부분이 초고가를 기록하는 최신기종의 핸드폰이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의 반응은 상반됐다. 브라이언의 집들이 이야기, 몰랐던 그의 취미 등 사생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고작(?) 20대인 그들의 생활이 우리 주변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았냐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 10일 방영된 '경제야 놀자' 최란,이충희 편에 대해서도 누리꾼 정태중씨는 “호화스런 저택에, 일반 시민들은 엄두도 못내는 고급제품으로 둘러쌓여 있는 집을 보며 위화감을 느꼈다”며, “자기가 벌어 산건데 뭐냐 문제냐 할 수도 있지만 썩 유쾌하지는 않은 장면이었다”는 의견을 보였다.

'경제야 놀자' 외에도 같은 시간대 KBS 2TV 해피썬데이 '불후의 명곡', 같은 방송사의 '경제비타민' 에서도 스타들의 집을 스튜디오로 삼아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 가수 이승철의 40억 원 집, 개그맨 윤정수의 20억 원 집 등이 위 방송을 통해 공개돼 한 때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았다. 스타들의 집을 공개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왜 자꾸만 스타들의 집과 재산들을 공개하려고 하는 걸까? 인기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까?

◆ “스타들의 자산은 흥미로운 아이템일 뿐”

한 오락 프로그램 관계자는 “스타는 원래 상품이다. 이들의 집이 시민들과 같다면 무슨 재미로 프로그램에 삽입하겠나?”며 “스타들의 자산은 매우 흥미로운 아이템이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스타들의 집을 보면서 평소에는 잘 볼 수 없었던 스타들의 집을 보면서 궁금증을 해소 할 수도 있고, 스타들의 생활을 '간접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한정돼있는 스타라는 '상품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고, 거기에 비슷비슷한 포맷으로 방영되는 주말 시간대 쇼 프로그램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방송계의 현실”이라며 “ 대중의 관심을 조금 더 모으고, 포털 상의 일명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서 그들의 사생활과 자산 공개를 하는 것은 효과적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세계적인 스타들은 '파파라치' 또는 언론을 통해 사생활이 거의 까발려지고 있다. '패리스 힐튼'의 경우 호텔 재벌가의 상속녀로써 애완견에게도 명품을 입히는 그녀의 사치스런 일상이 생방송 수준으로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지만, 이것에 관해 사생활공개가 지나치다, 위화감을 준다는 지적보다는 “남의 일이니 상관없다”는 식의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녀가 명품 옷을 매일 갈아입든지 나이트 죽순이든지 씹을 사람은 씹고 좋아할 사람은 좋아하면 된다는 것이다. 대중은 스타에 대해 알 권리가 있고, 언론이나 미디어들은 이를 충분히 충족시키고 때로는 비판하기도 하며 스타를 자유롭게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스타들의 집의 가격, 그들이 소유한 사치품들을 재미를 위해 공개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취업준비생인 대학생 김 모 씨는 “같은 또래의 브라이언과 그의 친구들이 100 만 원짜리 선물을 교환하고, 고급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용돈을 걱정하며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내 처지가 초라하게만 느껴졌다”고 말하고 있다.

'경제야 놀자' 웹 게시판의 누리꾼 신상욱씨도 “이 시간대 가족 시청자들은 대부분 서민들”이라며, “그들의 일상보다는 호화롭게 리모델링된 실내와 고급 장식품들에만 집중해 우리와 동떨어진 느낌을 받았다”며 '경제야 놀자' 프로그램의 지나친 연예인 자산공개를 꼬집었다.

◆ 오락프로그램 “보고나니 씁쓸하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프로그램 주제와는 상관없이 스타들의 지나친 재산 공개로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일부 TV프로그램들. 시청자들은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스타들의 자산까지 오락의 소재로 삼아 재산자랑을 유도하는 TV프로그램들은 재미보다는 불쾌감을 선사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스타의 자산이 자유롭게 공개되고, 미디어가 이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있어서도 거리낌이 없는 해외의 경우를 빗대 비단 우리나라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국민정서와 프로그램 제작여건은 우리나라와 많은 차이가 있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보고나면 씁쓸해지는 일부 오락 프로그램에 과연 '오락'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지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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