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임요산 칼럼] 반값 등록금 시위가 심상치 않다.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의 재판이 될지 모른다. 어쩌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반정부 시위 유도하려는 좌파

6월 10일 저녁 청계천 광장에 모인 학생들 손에는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이라고 쓰인 주로 붉은색 종이피켓이 들려 있었다. 그러나 피켓의 뒷면에는 ‘이명박 OUT'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직까지는 이를 뒤집어 든 학생이 거의 없다. 학생들에게 절박한 것은 반값 등록금인 것이다. 그러므로 아직까지는 실용주의적 시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돈을 들여 이 피켓을 만들고 나눠주는 세력은 틈만 나면 ‘반값 등록금 시위’를 ‘반정부 시위’로 바꾸려 들 것이다.

1968년 프랑스를 뒤흔든 5월 혁명은 등록금에 비하면 훨씬 사소한 문제가 발단이 됐다. 파리 제10대학에서 “여학생기숙사 출입을 자유롭게 해달라”는 남학생들의 요구를 대학 당국이 억누른 것이 도화선이 돼 학생들의 기성 체제에 대한 불만이 폭발된 것이다.

프랑스 5월혁명 원인보다 심각

반값 등록금 시위도 정부가 분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시간을 끈다거나 불순 세력이 폭력시위를 유도해 경찰이 과잉 대응을 할 경우, 프랑스 5월혁명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반값 등록금 논란 과정에서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세계에서 2번째로 비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대학진학률은 80%에 이른다. 대학생이나 중고등학생을 둔 가정의 비율을 고려한다면 비싼 등록금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폭발력은 프랑스 5월 혁명의 원인보다 훨씬 더 크다.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에 대한 믿을만한 통계조차 없을 정도로 실업난이 심각하다. 대기업은 정부의 기업 친화정책에 힘입어 수조원대 이익을 내면서도 일자리 창출은 외면하고 있다.

‘비싼 등록금’ 국민 공감대 넓어

공기업 직원과 대기업노조 등은 신규 고용의 진입장벽을 높여 밥그릇을 지키고 있다. 관민(官民) 부패 커넥션은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의 관계뿐이겠는가. 삼성 같은 글로벌기업에서도 내부 부패가 문제가 될 정도이다.

이런 기성체제에 대한 젊은이들의 불만이 반값 등록금 시위에서 분출구를 찾을 수도 있다.

반값 등록금 시위는 “과도하게 비싼 대학 등록금을 절반 수준으로 낮춰 달라”는 단순한 요구다. 정부가 등록금 인하의 분명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면 시위는 해산할 터다.

그러나 문제는 반값 등록금이 느닷없이 제기되어 바로 해답을 내놓을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원래 반값 등록금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세종시 공약의 경우 충청도민이 공약 이행을 강요해 결국 성사됐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은 공약이행 강요 세력이 결속되지 않았다.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에 안도한 학생과 부모들은 비싼 등록금이 불만스러우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 패배 후의 민심수습책으로 반값 등록금을 다시 꺼냈다.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가 5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뜬금없이 던진 것이다. 당장 폭발적 호응이 따랐다.

기성체제 전면 부정할까 우려도

황 대표는 자신의 말이 일파만파 번지자 ‘등록금 완화’로 말을 바꾸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민주당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공짜등록금’ 구호까지 내놓고 흔들어대고 있다.

2주가 지난 후 황 대표는 “한나라당은 아무 정책도 정한 게 없다. 이제 화두를 던지고 학생, 학부모, 총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게 한나라당이다.

어찌됐든 이제는 반값 등록금을 없던 걸로 하거나 생색내기 소폭 인하로는 수습하기 어렵게 되었다. 만약 반값 등록금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악화된다면 황 대표가 원인을 만든 혼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시위가 대선이 있는 내년에 벌어지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하루라도 빨리 시위를 진정시킬 수 있는 등록금 해법을 확정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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