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카 한 개당 1,500원 가량의 리베이트 확인도...

“하모니카 한 개가 광주지역 초등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 광주광역시 안순일 교육감의 하모니카 사랑에 대한 어느 초등학교 교사의 비난이다.

교육과정에도 없는 악기 구입 위해 3억이 넘는 예산을 책정·집행

광주시교육청이 초등학교 4학년 전원에게는 하모니카를, 중학교 1학년에게는 오카리나를 보급하려하는 시책에 대해 교육과정 파행운영을 조작하고 있으며 판매업체에게 로비까지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교조 광주지부에 따르면 이 사업은 '1인 1 휴대악기 연주 능력 갖추기'의 일환으로 특별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 학생들에게 값싸고 휴대하기 편하며 연주하기 쉬운 하모니카와 오카리나를 연주할 수 있도록 하여 학생 개인의 자아실현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는 취지로 안순일 광주시교육감이 광주시동부교육청교육장 시절부터 추진한 것으로 올해 광주시서부교육청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재정난으로 학교마다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육과정에도 없는 악기를 구입하기 위해 3억이 넘는 예산을 책정․집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1학기가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서 악기를 구입하게 하는 것은 졸속 행정과 전시행정의 표본이다는 것이 전교조의 주장이다.

이미 교육과정에 있는 리코더와 단소 등 교육도 벅차

전교조와 광주지역 교사들은 문화예술교육의 방편으로 하모니카나 오카리나를 보급하겠다는 시교육청의 정책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전교조는 “초등학교의 경우 이미 교육과정에 리코더와 단소 등 필수 악기를 지도해야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교사가 리코더와 단소 등을 아이들에게 지도할 만큼의 충분한 연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지적하며 “이런 상황에서 몇 시간의 연수만으로 교육과정에도 없는 하모니카와 오카리나를 지도하라는 것은 일선 학교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탁상행정이다”고 꼬집었다.

하모니카 한 개당 1,500원 가량의 리베이트 확인도...

또한 전교조는 “학생 1인 1악기 연주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휴대가 간편하다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하모니카나 오카리나를 지정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단순히 교육감의 필수 시책사업이라며 학생 종합예술제의 필수 종목으로 하모니카와 오카리나 연주를 지정하고 모든 학교에서 해당 학년을 의무적으로 지도하여 참가하라고 하는 것은 시대에 뒤쳐진 권위적인 발상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교조는 “자신의 물품 납품을 희망하는 업체에서는 벌써부터 일선 각급 학교를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하모니카 한 개당 1,500원 가량의 리베이트를 주겠다는 곳도 확인되어 특정 업체와의 유착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개연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고 밝혔다.

몇 시간 연수받고 가르치라고 하니, 졸지에 무능력한 교사가 됐다

한편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이를 성토하는 각급 학교 교사들의 비판론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박 모 교사는 “정규교육과정이 아님에도 무리하게 1인 1악기로 하모니카를 보급하려고 하는지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 지금 교육과정에 나와 있는 리코더와 단소교육을 장려해야 할 교육청이 다른 악기를 등장시켜 현장에서 교육활동에 전념하는 교사들에게 또 다른 잡무를 만들어 주고 있다”고 주장하며 “현교육감의 독단으로 시행되고 있는 전시 행정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 모 교사는“교사들은 죽을 맛이다. 몇 시간 연수받아서 아이들 가르치라고 하니, 졸지에 무능력한 교사가 되고 말았다. 늘 그렇듯 일은 교육당국이 저질러 놓고 그에 대한 책임은 교사들이 다 뒤집어 쓴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틀에 걸쳐 4시간, 4학년 전 교사 하모니카 연수 뚝딱 해치우더니...

또 다른 교사는 “1인1악기 지도가 문회예술교육 활성화 방안이라며 6월에 예산 보내 악기 구입하게 하고, 이틀에 걸쳐 4시간 4학년 전 교사를 한 곳에 모아 문화예술교육 연수(하모니카 연수)를 뚝딱 해치우더니, 6월말에는 2007년 종합학생예술제 계획서를 학교에 보내 10월에 개최되는 예술제에 의무적으로 한 학급씩 참가시키라고 합니다. 그것도 교내대회를 반드시 개최하여 그 결과를 보고까지 하라는 행정사항까지 빠뜨리지 않고 말입니다. 시교육청 담당 장학사님께 전화 드렸더니 '정 어려우면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네요.”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전교조는 이와 관련 “1인 1악기 사업을 전면 중지할 것”과 ”전시성 문화예술행사로 교육과정의 파행을 부추기며 사교육비 증가와 승진 점수 취득을 위한 지도교사간의 과열경쟁, 특정 업체 로비 의혹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학생종합예술제'를 학교행사로 전환할 것 등을 주장하는 한편 밀어붙이기식 권위주의적인 행태에 대한 안순일 교육감의 사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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