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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들이 당권-대권 분리 조항을 두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임요산 칼럼] 4·27 재보선 패배 후 한나라당의 집안싸움이 시끄럽다. 선거에서 졌으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처방을 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소장파의 쇄신론은 주제에서 훨씬 벗어났다.침소봉대(針小捧大)가 된 것이다.

흔히 민심을 천심(天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맞을 때도 있지만 틀릴 때도 있다.천안함 폭침 후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찍으면 전쟁 난다’는 흑색선전에 넘어간 민심은 과연 옳았을까.

손학규 닮아 가는 소장파

민심은 아침저녁으로 변한다. 지역에 따라 다르다.
한나라당은 강원도지사 선거와 분당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패했다. 그러나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겼다. 그것도 절대 열세라던 예상을 뒤엎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텃밭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한 김해을의 민심은 무엇이란 말인가.

4·27 재보선의 승부처 세 곳의 결과는 인물 심판으로 귀결됐다.
한나라당은 강원도와 분당을 공천을 그르쳤다. 강원도지사 후보로 광우병 왜곡보도의 최종 책임자를 영입했다. 내년 총선에는 대구로 내려갈 사람을 분당을에 공천했다. 분당을 아줌마들은 “내년 총선에 임태희 나오면 임태희 찍어야지요”라고 말한다.
반면 김해을은 노무현 후광만 믿은 무명 인사보다, 총리 근처까지 갔던 김태호를 선택했다. 결국 인물이었다.

재보선 빌미로 왼쪽에 쏠려

소장파들은 무엇을 잘못했기에 민심이 떠났는지 따져보자고 한다.
가장 큰 패인은 잘못된 공천인데도 정부 정책을 더 크게 걸고 넘어졌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바람의 영향이 큰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감이 특히 크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시장과 경쟁, 성장만을 강조하는 강자의 논리로 중도 보수세력의 지지를 상실했다.”
소장파들의 자기비판이다. 민주당의 정부 비판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하다.
사실 소장파로 불리는 의원 중에는 민주당에 갖다 놓아도 잘 어울릴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 대부분은 정치에 입문할 당시의 대세를 따라 한나라당에 입당한 사람들이다.
이들 중에는 내년에 제2, 제3의 손학규가 되어 한나라당을 욕하고 민주당으로 옮겨갈 사람들도 나올 수 있다.

만약 쇄신론을 주장하는 소장파들이 한나라당 깃발을 접수한다면 보수정당으로서의 한나라당은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벌써 한나라당 당명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소장파도 있다.

민주당 흉내 내면 자기부정

따지고 보면 한나라당이 ‘웰빙당’이니, ‘봉숭아학당’이란 말을 듣게 된 데는 소장파들의 역할도 작지 않다.
소장파로 분류됐던 어느 의원은 성희롱으로 국회 제명 위기에 놓여 있다.
소장파들은 국회에서 몸싸움을 하지 않겠으며, 법안 강행 처리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었다.
이에 따라 한-EU FTA 비준안 상임위 심의에서 당론에 홀로 동조하지 않아 통과를 막은 소장파 의원이 있었다. 스스로 멋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게 바로 웰빙 체질인 것이다.

보수 가치를 잘 다듬어야

소장파들은 한국사회가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와 양극화 심화되는 가운데 서민들 삶의 질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보수주의의 기본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속할 수 없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소장파들은 바로 이 방향에 충실해야 한다. 민주당을 베낄 일이 아니다.보수의 가치를 세련되게 다듬는 노력이 절대로 필요하다.
당대표가 누가 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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