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재정자금으로 공적자금 상환하는 것과 같은 이치"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좌)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우) 모습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자산규모 50조원, 국내 대기업시장 점유율 70%의 초대형 공룡 은행을 만들자.'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민영화에 나서는 우리금융 인수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다. 하지만 강만수 회장의 꿈에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우리금융지주는 16일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는 재정자금으로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것과 같은 국민 기만행위"라며 인수를 검토 중인 산은금융을 공격했다. 이어 "연결기준 자기자본이 4조9000억원이던 2002년 상장을 완료하고도 아직 정부 지분이 57%나 남았다"며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 후 완전 민영화하는 데 최소 2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며 산은금융 인수의 부적격성을 강조했다.

특히 합병 후 정부 보유 지분이 50~60%로 낮아질 것이라는 산은금융의 주장에 대해 우리금융 측은 "우리금융이 산은금융에 인수될 경우 산은금융의 자기자본은 현행 22조6000억원에서 39조5000억원으로 증가한다"며 "산은금융이 우선 10%의 지분을 상장하고 우리금융 소수 지분에 따른 주가 희석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정부 보유 지분은 65.7%(19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인수 후 양도세를 부담하지 않는 적격 합병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도 최소 2년이 경과해야 한다"며 "우선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합병 후 정부 지분 하락효과를 보려면 최소 3년이 지나야 하며 합병 후 산은금융의 정부 지분 19조7000억원과 우리금융 합병으로 인한 자사주 9조5000억원 등을 매각하는데 20년 이상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또한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합병으로 글로벌 은행이 탄생할 것이라는 산은금융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금융은 전면 반박했다. 우리금융지주는 "두 은행을 합병해 봐야 자산 규모 50조원으로 글로벌 순위가 54위에 불과하다"며 "합병 시 동일인 한도 등으로 기업 고객이 빠져나가면 자산규모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낮은 신용등급으로 자금을 조달해 등급이 높은 자산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고 대형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여전히 쉽지 않다"며 "관치금융과 정부 간섭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금융산업 현실을 감안할 때 국책은행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요원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간 합병은행은 국내 주채무계열 37개 가운데 23개를 맡아 국내 대기업시장의 70%를 점유하는 것"이라며 "이는 국책은행을 통한 금융지원이 간접적인 보조금 지급으로 간주돼 주요 국가와 통상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금융 측은 "경제규모에 걸맞은 대형 리딩뱅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간 자율성과 창의성에 바탕을 두고 시장경쟁력을 갖춘 대형 민간은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지주의 저항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재입찰에 우리금융 컨소시엄을 아예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한 관계자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개별 투자자가 모두 금융자본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금융 컨소시엄을 입찰에서 배제하려는 의도와 일맥 상통한다. 이런 해석대로라면 금융회사가 아닌 포스코나 KT 같은 기업은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이럴 경우 우리금융이 7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인수 자금을 모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같은 논란 속에서도 민상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7일 본회의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우리금융 매각 방향을 밝혔다. 우선 공자위는 우리투자증권과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 자회사들과 함께 우리금융을 일괄 매각키로 했다. 또한 입찰 참여 요건인 최저 입찰 규모를 지난해 4% 에서 30%이상으로 변경했다.

공자위는 오는 18일 언론에 매각공고를 낸 뒤 6월 29일까지 입찰참가의함서(LOI)를 접수할 예정이다. 다만 예비입찰과 최종입 찰 등 구체적인 일정은 LOI 접수 마감 후 확정된다. 이를 위해 예금보험공사는 민영화 과정에서 현재 56.97%인 우리금융 지분이 일정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을 완화하거나 폐지할 계획이다. 또한 공자위는 지난해 12월 입찰 실패 이유로 지목됐던 각종 규제 완화에 대해 긍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했다.

특히 금융지주회사를 소유할 경우 지분 95%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시행령에 정부가 소유한 기업에 한해선 50%로 완화한다는 특례규정을 신설하는 것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가 실제로 시행령을 개정할 경우 이는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에 날개를 달아 준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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