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전-가나전 중앙 미드필더 완벽 소화, 조광래호 전술 중심축

ki.jpg

[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셀틱에서의 변신이 대표팀에서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졌다. 이전보다 더 많이 뛰고, 더 파이팅이 넘쳤으며, 더욱 날카로운 킥까지 선보였다. 바로 조광래호 중원의 핵심 기성용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기성용은 세르비아전과 가나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허정무호 때와 기본적인 역할에 큰 차이는 없었다. 김정우-이용래와 중원에서 삼각형을 이루면서 팀의 중심축을 잡아줬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킥으로 공격의 물꼬를 트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기성용의 역할이 이전보다 더 커졌음을 알 수 있다. 허정무호에서 기성용이 공격적인 역할에 좀 더 비중을 뒀다면, 현재 조광래호에서는 수비쪽으로 좀 더 처져서 받쳐주는 임무를 띄고 있다. 공-수 연결고리임과 동시에 경기의 템포를 조절해주면서 팀 전술의 탄력성을 더했다.

기성용은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았던 선수다. 우선, 확실한 기본기가 돋보였다. 깔끔한 볼 터치와 중장거리 패스의 정확도가 매우 뛰어났다. 2007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수비수 역할을 잘 소화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후방에서 때려주는 롱 볼이 어김없이 한국의 공격수에게 정확하게 연결되어 '택배 패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성장세를 거듭하던 기성용은 '샛별'로 불리면서 허정무호에 탑승했다. 그리고 북한과의 최종예선 원정경기에서 동점골을 터뜨리는 등 맹활약을 펼치면서 대표팀의 대들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쉬운 평가도 없지 않았다. '볼을 너무 예쁘게 찬다'는 비판 아닌 비판을 들어야 했다. 중앙 미드필더로서 상대와 투박하게 싸워줄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스코틀랜드 명문클럽인 셀틱에서 기성용은 자신에 대한 비판 섞인 의견을 확실하게 느꼈다. 더 크고, 더 힘이 좋고, 더 거친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여러 가지를 깨달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팀에 도움이 되는 '거친 모습'을 덧칠해 나갔고, 특유의 날카로운 킥 감각을 더욱 끌어올리면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곱상한 외모처럼 볼을 예쁘게 차던 그가 '파이터'의 면모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이번 세르비아전과 가나전에서 기성용은 '파이터'의 모습을 적잖이 보여줬다.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더욱 많이 움직이면서 상대 미드필더들과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볼 중심의 플레이에서 벗어나 경기 전체를 보고 움직이는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로 도약했음을 확실히 증명했다.

파이터로 변신한 기성용은 '택배맨'으로서의 명성도 변함없이 발휘했다. 가나전 전반 10분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지동원의 선취골을 도왔고, 60미터 이상되는 거리에서 기습적인 중거리포로 가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로서 세계적인 수준의 킥 능력을 다시 한 번 선보였다.

과거 프랑스가 전성기를 누릴 때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역시 지네딘 지단이었다. 하지만 전술적으로 더 큰 역할을 담당했던 선수는 지단을 받쳐주던 파트릭 비에이라였다. 비에이라는 수비적인 역할을 주로 맡고 있다가도 팀이 위기에 빠지면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려주면서 해결사로 거듭나기도 했다.

현재 기성용을 비에이라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파이터의 옷을 입고 경기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지배해 나가는 모습에서 발전가능성이 엿보인다. 기성용은 이제 만 22세다. 현재 가진 부분들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간다면, '한국판 비에이라'의 모습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