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 납품 금액 5% 리베이트 요구 등 접대 방법 다양

[투데이코리아=박대호 기자] 최근 삼성그룹의 총수 이건희 회장이 연일 비리 근절을 울부짖는 가운데 9일 제주도에서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모여 대기업 납품 비리를 성토했다. 이날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에 모인 600여명의 중소기업 사장들의 관심사는 단연 전날 발표된 삼성테크윈을 향한 이건희 회장의 단호한 의지였다. 이들은 행사 중간 중간 쉬는 시간 삼삼오오 모여 "그나마 삼성은 깨끗한 곳인데, 놀랍다"며 "(삼성테크윈이) 골프, 향응이 거론됐지만 대기업과 거래하다보면 그보다 심각한 비리가 더 많다"고 말했다.

10일 조선일보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말을 빌려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특히 삼성,LG,현대차에 모두 납품한다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대기업들이 요구할 때까지 (상납하는 걸) 기다리면 사업을 접어야지…"라고 했다. 그는 "룸살롱 가서 술 사고 골프 치면서 돈을 잃어주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경북에서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거래하는 대기업 임원이 와인을 좋아해서 덕분(?)에 나도 와인 공부 많이 했다"며 "와인 뒷바라지하느라 수천만원이 깨졌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제조업체 사장도 "거래 대기업 임원의 자녀 결혼식은 대목이다. 축의금으로 1000만원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축의금이나 화환을 그쪽에서 요구하는 경우보다는 보통 우리가 알아서 한다"며 "그 정도 눈치 없이 어떻게 사업을 하느냐"고 했다.

또한 대기업의 금품 요구방식도 법인카드를 제공하거나 차명계좌를 이용해 리베이트를 챙기는 등 다양화되고 있다. 경기도에서 온 한 중소업체 사장은 "거래 기업 임원에게 우리 회사 카드를 주면서 '편하게 쓰시라'라고 했더니 한 달에 1000만원 넘게 결제가 됐더라"고 했다. 한 부품회사 사장은 "주변에서는 대기업에 납품한 금액의 5%를 리베이트로 그 회사 임원에게 통장으로 넣어준다고 들었다"며 "물론 통장 이름은 그 임원 명의가 아니라 전혀 엉뚱한 사람이어서 무슨 관계인지 궁금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충북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대기업 임원이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야 한다고 해서 다른 납품업체 사장들과 함께 돈을 걷어서 여름 휴가비를 준 적도 있다"며 "호텔에서 하는 자신의 집안 행사에 불러서 밥값만 200만원 가까이 계산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울산에서 온 한 업체 사장은 "모 대기업 임원은 '지분을 주면 물량을 몰아주겠다'며 협력업체 지분을 상당히 챙겼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사장들의 대기업을 향한 성토의 목소리는 '기업 비리의 공범'임을 자백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기업 비리는결국 거래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이익을 위해 대기업 간부를 매수한 중소기업체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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