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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신영호 기자] 역사를 되짚어 보면 갈등은 사회발전을 촉진하는 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이제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처럼 당연하게 생각하는 인권 존중에 대한 아이디어가 한 예다.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됐는데, 그날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세계 1·2차 대전이라는 엄청난 물리적 갈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의 산업화와 민주화도 그렇다. 시민들의 배조차 제대로 채워주지 못하는 봉건적 잔재와 국가에 의한 탄압을 견디지 못하는 시민들의 분노 등이 갈등을 일으켰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추동할 수 있는 기초적인 토양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갈등이 곧 사회발전이라는 해피엔딩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갈등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갈등을 이해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등 지혜를 모으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정치다. 세계인권선언, 산업화, 민주화 등은 이런 정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반값등록금 논쟁으로 시끄럽다. 대학생들은 연일 도심에서 집회를 열고 등록금 대폭인하에 목청을 높인다. 유명 연예인뿐 아니라 일부 정치인들도 가세한다. 이러다가 미국산 쇠고기 안전 문제로 시작된 대규모 촛불집회가 재현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정치권이 이런 사태를 만든 주역이다. 시작이 그랬다. "반값등록금이 가능하다"며 필요한 예산 검토도 없이 일단 구호를 던져 논쟁의 불을 당겼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한 '유권자 떠보기'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여기까지는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장밋빛 미래를 꿈꾸게 할 필요는 있다. 그렇다고 실현가능성을 무시한 구호를 미끼를 사용해 마구 뿌려서는 안 된다. 이는 선장이 술에 취해 항해하는 배의 키를 잡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치권의 현재 모습이 꼭 이렇다. "올해 당장 하겠다" "전면 무상도 가능하다" "우리가 할 수 있다" 등의 구호가 야권에서 흘러 넘치고 있다.
선동 정치를 위한 의도가 아닌가 싶다. 그들이 주장하는 ‘소통’이라는 포장지를 뜯어보면 대중선동으로 현 정부를 몰아세워 책임을 지우고 자신들은 반사이익을 챙기겠다는 저질적이고 모략적 성격이 진하다.

정치는 타이밍이라 했다. 지금이 어떤 시점인가. 주장과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때다. 반값등록금 논쟁이 태풍이 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될지, 학부모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등록금 1000만원 시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지 그 분기점에 있다. 정치권의 결자해지(結者解之)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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