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 교육감 출범 1년…교원 54.2% '부정적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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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강주모 기자] "아주 골치 아프죠. 요즘 아이들은 옛날 애들과 비교해서 선생님 말을 아예 무시하는데, 체벌은 아예 못하게 됐고…" 서울 관악구 소재의 모 중학교 김모(여) 교사의 넋두리다.

김 교사는 "이미 '스승과 제자'의 개념은 없어진 지 오래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며 진보교육감의 체벌금지 정책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친구들과 싸우고 사고라도 터지는 날엔 '애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항의를 받으며 멱살 잡히기가 일쑤"라고 토로했다.

그는 "성적 향상과 인성 계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좁은 게 사실"이라며 "아무 대안도 준비 해놓지 않은 채 교원들에게 무조건 체벌만 금지시킨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 소재의 A고교 황모(남) 교사는 최근 '5.18 계기교육 교수 학습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이 계급투쟁과 탈식민지 운동의 산물이라는 내용이 실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계기교육은 '시사나 역사적 사건 등 특정 주제에 대해 이뤄지는 교육'이다.
이 자료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지시로 지난달 16일 도내 초·중·고교에 배포됐다.

황 교사는 "학교 내에서는 이 자료에 대해 말을 아끼고,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적잖은 교사들이 충격을 받거나, 불편한 심정인 게 사실이다"라면서 "한쪽으로 치우친 이념 교육은 아이들의 역사 인식 형성이 부정적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황 교사는 이런 현실에 대해 "전국의 교육감이 선거로 뽑히다 보니 이념적인 성향이 강조되고, 또 포퓰리즘적인 교육정책들이 쏟아지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전국 교원 2599명을 대상으로 직선제 교육감 출범 1년 동안의 학교현장 변화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원 54.2%가 '부정적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새 교육감이 학교에 미친 변화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반응은 24.8%에 그쳤으며 '무변화'라고 답한 응답자도 21%나 됐다.

직선제 교육감 출범 이후 교육계의 가장 큰 변화로 '교육의 정치화 및 이념화 가속화(29.9%), 교육 동동체간의 대립심화(23.1%), 학생, 학부모의 권한 강화 및 확대참여(22.9%), 교과부와 교육청간 갈등 심화(1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벌금지와 학생인권 조례 제정으로 인한 학교 현장의 변화에 대해 '부정적 영향'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무려 78.2%를 기록, '긍정적 영향'이라는 응답자(10.5%)를 압도했다.

황 교사는 "사실 (체벌금지) 정책이 너무 쉽게 나온 경향이 있다. 교육학적으로도 체벌은 반드시 없어져야 할 교육방법인 건 사실이지만 단칼에 없애려고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문제점이 불거져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일부 몰지각한 비리, 체벌 교사들로 인해 학생들의 계도를 위해 매를 아껴가며 열성적으로 일하는 교사들까지 모두 싸잡아 체벌교사 비리교사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뉴스를 봐도 '일부'라는 표현 대신 '선생님'으로 묶어 버리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교총 관계자는 "직선교육감 1년은 우리 교육에 있어 큰 시험무대였다. 임기가 3년이 더 남아 있다는 점에서 지난 1년을 단순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겠지만, 현장 교원들이 낮은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정책을 계속 양산하려 하기보다는 학교 현장의 실정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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