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1.jpg[투데이코리아=국희도 칼럼] 한나라당이 이제야 정신을 차리는 모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발의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 실세들이 못마땅해 하면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자, 22일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모처럼 큰소리로 당의 태도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무성 의원은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대해 한나라당의 입장이 애매모호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주민투표로 승부수를 던진 오 시장에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주민투표를 반대하는 남경필 의원 등 당내 일부 움직임을 비판한 것이다.

"무상복지 시리즈의 포퓰리즘을 막지 못한다면, 보수 우파로 대표되는 한나라당의 간판을 내려야 할 것이다."

모처럼 속 시원한 발언이다. 무더위에 쏟아진 소나기 같고, 잘 끓인 대구탕처럼 내장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발언이다. 역시 김 전 원내대표의 발언은 시원시원함과 뚝심과 진정성이 느껴진다.

진작에 그랬어야 한다.
오 시장이 내년 대선까지 감안해 무상급식 반대에 정치 생명을 건 게 사실이고, 또 이번 주민투표에서 승리하는 것이 결국 대선 경쟁자인 오 시장의 위상만 높여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나라당 실세들은 진작에 그를 돕겠다고 나섰어야 한다.
그게 한나라당이 사는 길이고, 오 시장뿐 아니라, 종국에 가서는 자신들의 위상도 올라가는 일이다. 왜냐하면 무상급식 반대는 한나라당이 견지해온 당론이었으니까.

무상급식 공약은 야당으로서는 지난해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에서 과정에 큰 기여를 한 일등공신이었다. 무상급식 공약은 야당이 쏟아내기 시작한 3+1 무상복지 시리즈의 도화선이기도 하다.
무상급식 공약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민주당은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대학등록금 등 무상 시리즈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내년 대선 총선에서 승리만 하면 우리 대한민국이 단숨에 유럽형 복지국가로 만들어줄 것처럼 떠들고 있다.

정말 위험한 일이다.
특히 온 나라를 과잉복지, 복지 포퓰리즘의 광풍 속으로 몰아넣는 도화선이었던 무상급식(부자급식)을 폐기하고, 가정 어려운 아이들만 자존심에 상처입지 않고 무상급식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보수여당의 원래 청사진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이 나라의 장래가 실로 우려된다고 생각한다.

전에도 썼지만 우리 교육의 수많은 문제가 아이들에게 점심을 공짜로 먹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은 결코 아니다. 때문에 그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들을 아이들 공짜 점심 주기에 쏟아부어서는 절대 안된다.

한나라당이 보수정당으로서 사는 길이자, 지켜야 할 원칙은 좌파정당들이 표를 위해서 무책임하게 남발하고 있는 공짜복지 정책 ‘따라하기’가 아니라, ‘그 허구성과 위험성을 고발해서 나라를 구하는 일’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비굴하고 기회주의적인 정치를 해선 안된다"며 "오직 선거에만 이기기 위한 야당 포퓰리즘의 허구성을 국민에게 적극 홍보해서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문턱에서 다시 추락하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재 의원도 거들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혼자 내버려 두는 것은 전선에 중요한 문제가 있고 동지애가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한마음이 돼서 대응해야 한다."

한데 이번엔 김문수 경기지사가 딴죽을 걸고 나섰다. 김 지사는 22일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소위 말하는 국민투표에 해당하는데, 무상급식이 그런 투표까지 해야 할 사안인지 모르겠다“며 오 시장의 주민투표 감행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나섰다.

요즘 한나라당, 참으로 제대로 되는 게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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