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지난 2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벤처캐피탈리스트 존 도우어의 자택에서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를 포함한 12명의 실리콘밸리 리더들과 함께 만찬을 가졌다. ‘6주 시한부’ 등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던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참석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 모임의 가장 큰 의의는 오바마 행정부의 시장중심적 혁신 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구체적인 정책 노선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자택을 만찬 장소로 택했다는 점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국제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미국 혁신전략을 위해서는 엔젤, 벤처캐피탈, 그리고 기타 사모지분투자부문 등의 혁신기업금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와 맞물려 최근 금융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는 국내 투자은행 활성화와 사모펀드 규제체계 선진화를 통한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의 자본시장 개선사항은 국내 혁신기업금융의 선진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C7%EC~3.JPG


실물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담당하는 헤지펀드

전통적으로 헤지펀드는 소수의 자산가들만을 대상으로 사모로 주식을 발행하여 투자자를 모집하였기 때문에 규제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일반적으로는 투자대상 선택에 제한이 없고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으며, 높은 차입비율의 유지가 가능한 특징이 있다.

소수의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헤지펀드는 결과적으로는 금융시장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며 다수의 이익을 가져왔다. 미국 자본시장에서 60년의 역사 동안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사실은 헤지펀드의 경제적 유용성을 인정받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헤지펀드는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하지만 수익이 높은 투자 기회를 제공해 투자자의 후생 증진을 가져오며 운용업자의 경우에는 첨단 금융기법을 활용한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였다. 그리고 금융시장에는 유동성이 제고되어 효율적인 시장 형성에 도움이 되었으며 절대수익을 위한 차익거래 활성화는 자본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의 향상을 가져왔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가장 큰 역할은 무엇보다도 합리적인 자원배분에 있다. 녹색기업, 혁신기업 그리고 기업구조조정 등 유동성 공급이 어려운 실물경제 부문에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공급 활성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자금공급에서 그치지 않고 의결권 행사를 통한 주주행동주의(activism)를 통해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하고 기업에 대한 감독기능을 수행하여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참여하기도 한다.3) 다시 말하면 헤지펀드는 자본시장의 신용창출 능력을 배가시켜 기업의 효율성 및 투명성을 높일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등의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국내에 다양한 기업금융시장을 열어 줄 헤지펀드 도입

국내 헤지펀드 도입은 기존의 국내 사모펀드 규제완화로 시작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안5) 발표를 통해 공모형 집합투자기구에 비해 운용 규제가 완화되어 한국형 헤지펀드를 지향하고 있던 ‘적격투자자대상 사모펀드’에 대해 운용사 및 투자자 대상의 확대와 운용규제 완화를 예고하였다.

또한 헤지펀드 활성화를 위해 필수인 프라임브로커에 대한 규제 정비를 비롯하여 운용자의 보고의무를 강화하는 등의 감시ㆍ감독 강화방안도 포함하여 적극적인 헤지펀드 도입 의사를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구조조정기업에 대한 의무 투자비율을 폐지하고 금전차입 한도와 파생상품 거래제한을 완화하여 운용상의 자율성을 확대한 점이다. 운용의 자율성 확보는 분산투자 수요가 높은 연기금 등의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을 유도할 것이고, 유입된 자산은 유가증권 외에도 BWㆍCW 등 메짜닌6) 투자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자금조달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또한 분산투자 효과 증대로 인한 고위험ㆍ고수익의 투자 수요 상승은 고수익 상품과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져 벤처캐피탈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물론 이와 같은 바람직한 자금 흐름은 헤지펀드 전문투자자의 역량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으로 전문투자자를 비롯한 금융 전문인력 양성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헤지펀드 도입은 기업의 자금조달 및 운영방법의 다양화 외에도 국내 자본시장의 효율성 증대를 가져올 것이다. 먼저 금융시장의 유동성 증가와 차익거래 등의 다양한 투자전략 추구는 자본시장의 본질적인 목적인 자금조달 및 기업가치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개별 주식옵션과 같이 발길이 끊긴 개별 금융시장에 눈길을 돌리는 계기가 되어 전반적인 금융시장에 거래량 증가와 쏠림현상 축소를 가져온다. 이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금융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헤지펀드의 주주행동주의의 등장은 대리인비용 감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축소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 특히 현재 경영자의 배임ㆍ횡령 등으로 개인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국내 코스닥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기대된다.


미국 금융규제 개혁의 본질과 바람직한 국내 헤지펀드 도입 방향

미국에서는 2010년 7월, 금융시스템 정비를 위해 금융규제 개혁법인 ‘도드-프랭크(Dodd-Frank)’ 법안을 발의하였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헤지펀드 규제강화는 직접적 운용규제가 아닌 상향된 자산요건을 지닌 투자전문업자에 대한 등록 보고의무 강화에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벤처캐피탈 투자에 대한 투자자문업자 등록 의무를 면제하고 엔젤 투자자의 적격투자기준은 유지하였다. 즉 이번 미국의 금융규제 개혁 본질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고 실물경제를 위한 금융을 촉진하기 위함에 있다는 점에 있다.

국내 헤지펀드 도입의 올바른 목표 또한 미국 개혁의 본질과 달라서는 안 된다. 기타 금융 선진국에 비해 이미 늦긴 했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간접적으로 경험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에게 규제의 대상은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는 부분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시스템 리스크에 안전한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더욱 과감하게 규제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개정안은 일회성이 아닌 단계적 규제완화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전차입 한도 및 파생상품 투자한도를 완화한 점은 환영받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구조조정기업 투자 의무 폐지처럼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운용자와 투자자의 자격을 더욱 확대하여 창조적 투자전략의 개발을 유도해야 한다. 물론 시스템 리스크 예방을 위하여 관련 차입규모, 거래상대방 위험, 투자포지션 및 기타 금융안정성에 대한 위협적 요소처럼 잠재적으로 시스템 리스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는 사항에 대한 주요 정보를 감독당국에 보고하는 등의 적절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헤지펀드는 국내 자본시장이 실물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현재 국내 자본시장은 그 본질적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의 직접금융 중 회사채 시장을 살펴보면 대기업 쏠림현상이 심각하여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창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헤지펀드의 도입은 국내 금융시스템을 간접금융에서 자본시장 중심으로 옮겨갈 수 있는 하나의 전환점 역할을 하여 자본시장을 활용한 다양한 자금조달 채널을 창조할 것이다. 자본시장의 강점인 모험자본(risk capital)과 장기금융을 기반으로 중소기업을 비롯하여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하게 될 신성장 동력산업으로의 효율적인 자금공급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헤지펀드 정착의 성공열쇠는 역량 있는 대형 투자은행 육성

이제 갓 성장단계에 진입한 우리 사모펀드 산업이 아시아 선발주자인 싱가포르나 홍콩9)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고 헤지펀드의 순기능들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프라임브로커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투자자본과 전문투자자를 중개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프라임브로커는 바로 국내 증권사들의 몫이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주로 수수료 인하 경쟁과 단순한 중개판매(back-to-back sale)에 매달리고 있는 반면 M&A와 같은 고부가가치 업무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국내 증권회사들의 자본력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들 수 있으며, 이런 증권사들의 영세성이 증권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10) 따라서 성공적인 헤지펀드 정착을 위해서는 역량 있는 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과 인프라 구축에 대한 고민이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www.keri.org) 제공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