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코드에서 실용코드로

여당 정책기조가 `실용코드'로 재조정되고 있다. 이는 서민.중산층의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로 두겠다는 김근태 의장 체제의 좌표 설정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민생과제가 논의의 중심에 들어서고 있는 반면 당 정체성과 맞물린 개혁과제나 정치적 의제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난 듯한 분위기다.

여당의 이 같은 실용기조로의 선회조짐은 14일 열린 경제분야 예산당정협의회에서도 시작됐다. 열린우리당은 ▲공적자금상환금으로 책정된 3조2천억원의 예산을 경제활성화와 복지예산에 충당하고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SOC 예산 1조원 삭감안을 재검토하기로 밝혔다. 이러한 여당의 움직임에선 그동안의 소극적 재원배분 행태에서 벗어나 양극화 현상의 심화 속에서 허덕이는 바닥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쓰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또 여당의 달라진 코드 잣대는 15일 열린 열린우리당의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한길 원내대표는 "개혁 구호를 외치다 민생을 등한시한 면이 없는지 되돌아보자"고 말했다. 또한 송영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민심을 수용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나타나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현재의 이 여당의 이 같은 정책 추진흐름이 과연 `일치된 코드'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선거 참패 이후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과시하고자 하는 흐름과 지금까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개혁과제를 `완수'하려는 흐름이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실용 대 개혁진영의 갈등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과 맞물려 당내 주류세력과 친노그룹간의 대립양상으로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우려는 예산당정협의회에서도 여당과 정부가 부분부분에서 엇박자의 목소리를 낸 것에서부터 감지된다.

또한 당 지도부가 전날 워크숍에서 향후 입법전략과 관련, "우리당의 가치는 개혁이고 실용은 개혁을 실천하는 전략"이라며 "개혁입법과 민생입법 과제를 처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애매한 결론을 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립학법 재개정 등 계파간 시각차나 이해관계가 맞물린 사안을 놓고 `코드의 혼선'이 불거질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나온다.

디지탈뉴스 : 김현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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