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이 생사람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만일의 재해나 상해에 대비해 소비자들이 보험을 들지만 설계사의 설명이 불충분하거나 과장된 말에 현혹돼 보험을 든 뒤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심지어 가입한 보험이 설명한 보험내용과 달라 사고가 나도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거나 변경ㆍ해약할 경우 살인적인 위약금을 물리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또 보험 업그레이드나 약관대출 때 계약자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거나, 꼬투리를 잡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설명 불충분=의료계에 종사하는 김재수(39·충남 천안시 백석동)씨는 지난해 1월 D생명 변액유니버셜적립식펀드에 가입했다.

이 상품에 처음 가입할 당시 담당자는 24개월만 지나면 불입액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고, 입출금도 자유롭다고 했다. 아파트 입주시까지 매달 70만원씩 넣고 24개월 이후에는 금액을 10만원으로 줄이겠다는 말도 담당자에게 했다.

그런데 10만원씩만 넣으면 그 돈은 고스란히 7년동안 대한생명 사업비로 나가고 적립은 한 푼도 안된다는 것이었다.

본사에 전화로 항의하니 약관에 전부 나와 있고, 사업비에 대한 내용은 비밀이라며 소송을 하려면 하라는 식으로 나왔다.

가입당시 사업비에 관한 내용은 들어본 적도 없다. 얼마 전에 D생명에 알아본 결과 불입한 돈의 15%(10만원)가 사업비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화가 났다.

더욱 황당한 것은 처음에 10만원씩 가입을 하고 24개월 후 70만원씩 증액을 해도 향후 7년간 10만원에 대한 사업비만 빼간다는 사실이다.

보험을 판매한 사람도 이 내용을 모르고 있었고, 회사에서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험 모집인도 실수를 인정했다.

금융감독원에 이의를 제기하니까 D생명은 처음에 원금을 돌려준다고 하더니 이젠 원금마저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금감원에 민원이 자꾸 들어가면 보험회사에 불이익(페널티)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씨는 “여기에 대한 내용은 녹취를 다해놓았다”며 “금감원에서도 소송을 제기하는 길밖에 없다고 하니 어이가 없고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소비자 곽재원(38·광주시 서구 화정3동)씨는 작년 10월 M생명에서 변액연금을 가입했다.

당시 보험설계사로부터 중도에 자유롭게 증·감액과 출금이 가능하다는 말을 믿고 우선 50만원씩을 넣었다.

최근 사정이 생겨 회사에 감액을 요청하자 감액한 금액은 중도해지되어 원금에 막대한 손실이 생긴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고 하자 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곽 씨는 “이는 명백히 교묘한 언어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속이는 기만적인 행위”라고 항의했다.

#본인 동의 없이 약관대출=소비자 임윤천(49·서울 금천구 가산동)씨는 몇 년 전 D생명 설계사로부터 암보험을 들었다.

그런데 2005년 3월31일자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계약자에게 설명도 하지 않고, 사인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업그레이드 19일만에 약관대출이 이뤄졌는데도 계약자와 한마디 상의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뤄진 최초의 대출건에 대해서도 대출이자가 한번도 안나갔는데도 연락도 없었고, 두 번째 대출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임 씨는 “최초 보험가입 당시에도 상품설명도 해주지 않았고, 가장 기본적인 대리권이나 위임권을 지키지 않았고, 계약자에게 대출여부를 알아보지 않았다”며 하소연했다.

#사기보험?=미용인 김미숙(여·28·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상2리)씨는 2년전 S생명의 한 남성설계사로부터 '미용인을 위한 손보험'을 소개받았다.

미용인은 손을 다치면 평생 일하기가 힘들고, 손에 대한 보장이 다 되며, 나중에 문제가 생겨 일할 수 없을 때에 평생 보장해준다기에 가입했다. 다른 미용인들도 함께 가입했다.

그 후로 2년이 흘렀고, 가위질을 하다가 손을 다치는 일이 생겨 병원에서 손을 꿰맸다. 콜센터에 전화로 문의했다. 세부적인 수술이 아닌, 단순 봉합은 병원비가 지급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분명히 손보험이라고 이야기했고, 손에 대한 보장을 해준다고 설명을 설계사로부터 들었다고 말했지만 혜택을 드릴 수 없는 보험이라고 말했다.

몇 달 후 예전에 보험을 들었던 S생명 설계사 언니와 통화를 하던중 “손보험 특약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교통상해 재해 보험'”이라고 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손보험에 가입할 당시 교통상해보험은 다른 보험사에 이미 들어놓은 상태였다.

김 씨는 “내가 무슨 돈이 많아서 같은 보험을 2개나 들고 있겠느냐”며 “손보험은 사기보험”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보험금 지급 거절=회사원 양기석(37·서울 관악구 봉천11동)씨의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학교에서 넘어져 영구치인 앞니가 뿌리만 남긴 채 부러졌다.

한창 성장기라 조금 더 크면 새로 이를 해서 넣으려고 C생명에 알아봤다. 보험 약관에 영구치를 잃으면 보험금이 나온다고 했는데, 보험사에선 뿌리까지 잃어야 보험금을 준다고 대답했다.

양 씨는 “뿌리가 남았다고 안되는 것이 무슨 보험이냐. 참 어이가 없다. 일부러 뽑지 않은 이상 사고로 다쳐 뿌리까지 없어지는 일이 가능할까”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살인적인 위약금=소비자 이선영(여·28·서울 금천구 시흥5동)씨는 지금 I생명보험 펀드를 8개월째 들고 있다.

지금까지 50만원씩 넣다가 생활이 어려워 20만원으로 줄이려고 지난 12일 보험회사에 전화로 변경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위약금을 제외하고 88만원을 통장으로 넣어준다고 했다.

계산은 이렇다. 원금이 400만원(50만원×8번)에서 160만원(20만원×8번)으로 바뀌면 나머지 240만원에서 위약금을 빼고 88만원을 준다는 것이다. 160만원이 졸지에 눈 앞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이 씨는 “중간에 해지한 것도 아니고 금액을 변경한 것 뿐인데 무슨 위약금을 160만원이나 물어야 되느냐”며 항의했다. <오토모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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