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학 때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어려운 학생에게 집중 지원이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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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신영호 기자] 초·중교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했던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13일 반값등록금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반값등록금 논쟁을 보며'이라는 글을 통해서다. 초중학생의 급식은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 필요한 가치재(merit goods)의 성격을 갖지만 대학교육은 이런 성격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지원을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이 교수는 "어떤 사업이 바람직하다고 해서 정부가 무조건 돈을 쏟아 부을 수는 없다"면서 "예산제약이 있기 때문에 엄격한 우선순위하에서 가장 바람직한 사업부터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지원은 우선순위를 부여받기 힘들다"고 했다. 대학교육은 초중고 교육처럼 공공재(public goods)나 가치재가 아닐 뿐더러 강한 외부성(externalities)이 있는 경우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대학측에 등록금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라고 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교육의 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대학이 지출을 줄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알뜰한 살림으로 어느 정도의 절감은 가능하다 해도, 그것이 절반 수준에까지 이른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가 제안한 대안은 예일(Yale) 등 미국 아이비리그의 일부 대학이 하고 있는 Need Blind Policy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 정책은 부유하든 가난하든 오직 학문적 자질만을 고려해 입학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 다음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학생에 대해서는 필요한 만큼의 장학금 지원을 해준다. 이 교수는 "일단 등록금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고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집중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정답"이라면서 "요즈음 보편적 복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지만, 이것과 반값등록금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정부, 성장제일주의 맹목성 주의해야 한다" "경제위기 극복하려면 공정한 리더십 발휘해야 한다" 등 현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 왔다. '대운하 건설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에 소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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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
정부재정에 의해 공급된다. 국방·경찰·소방·공원·도로 등과 같이 정부에 의해서만 공급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가치재=
교육, 의료, 주택 공급 등 정부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으로 간주하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외부성=
어떤 경제 활동과 관련해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편익)이나 손해(비용)를 발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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