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성장에는 자유시장경제가 있었다"
스웨덴도 자유시장경제로 부자나라가 됐다
한국과 더불어 스웨덴은 장하준 교수가 자신의 논점을 입증하기 위해 자주 등장시키는 사례이다. 파업을 지새우던 나라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정치적 안정을 찾았다는 것, 그리고 높은 복지에도 불구하고 아니 높은 복지 때문에 미국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 등이 그렇다.
하지만 실제의 스웨덴의 역사는 장하준의 논점을 부인한다. 19세기 중반 이후 100년간 스웨덴의 성장은 자유주의 경제 때문에 가능했다.2) 본격적인 복지제도는 1970년대 이후 20년 정도 지속되는 데 그 시간 동안은 스웨덴은 저성장으로 몸살을 앓는다. 다시 성장의 계기를 찾은 것은 90년대 초반 경제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각종 신자유주의 정책을 택하면서부터이다.
스웨덴의 경제사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스웨덴은 1864년부터 자유주의 경제체제를 택한다. 그뒤 60년 동안 스웨덴은 아마도 유럽에서 가장 자유로운 경제를 구가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복지제도 같은 것은 거의 없었다.
다음의 표는 1870년부터 20세기 말까지의 각 나라별 재정의 비중을 보여준다. 1870년 경제성장을 시작할 당시 스웨덴의 경제규모에 대한 재정 비중은 5.7%로서 세계 어떤 나라보다 작은 상태였다. 7.3%의 미국보다 더 낮았던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스웨덴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시작한다.
스웨덴에 복지제도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32년부터였다. 마치 한국이 지난 60년간 그랬듯이 이 나라도 7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다. 그 과정에서 사회주의 세력이 득세하게 되고 1932년 드디어 사회민주당이 집권한다. 그것이 복지제도의 시발점이 된다.
하지만 사회민주당도 그 후 40년간은 그리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펴지 않는다. 임금정책만 보더라도 오히려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폈던 것이 사실이다. 1970년까지도 스웨덴은 고속성장을 지속한다.
성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철저한 복지제도가 들어오면서부터다. GDP에 대한 재정지출의 비중은 급격히 늘기 시작해다. 1980년 정부재정의 비율은 국민총생산의 60%에 달함으로써 공산주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상태가 된다.
세금이 급속히 늘어나 일부 부자들에게는 한계세율이 100%를 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기업에 대해서도 개입정책이 강화되어 기업을 보호하고 보조금을 주는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온다. 수입에 대한 제한조치들이 등장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조치도 강화되었다.
1970년대 이후 20년간 스웨덴은 장하준이 권할만한 정책은 모두 한 셈이다. 하지만 결과는 장하준의 참패다. 그가 조롱해 마지 않는 주류경제학의 예측이 현실로 나타났다. 근로의욕은 감퇴하고 투자는 사라졌으며 실업은 늘었다. 소득은 성장이 아니라 오히려 뒤걸음질을 쳤다. 급기야 1992년 외환 위기에까지 몰리게 된다.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한 스웨덴 정부는 1980년대 말부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장하준이 신자유주의 정책이라고 혐오할만한 모든 것들로 대응한다. 복지 혜택 및 재정 축소, 감세, 공적연금의 부분 민영화, 바우처 제도에 의한 공립학교 선택제 등 파격적인 자유주의 개혁등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대대적인 민영화에도 착수했다. 스웨덴은 경제위기의 과정에서도 시장의 자유도를 늘린 몇 안되는 나라 중의 하나다.
복지제도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안심하고 모험적인 투자를 하게 된다는 것이 장하준 교수의 논점이다. 그 말이 맞다면 복지제도가 철저히 자리잡는 1970년대 이후부터 새로운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투자도 왕성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다. 스웨덴의 50대 기업 중에서 오직 한 개만이 1970년대 이후에 등장했다.3) 나머지 49개는 자유방임 경제 시절에 등장했던 기업들이다.
자유경제로의 전환은 복지와는 무관한 과정인 것 같다. 한국의 60년대, 중국의 80년대, 인도의 90년대 대전환이 모두 그렇다. 자유경제의 기간이 수십년 지속되면 부가 축적되는데, 그리고 나면 그 돈을 쓰고 싶은 대중적 욕구가 분출된 결과가 복지국가라는 것 아닐까.
복지제도가 사람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하게 만든다는 장하준 교수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유럽 노동자들에 대한 OECD의 인터뷰 결과, 노동시장 보호가 강한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 의 노동자가 유연한 노동시장의 미국 캐나다 덴마크의 노동자보다 더 실직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
복지제도는 사람들을 안주하게 만들고 더욱 변화하고 싶지 않게 만든다. 20년의 철저한 복지혜택 후 90년대 초에 결국 스웨덴마저 외환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장하준이 즐겨 내놓는 90년대 이후 스웨덴의 고속성장은 외환위기 이후에 이어진 자유주의정책들 때문이다. 민영화, 복지 혜택 및 재정 축소, 감세, 공적연금의 부분 민영화, 바우처 제도에 의한 공립학교 선택제 등 파격적인 자유주의 개혁이 그것이다.
3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