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로다”

▲광주전남녹색연합 박필순 부장
지난 6월 12일, ‘광주시민사회단체총연합’에서 주최한 무등산 토론회와 6월 25일, 광주시의 수장인 박광태 시장이 ‘1등 광주 건설을 위한 시민과의 대화’에서 북구 주민들과의 공개석상에서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를 주장하여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연초부터 정체성을 의심받고 있는 ‘광주시민사회단체총연합’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무등산을 광주의 상징으로 관광 자원화하고, 누구나 오를 수 있도록 하자’는 등 무등산 개발을 외치고 나섰다. 지난 6월 12일에는 이와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하여 수순을 밟아나가면서 시민의 의견처럼 치장하여 여론화하고 있어서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박광태 시장이 ‘케이블카 설치’를 발언을 함으로써 무등산 개발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무등산은 사람들이 올라가기 힘든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적게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오르내리는 수가 1년에 무려 1천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140만 광주시민 모두가 적어도 한 해에 7회 이상 무등산을 다녀갔다는 수치이다. 분명 이 숫자는 무등산의 탐방객 적정 수용용량을 초과한 것이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시민들의 절대적 사랑을 받고 있는 증거이기도하다.


특히 주말에 무등산을 오르는 시민들은 너무 많은 사람이 올라서 답답할 정도라고 하소연할 정도이다. 오히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올라서 훼손이 심각하고, 출입 통제해야 하는 구역이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광주시 산하 기관인 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가 사람들의 발길로 급속한 훼손이 우려된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 7월 20일부터 서석대와 입석대에 대한 탐방객들의 출입 통제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이 같은 조치는 불과 그 하루 전 인 6월 25일, 광주시의 수장인 박광태 광주시장은 주무부서들과의 협의도 없이 북구 주민들과 만난 공개석상에서 관광객들이 편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를 주장하여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박광태 시장은 ‘1등 광주 건설을 위한 시민과의 대화’에서 ‘무등산 덕에 밥은 먹어야 하지 않느냐’, ‘무등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환경단체가 굳이 반대한다면 무등산 뒤쪽인 화순방향으로라도 설치할 수 있는 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거야 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요,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내용이나 무등산을 광주의 상징물로 만들어가는 방법에 대한 이해하지 부족한 발언임에 틀림없다.


또한, 모든 시민단체가 모여 만든 단체처럼 위장된 ‘광주시민사회단체총연합’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주장했다며 ‘무등산 정상에 500m 타워를 건설해 맑은 날에는 평양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하자더라’라는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다고 한다. “무등산을 관광자원화 하도록, 특급호텔 및 케이블카, 정상까지 도로 포장하여 버스를 다니게 하고 정상에는 상징조형물을 설치하자”라며 ‘친환경개발론’으로 위장하여 유치한 주장을 펼쳤던 토론회의 주장을 근거로 삼는 시장의 발언에는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광주·전남의 중심에 우뚝 선 상징으로 어머니 산, 무등산. 무등산의 공익적 가치는 역사적으로 검증되어 왔으며, 십 수년에 걸친 환경단체들의 토론회를 통해서도 거듭 확인되어 왔다. 원형보전과 자연자원의 보존만이 무등산의 진정한 가치를 담보하는 길이라고 거듭 확인되어 왔다.

무등산의 가치는 무엇일까? 무등산의 가치는 산 그 자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땀 흘리는 등산객에게는 시원한 바람을 제공하고, 목마른 탐방객에게 시원한 계곡물과 약수를 제공하는 곳. 무등산은 산이다. 흙과 나무와 계곡이 어우러져 동물들에게 안식처를 주는 곳이다.


그리고, 무등산의 상징물은 무엇일까? 입석대와 서석대이다. 군부대에 의해 점유되고 있는 정상부이고 천왕봉이다. 이러한 무등산의 상징물을 놔두고 또 다른 상징물을 무등산에 세운다? 이것은 결단코 상징물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무등산의 공익적 가치를 극대화 하는 방안은 무등산을 무등산으로 잘 보존하는 것이다. 무등산이 에베레스트산이 될 수 없고, 프랑스의 몽블랑도 될 수 없다. 다른 유명 관광지의 모습을 그대로 무등산에 재현할 때 과연 무등산이 무등산다운 것일까?

그런데 일부의 토지소유주와 아직도 과거의 개발론에서 깨어나지 못한 개발업자들, 이에 이해타산을 하는 일부 철학 없는 단체들, 환경파괴의 우려보다는 일부 보전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침소봉대하는 논리를 앞세운 사람들이 무등산을 개발하자는 주장을 편다. 그들의 논리는 항상 친환경개발이라는 타협의 산물로 위장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시민들의 힘을 바탕으로 지자체와 언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20년 넘게 ‘무등산 사랑운동’을 통해 난개발 저지운동을 펴 수 천 억원의 공익적 재산 가치를 지켜오고 있으며, 학자들은 무등산이 시민에게 주는 공익적 경제가치는 년간 5,000억원 이상으로 검증하고 있어, 무등산은 우리 광주시민을 심리적, 경제적 측면에서 안식처가 될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광주를 1등 생태도시로 만들겠다고 표방하며, 1000만 그루 나무를 심어 생태도시를 실현하겠다는 박광태 시장의 환경 정책을 시민들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박광태 시장의 전략은 광주 도심에 있는 무등산과 작은 산들을 아파트와 도로, 케이블카 설치로 훼손시키고, 다른 곳에서 가져온 나무로 교통섬을 만드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번 발언에서처럼 박광태 시장의 환경정책은 앞뒤가 맞지도 않고, 오히려 환경지수를 떨어뜨리고 있어 깊은 우려가 되고 상황에서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까지 돈벌이용으로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그동안 부족했지만 지자체가 무등산 보호 정책을 펼쳐왔고, 시민들은 무등산사랑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우리나라에서 주목받는 ‘산사랑 시민운동’으로 알려져 광주시민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확고한 인프라임이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광주시장의 믿기 어려운 발언은 우리 시민들을 크게 불안케 하고 있다. 우리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을 가장 앞장서서 지켜야 할 시장이 개발 쪽에 관심을 갖는다면 도대체 누가 돈을 번 단 말인지 140만 대다수 우리시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당황스러운 일이다.

무등산의 공익적 가치는 인간 생태계와 자연 생태계가 함께 공존하고 미래 희망이 보이는 자연공원의 가치가 높은 무등산으로 더욱 잘 보전하여 우리 광주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태도시로 육성하는 상징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국토 이곳저곳이 관광시설을 이유로, 택지개발을 이유로 파괴되고 훼손하고 있는 지금, 성철 스님께서 우리에게 남긴 말씀을 되새겨볼 만하다.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로다.”

박필순 / 광주전남녹색연합 녹색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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