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소홀.정책일관성 부족 자아비판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열린우리당이 14일 서울 강서구 모 호텔에서 개최한 비상대책위원회 워크숍에서는 5.31 지방선거의 참패원인과 정국 대응방식을 놓고 통렬한 `자아비판'이 쏟아졌다.
말로만 집권여당이었을 뿐, 정작 민생을 보듬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소임에서는 `낙제점'이라는 뼈아픈 자기반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워크숍의 첫 세션인 `반성과 진단'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이번 선거의 패인으로 `민생 소홀' `정책 일관성 부족' `누적된 불신'을 꼽았다.
참석자는 "우리가 나름대로 개혁을 추진하고 노력했지만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며 "선거과정에서 보면 자영업자와 주부들이 `지금 힘들어 죽겠다고 하는데 무슨 엉뚱한 이야기를 하느냐'며 고통스러워 하더라"고 반성했다.
다른 참석자는 "우리가 개혁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신선하게 받아들였지만 국민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는 게 부족했다"고 거들었다.
한 비대위원은 "참여정부가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구호로 출범했지만 사실은 국민과 떨어져있었고, 국민 자신이 대통령이 됐다고 느끼지 못했다"며 "내가 이렇게 힘들고 고단한데 당신들은 어디에 있었느냐는 하소연이 패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정책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참석자는 "우리당이 한번 정해진 방향을 끝까지 관철한 적이 있느냐"며 "잦은 지도부 교체도 문제지만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바닥으로 떨어진 신뢰를 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대위원은 "박근혜(朴槿惠) 대표 피습사건이나 내부에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 이어진 것이 패배의 계기가 됐지만 근본적으로는 누적된 불신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개혁정책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설득 부족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참석자는 "개혁은 추구하는 가치와 개념이고 실용은 그것을 실현하는 전략과 방식"이라며 "그러나 이 두가지가 혼돈된 채 대중에게 이해됐고 개혁정책의 실질적 수혜자가 누군인지 설정하고 설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개혁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신선하게 받아들였지만 국민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게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외부인사로 이날 워크숍에 초빙된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장의 선거패배 원인 분석도 눈길을 끌었다.
김 소장은 "우리당의 주 지지층은 연령별로는 20-30대, 지역별로는 호남.충청권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이를 제대로 결집해내지 못했다"며 "한나라당 의원의 지적대로 우리당은 보수당과 노동당 사이에 낀 자유당처럼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내 전략통인 이광재(李光宰) 전략기획위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2년간의 지지율 추이를 분석한 결과 우리당이 민생관련 현안에 집중했을 때 지지율이 오른 반면 혼선이나 갈등을 빚었을 때 지지율이 내려갔다고 주장했다.
유재건(柳在乾) 열린정책연구원장은 연구원 자체 분석자료를 통해 "우리당의 실패원인은 무능과 오만이며 그것이 '묻지마 투표'로 연결됐다"며 "당.청관계도 전략적으로, 슬기롭게 해나가야 하고 기조도 바꿔야 한다. 신(新) 열린우리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원장은 현행 부동산 정책기조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전날 연구원 주최 부동산 정책토론회 결과도 내놨다.
워크숍에서 참석자들은 당내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고있는 실용.개혁논쟁은 가급적 자제했고 청와대나 정부를 향한 발언도 아끼는 분위기였다.
다만 이번 선거패배는 정부와 여당의 공동책임이라는 원론적 입장만을 재확인했다고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이 전했다.
우 대변인은 "우리는 한몸이며 어느 일방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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