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생 20년 베테랑, '라이브 카페' 가수 겸 사장님



▲ 가수 정영택 (리메이크 앨범 사진)

[투데이코리아=이진하 기자]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가 판을 치는 요즘. 다양한 기계음에 지친 귀를 달래줄 '세시봉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7080 세대의 노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잊혀졌던 명곡들이 사랑받고 있다. 이번 인터뷰의 초대손님은 추억이 담긴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카페 가수다.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아도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에 매우 행복해 하는 진정한 프로, 바로 정영택 씨가 그 주인공이다. 라이브 카페 가수이자 사장으로서 1인 2역을 담당하고 있는 그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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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정영택 (직장에서 모습)

# 노래하는 개미

정영택 씨는 올해로 라이브 카페 가수 활동 20년째를 맞이했다. 어느덧 그의 나이 44세. 인생의 절반을 노래와 함께 했다. 미사리 라이브 카페에서 음악을 시작해 현재는 부천에서 큰 라이브 바를 운영하고 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이자 사장인 셈. "18년간 회사를 다니며 해외출장 간 것 외에는 음악을 쉬어본 적이 없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모 설계회사에서 18년간 근무를 하면서도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음악을 정말 사랑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베짱이'가 아닌 '노래하는 개미'의 생활을 해온 정영택 씨. 회사를 다닐 때, 퇴근하면 저녁에 미사리로 달려가 라이브 카페 2~3군데를 돌며 공연을 펼쳤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들진 않았다. 회사 일이 끝나고 공연을 하러 가는 길은 즐겁고 신났다. 오히려 공연을 통해 회사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는 그의 말에서 음악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모습이 비쳐졌다.

부지런히 음악활동을 해오면서 정식 가수로 데뷔하고 싶은 욕심은 없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이제 정식 가수로 데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세상을 너무 많이 아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음악을 내 직업으로 삶게 되면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금전적인 문제가 개입되면 음악이 무겁고 힘들게 느껴질 것 같다"며 성숙한 답변을 내놓았다. 음악을 평생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 보였다.

정영택 씨는 현재 리메이크 음반 한 장을 냈다. 7080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곡들로 이루어진 앨범 한 장을 발표했다. 또 다른 앨범을 내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1집 앨범을 내고 싶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나 환경적인 문제로 (앨범을 내는 것이) 아직은 어렵다. 작곡까진 아니지만 습작해놓은 곡들도 있어 그런 음악을 담은 내 앨범을 만들 것이다"며 음악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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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기타 열풍 이어가는 '부기부기'

일요일 오후 5시 부천. 라이브 공연을 시작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에 30명 남짓의 사람들이 정영택 씨가 이끄는 공간에 모이기 시작한다. 바로 부천지역 기타동호회 '부기부기'의 모임이다. 20대부터 50대까지 기타를 둘러멘 사람들이 모여 그들만의 음악이 시작된다. 무료로 일요일마다 2시간씩 열리는 이 강습은 정영택 씨가 운영하는 가게 '통속에서'에서 시작됐다.

"회원들을 직접 가르쳐 드리고 있다. 예전에는 7080 세대들이 많이 왔지만, 요즘은 젊은 층이 더 많이 온다. 아마 TV 프로그램들의 영향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다시 부는 통기타 열풍에 신이 난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기타만 가지고 온다면 누구나 무료강습을 받을 수 있는 기타동호회 '부기부기'. 부천 롯데백화점 뒷편 건물 8층에 라이브 카페 '통속으로'에 오면 문이 활짝 열려있다.

'부기부기'의 총 회원은 약 100여 명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특히 기억에 남는 회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요즘 오는 회원 중에 20대 중반쯤 되는 초등학교 여자 선생님이 있다"며 "피아노가 아닌 기타로 음악시간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어 배우고 있다고 하는데, 엄청 열심히 배우고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며 뿌듯한 미소를 띄웠다. 아무런 조건 없이 통기타를 사랑해 만들어진 모임 '부기부기'의 모습에서 회원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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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택의 따뜻한 공연은 계속 된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따뜻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정영택 씨. 소극장 공연을 통해 독거노인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소극장 공연은 8년 전부터 시작했고, 수익 전액을 '독거노인'을 위해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보탰다. 그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공연을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지인들과 음악하는 선후배들과 어울려 한다. 조덕배, 백영규 씨와 함께하기도 한다"며 남다른 의미를 설명했다.

또한 정영택 씨는 '부기부기' 회원들과 멋진 공연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소극장 공연 외에도 통기타동호회 '부기부기' 회원들과 작은 공연을 추진 중이다. 얼마 전 MT에서 우리만의 공연을 여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회원들도 좋아해 이번 연말쯤 작은 공연을 열 계획이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찬바람이 부는 연말에 '부기부기'의 따뜻한 공연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았다.

크고 작은 공연을 통해 이웃에 대한 사랑을 전하는 정영택 씨에게 정말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 같다"는 말을 건넸다. 이에 그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되려고 한다.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것은 내가 운영하는 가게에 찾아와 준 손님들 덕분이다"며 자세를 낮췄다. 겸손한 모습 하나하나에서 잔잔한 정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울러 정영택 씨는 라이브 카페가 건전한 곳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야기가 있고 음악이 있는 라이브 카페가 '이상한 곳'으로 비춰지는 일이 있어 속상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말 그대로 라이브 음악을 듣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전통적인 라이브 카페를 꾸준히 이어갈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느낄 수 있고, 나아가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라이브 카페가 더이상 변질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은 없다. 하지만 그는 항상 미소를 지으면서 노래를 불렀다.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를 때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정영택 씨. 라이브 카페 가수이자 사장인 그의 작은 실천이 세시봉에 대한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프로보다 더 프로다운 베테랑 정영택 씨가 앞으로도 멋진 공연을 펼쳐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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