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내 어린이 박물관 박유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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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정지혜 기자] 비오는 대학로의 한 카페. 자리에 앉자마자 생크림을 잔뜩 얹은 파르페를 시킨 그녀는 '질문이 뭐냐'며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였다.

2월 29일이라는 턱걸이 생일 덕에 87년생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고, 부산에서 나고 자라 대학도 주변의 4년제 국립대를 졸업했다. "졸업 후 바로 상경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지방엔 제가 일하고 싶은 박물관의 수요가 거의 없었거든요. 경력을 서울에서 쌓고 싶기도 했고요.사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가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가라'는 말의 영향도 조금 받은 것 같아요."

지방 국립대 4년제 사학과를 다니면서 박물관에서 일하겠다고 마음을 굳힌 뒤 꾸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복수전공을 철학과로 선택해 인문학에 대한 다양한 기초를 넓히고, 준학예사 준비를 학과 공부와 병행해 공부 효율을 높였다.

졸업하기 직전 시험에 합격해 졸업과 동시에 서울 국립민속박물관 내 어린이박물관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저는 아직 학예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요. 직책에 맞는 전문성과 경험을 갖춰가는 중이죠."

지금 하고 있는 박물관 일에 대해서도 전시·운영에 관한 부분이라 관람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까이서 보고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지방에 살았던 탓에 지역 발전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그녀는 "서울에는 어린이 박물관이 꽤 있는 편인데, 지방은 생기고 있는 추세라 해도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서울에서 많이 배워서 지역의 어린이 박물관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요."라며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보고 있으면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긍정적인 기운을 가진 그녀의 서울 생활이 궁금했다. "처음엔 사투리 땜에 곤란한 적도 있었어요. 하고 있는 직업이 서비스직종이다 보니.(웃음)" 그리고는 잠시 생각한 뒤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경제적 부담감이 있어요. 번 돈으로 월세내고 하다보면 돈도 잘 안모이고. 그 외에는 아는 사람이 전혀 없어서 좀 힘들었어요. 정착이 아니라 부유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속 시원하게 이야기할 곳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고. 하지만 그래서 서울이 더 재밌는 것 같기도 해요."

유독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럴 수 없어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 주변 사람들을 만들고 싶어 일부러 도슨트 프로그램에 자원해 수업도 듣고 대학 때 배웠던 풍물을 계속 하고 싶어 동호회에 가입했다. 배우고 사람과 부딪히며 스트레스를 푼다.

지방 4년제를 졸업한 것에 대해서도 크게 학력의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전공 지식을 쌓는데 지방 4년제 대학이 한계나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모자란 부분은 제가 채워나가야 할 테고요. 지방에 살 때는 서울에 오면 학력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비교되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현재 대학원을 준비하는 중이지만 이는 학예사가 되기 위해 전문성과 다양한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과정이지 학력 차를 느껴서는 아니라고 했다.

"이제 막 상경하려고 하거나, 갓 상경한 친구들이 진로나 취업과 같은 걱정 때문에 일을 과감히 추진시키지 못하는 것 같아요. 숲을 먼저 보는 것도 좋지만 나무 하나하나를 살피는 것도 중요해요. 나무 한 개를 심고 다음 날 하나를 심다보면 어느 새 자신만의 숲이 완성되어 있을 거라 믿거든요. 그래서 너무 '서울'이란 타이틀에 위축되지 않았으면 해요. 저도 지레 겁먹었었는데 올라와 보니 별 것 없더라고요.(웃음) 일단 한번 저질러 보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상경 청년들을 향해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계속해서 배우고 배운 것을 베풀고 싶은 것이 인생의 최종목표라는 그녀는 이 인터뷰를 하겠다고 한 것도 많은 지방의 청년들이 그렇게 느끼도록 학습된 '서울'에 대한 '자격지심'을 덜어주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선다면 지방대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행동할 수 있도록 많은 만남이나 멘토링을 해주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이 끝나자 조금은 아쉬운 얼굴을 하고는 '인터뷰 꽤 재밌네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자리를 마무리 하고 지하철 입구에서 손을 흔들며 밝게 인사하는 그녀를 보니 어떤 일이든 잘 헤쳐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운 것을 베풀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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