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sb.jpg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집권 후반기 이명박 정부의 가장 '뜨거운 감자', 과학비즈니스벨트 최종입지 선정이 16일 확정 발표됐다. 정부는 과학벨트의 핵심시설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을 대전에 두되 일부 연구 기능을 대구와 광주 등으로 분산 배치하는 내용의 안을 확정했다. 수많은 논란 끝에 건설에만 5조2000억원 이상이 투입돼며 향후 20년간 최대 252조원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보이는 과학벨트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특히 과학벨트 유치에 나선 지역이 경북ㆍ울산ㆍ대구로 연결되는 영남과 호남 그리고 충청권이어서 과학벨트 입지 선정으로 '남ㆍ남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또한 정부가 애초 대선 공약대로 대전ㆍ충청권에 과학벨트 사업을 시작했으면 괜한 오해로 지역갈등이 커지지 않았을 거라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때 표를 얻으려고 (과학벨트를) 약속했던 것"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부추긴 만큼 이 대통령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은 정치권에서 표면화되고 있다. 과학벨트 대전 유치설이 나돈 15일, 대구가 고향인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정부가 과학벨트를 원점에서 검토하는 것 같이 하는 바람에 동네방네 시끄러워진 것"이라며 "지역 분열을 조장하고 표를 깨는 데 청와대는 천재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은 발언의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해당 지역 의원들의 속내를 대변한다.

또한 이번 과학벨트 입지 선정 과정에서 일체의 정치적 입김을 배제하겠다던 그간의 정부 발표와 달리 과학자들이 중심이 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 산하 '입지선정위원회' 위원들이 10개 후보지를 놓고 평가작업과 점수를 매기고 있던 중인 지난 14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과학벨트 대전 대덕 최종 입지 확정설'을 미리 보도해 '정치벨트'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위원들이 점수 봉투를 개봉하기도 전에 이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와 과학계의 반발까지 예상된다. 과학벨트위 한 관계자는 16일 "위원들이 도대체 뭐냐? 정부가 과학자들을 들러리로 세운 것이냐. 이건 정치벨트다"라고 격양된 목소리를 냈다. 때문에 입지가 이미 선정된 상태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과학계를 동원한 '요식행위'라는 지적이 거세다.

더구나 '대전 대덕설'이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정치벨트' 논란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황 원내대표는 16일 "그런 발언을 한 적 없다"며 발을 뺐다. 때문에 집권당이 과학벨트 입지 선정에 앞서 민심을 떠보기위해 언론을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 역시 깊어지고 있다.

비난은 향후 탈락지역들에 '사전 내정설' 등의 빌미를 제공하며 국론분열과 함께 이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가속화함은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 진위를 떠나 '과학벨트의 사전 내정설'은 동남권신공항백지화, LH본사 이전 논란 등 그간 정부의 실정과 연동해 남ㆍ남갈등과 정권의 수명 단축을 촉발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